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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8_조미영] 기차여행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08-31 조회수2,308

<기차여행>

 

언제부턴가 친정아버지 기일은 나홀로 부산 다녀오는 연중행사였는데 이번엔 아들과 동행했다.

가족들은 서로 힘들고 같은 객실 승객들도 불편하다고 엄마 혼자 다녀오라고 말렸지만, 작년과 올해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들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기차 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1분여 남겨두고 차에 올랐다.

엄마와 가까이 앉으면 잔소리 들을 걸 아는 아들은 객실에 오르자마자 혼자 앉으려고 옆의 엄마를 밀어냈다. 오늘은 요기가 엄마자리라고 했더니 그나마 포기가 빠른 아들.

산만하고 소리자극을 하는 아들을 위해 유아동반 차량의 좌석을 예약, 그것도 맨 끝 1AB에 앉았다.

중간쯤 좌석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무척이나 반가왔다.

어린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는 참 분명하다.

엄마에게 뭔가 질문하고 같이 놀자고 요구하는 게 일방적이지 않다.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교류가 보이는 모습은 언제나 부러운 모습이다.

아들은 혼자 책을 보며 간헐적으로 후후 불기도 하고 책장 넘기는 소리도 좀 크게 났지만 아이들의 소리에 묻혀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이제 겨우 30분 왔구나.

2시간동안 이 상태로만 잘 가주길 바라며 나는 한 숨 자려고 눈을 감았다.

객실 통로측에 앉아 있는 나를 잠시 후 내 옆의 옆 창가에 앉은 사람이 말을 건넸다.

저기요~ 책 좀 조용히 보게 주의 좀 주세요.

아네~ 아들이 자폐성 장애가 있어 요고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니 이해부탁드려요...

아 네네~

활짝 웃으며 본인 핸드폰에 집중하는 승객.

장애 빼고 말할걸...

약간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뱉은 말, 그렇다고 딱히 준비할 멘트도 없다.

뭐가 좋을까? 혼자 되뇌인다.

요 정도면 저 앞 애들 소리에 비하면 조용한 거 아닌가? 하는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이해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세상 사람들을 다 이해시키며 살 순 없으니 그때그때 잘 적응하고 대처하며 살아야지 용빼는 재주 있겠는가 생각한 아들과의 기차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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