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보다칼럼

[공감으로의 여행7_이원무] 나도 자기옹호가 필요해요!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07-31 조회수2,871

나도 자기옹호가 필요해요!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자기옹호 일상화되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당신은 아름답다는 문구 Pixabay

 

얼마 전 한 자매가 카톡으로 내 생일을 축하한다며, 블루베리 롤케이크를 선물로 주었다. 선물을 보니, 함께 먹으면 좋겠다 싶어 생각한 끝에, 일본어를 함께 수강하고 계신 분들과 같이 나누어 먹기로 내 마음속에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이번 주 화요일에 파리바게트 매장에서, 직원에게 선물 바코드를 보여주고, 직원이 바코드 체크를 한 다음, 나는 롤케이크를 선물로 받아갔다.

 

일본어 회화를 공부하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함께 먹고 싶은 마음에 롤케이크를 조각조각 자르고 한 사람씩 주려고 하는 사이에 어느 한 여성 수강생이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거다.

 

손으로 만진 케이크 주지 마세요! 저 이런 것 민감해요.”

 

순간 아차 싶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손으로 만진 게 생각나며 멈칫했다. 그래서 그 수강생에게 그럴 마음은 아니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바로 일본어 강사님은 플라스틱 칼로 잘라 수강생 각각이 손으로 떼서 먹게 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다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성 수강생의 말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불편한 느낌이 다가왔다. 하루 전, 누나네 식구들 건강 체크를 하러 누나 집에 갔을 때 누나에게서 너는 섬세하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건강 체크를 할 때 사람 머리나 주머니 등에 금속 등의 물질이 있으면 건강과 관련한 데이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데이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건은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누나가 묶고 있는 머리핀을 풀라고 하고, 그 핀을 내가 건강 체크하는 동안 가졌다. 그런데 누나가 이런 소리를 하는 거다.

 

여자들은 남이 자신의 물건에 손대는 것을 싫어해. 그런 행동은 인센시티브(섬세하지 못하다)한 거야.”

 

그 당시 나는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과거에도 여성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특성, 특징을 잘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섬세하지 못한 부분들 때문에 여러 번 다른 이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계속 들었던 것이 머릿속에 동시에 떠올랐다. 관계 단절 및 절교까지 이어진 경험도 또한 떠올랐다.

 

나의 섬세하지 못한 부분들로 싫은 소리를 많이 듣다 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번이 아닌 두 번 이상이다 보니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성에 대해 섬세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나를 보면서 잠시 자폐성 장애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애가 어디 없어지던가?

 

그러다 잠깐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격려 주는 게 자존감을 높이는 거라는 어느 카톡방에서 보낸 링크 내용이 떠올랐다.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스트레스로 볶지 말고,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강식품을 먹은 다음, 대모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땀 쭉 흘리고, 내려가는 길에 근육운동을 하는 기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 운동했다. 근육운동을 하고 나서는, 나 자신에게 수고하고 잘했어!’라고 속으로 토닥이며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집으로 향했다. 스트레스가 조금씩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다음 날을 살아갈 에너지가 조금 생겼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픈 마음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 그래서 내가 힘들다고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하며, 나의 힘든 마음을 알아달라고 조르면 시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의 힘든 마음을 100%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 마음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100% 느끼며 알 수 있으니까.

 

인정받으려 노력하다 받지 못하면 스트레스만 잔뜩 쌓일 거다. 내일을 살 힘이 줄어들 것이고. 나 자신도 그런 경험 한 적이 적지 않으니.

 

그러니 차라리 나 자신에게 격려 주며 자신을 옹호하자고 말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이다. 조언이라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거 같다. 더군다나 남에게 평가, 지적질을 많이 받는 현대사회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격려 주고 자신을 옹호해야 내일을 살 수 있는 희망의 자양분이 생김을 본다. 자신을 성찰할 힘도 조금씩 생길 터이고. 자기옹호야말로 나에게 정말 필요하고, 이것 또한 배워야 함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현대사회를 살아간다. 그런데 장애, 능력 없음,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람들은 이들에게 지적질을 심하게 하며, 혐오하고 차별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지적자폐성 장애인 개인도 일부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사회 환경 속에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우울증에 걸릴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며 마음에 격려 주기는 한다.

 

하지만 이들 자신이 자신을 격려옹호하며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주지 않는 한 당당해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다우니까.

 

그러기에 자신이 힘든 가운데서도 살 힘을 주어 당당할 수 있도록 지적자폐성 장애인 자신이 자신을 격려옹호하는 자기옹호를 지원자가 지원하는 모습이 지역사회에 전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자기옹호에도 전문가나 지원자만의 의견이 아닌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지적자폐성 장애인 자기옹호가 지역사회에서 일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을 옹호하며 당당해지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길.



 


총 댓글수 : 0개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