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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11_조미영] 겁 많은 아들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12-01 조회수1,876

겁 많은 아들

 

성인이 된 아들의 손발톱을 아직도 엄마가 깎아 준다. 어쩌면 평생 누군가가 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인데 내가 없으면 누가 이걸 해주나 생각하면 암울하다.

살갗을 자를까봐 엄청 긴장하지만 아들은 손과 발을 엄마한테 맡기고 편안하게 있는 걸 보면 엄마에 대한 신뢰가 높긴 한가보다.

 

그런 아들 발톱을 깎다가 오늘은 실수로 살갗을 잘랐다. 아들이 깜짝 놀라며 발을 뺐고 순간 빨간 피가 불쑥 올라오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미안하다며 밴드를 붙여주니 몸에 뭐라도 붙이는 걸 또 견디지 못하는 아들은 바로 떼서는 꼬깃꼬깃 해버려서 계속 피가 났다. 겨우 진정해서 피를 멎게 한 후 나머지를 마저 깎으려고 발을 잡으니 세상에나~ 얼마나 긴장했는지 발에 땀이 나서 미끌거렸다. 너무 미안해서 발을 주물러 주다가 조금 후에 마무리를 하고 보니 잔뜩 겁에 질린 아들 표정이 좀 풀어졌다.

 

아들은 겁이 많다. 펄쩍펄쩍 뛰는 걸 즐기면서도 자신의 안전에 신경을 쓰는 게 보인다. 어찌 보면 다행이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겁나서 하지 못하는 일이 많으니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 등은 안하고도 살 수 있지만 병원을 무서워하니 어딘가 아플 때 정말 난감하다.

운동하다가 발을 다쳐 엑스레이를 찍으려고 병원에 갔으나 결국 찍지 못했다.

병원 대기실에서 꼼짝을 않으니 그 큰 덩치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설사 기계 앞으로 데려간들 움직이지 않아야 촬영이 가능한데 그건 불가능하니... 결국 부어오른 발은 약을 바르고 압박붕대로 싸고 집에서 지내면서 나았다.

내성발톱 때문에 살점이 발톱위로 자라났지만 그것을 수술하는 건 불가능했다.

의사선생님이 도로변에까지 나와 아들 발톱을 진찰하셨고 결국 항생제를 먹고 소독을 하면서 한 달여간 집에서 치료했다. 발톱위의 살갗이 까맣게 변해서 떨어져 나가는 걸 보고 이런 게 나는 작은 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싫은 건 끝까지 싫으니 앞으로 더 큰 일이 발생하면 걱정이 태산이긴 하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쓰기도 정말 힘들었다. 마스크를 목에 걸고 썼다 벗었다 반복하며 겨우 지내고 있지만 불안하다.

혹여 코로나19 접촉자로 검사라도 받게 되는 날이 오면 어쩌나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하다 보면 하늘이 노랗다. 검사조차 받을 수 없는 겁 많은 아들에게 검사하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아들은 아마 공포 그 자체일 것 같다.

아들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무섭고 험하다. 겁 많은 아들이 겁 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라는 건 무리지만 그럼에도 우선은 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좋겠다. 마스크라도 안하고 살 수 있게 된다면 아들을 포함한 마스크 거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

그런 세상 되기 위해서는 지금 개인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겠다.

아들과의 외출은 가급적 인적 드문 곳으로 가는 걸로 그나마 위안을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사람들이 걱정이다.

평소에도 재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사람들의 삶이 더 많은 관심으로 삶이 더 침울해지지 않도록 국가적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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