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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10_조미영] 수목원 나들이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12-01 조회수1,513

수목원 나들이

 

남편 출장길을 아들과 함께 동행 했다. 거래처에서 남편이 업무 보는 사이 나와 아들은 수목원 여기저기를 무작정 걸었다.

저 앞에서 손을 흔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행복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건장한 청년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에게서 아들의 향기가 풍겼기 때문에 그가 눈치 채지 않게 바라보니 역시 그는 나의 시선쯤은 무시하고 땅을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청년 뒤로 커브 길을 돌아오는 두 남녀가 청년의 부모인 듯 보였다.

근처로 이사를 왔는지 그들의 집에서 15분 정도의 거리니 이곳을 자주 와야 겠다며 수목원이 참 좋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나와 거리를 두고 오는 우리 아들에게서 그들도 자기 아들과 같은 향기를 느꼈는지 힐끗 보더니 그냥 지나쳐 내려갔다.

 

수목원은 군데군데 습지가 많고 데크길이 잘 되어 있어 산책하기 참 좋았다.

지나치게 인위적이지도 않고 산책로가 유난히 많아서, 그다지 많지는 않았던 방문객들이 겹치지 않아 좋았다.

긴 시간 걷다보니 걸은 곳을 또 걷게 되어도 참 좋았고, 곳곳에 마련된 쉼터가 먹거리를 준비해 오면 좋겠단 생각을 가지게 했다. 흰 구름 두둥실 떠다니는 높고 푸른 가을하늘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배가 시켰고 어미 따라 쪼르르 뒤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들의 행진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기에 충분했다.

한참을 거닐다가 다른 길로 돌아 나오면서 다시 대면한 아까의 그 청년.

여전히 패트병이 손에 쥐어져 있었고, 우리 아들도 점심 식사 후 내가 마신 커피 캔과 자신이 마신 패트병을 들고 손장난을 하며 걷고 있었다.

눈이 커지면서 아들을 계속 바라보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귓속말로 뭐라뭐라고 하는 것 같더니 바로 그 여자도 우리 아들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먼 발치서 본 그 모습들이 나는 너무 우스웠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장애자녀와 함께 사는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서 그런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발달장애인을 만나면 우선 반갑다.

임신 중일 때는 배부른 여성을 보면 반가웠고, 아기를 안고 다닐 땐 아기 안은 엄마를 보면 반가웠듯이 지금은 장애인, 그것도 자폐인을 보면 먼저 반가움이 앞선다.

'아이고~ 아저씨~~우리 아들 얼굴 뚫어지긋다요, 고만 보이소~‘

나는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그들도 우리 아들이 반가웠나 보았다. 신기해서 힐끗거리거나 기분 나쁘게 아래위 훑어볼 때는 사실 언짢을 수 있는데 서로를 아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이런 행동이 반갑기까지 하다. 이것이 동병상련인가?

3시간 넘는 시간을 아들과 함께 사진으로 풍경을 담고 벤치에 앉아 하늘과 습지를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긴 하루였다. 불평 한마디 없이 엄마를 잘 호위해 준 아들이 고맙다. 어디론가 뛰어갔다가 혼자 시간을 잠시 즐기고 왔던 아들이 이제 제법 든든하다. 어딜 가든 남의 시선 강탈하는 행동 없이 우리만의 시간을 즐길 줄 하는 아들과의 동행이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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