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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공감으로의 여행12_이원무]_‘자폐인 긍지의 날’을 생각하며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1-06-29 조회수1,737

당당한 사회구성원이자 권리 주체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자폐 긍지 깃발 Wikipedia

 

 

42일이면 어김없이 유엔이 정한 자폐인의 날을 맞는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 인터넷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2년 전과 4년 전 행사 갔을 때 별로 마음은 좋지 않았다. ‘자폐인의 날이라면 자폐인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자폐인을 키운 부모님들과 고위 관계자들이 그날의 주인공이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론 부모님들의 노고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자폐인들은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자폐 인식만 되어 있지, 이해수용은 하지 않으려는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리나라 사회에서 자폐성 장애인들은 이런 소식들을 종종 접한다. 자폐인에게 폭력을 가했지만, 훈육의 목적이기에 죄를 감경했다든지, 자폐인과 관련한 취업 알선은 거의 드물다든지, 자폐인, 정신장애인 등은 교육대학 입학에서 제외된다든지 하는 것 등등 말이다. 우리나라의 자폐인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라는 것을 상기시키기라도 하듯.

 

(이 말 자체도 부정적이라 나중에 바꿔야 할 필요는 있지만)라는 정체성은 폭력적이고 폐쇄적이라는 것으로 낙인찍는 것 또한, 우리나라 현실이다. 하지만 특성이자, 신경 다양성의 일종이 자폐며, 자폐인들도 장애인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권리 주체다.

 

, 한 번 꽂힌 것이 있으면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하면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자폐인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기후문제에 전문적인 식견을 소유하며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동물의 이동 경로에 가장 적합한 가축 시설을 설계한 미국의 탬플 그랜딘(Temple Grandin) ...

 

렇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자폐인의 역할을 상기함은 물론, 자폐인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폐인 정체성을 긍정하기 위한 날이 바로 자폐인 긍지의 날(Autistic Pride Day)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618일을 기념일로 한다.

 

날은 보통 가족들과 함께 산책, 피크닉을 하거나 자폐인들이 몸짓하는 것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자긍심을 갖는다고 한다. 호주, 영국 등지에서는 자폐인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하는 이 날을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폐인 긍지의 날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폐 당사자들 시각엔, 신경 다양성이 있는 자폐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대부분 자폐성 장애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와 이들에 대한 지원 및 합리적 조정(우리나라의 경우 정당한 편의)이 부족해서라는 것이다.

 

제로 우리나라 경우도, 자폐성 장애를 질병으로 바라보는 태도, 장차법에 자폐인과 관련된 합리적 조정이 없는 등 자폐인을 대상화하고 차별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권리 주체로 보는 정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드물 정도다. 그런 사회에서 사는 자폐인들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갈 게 뻔하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지만 자폐 정체성을 긍정하고 자폐인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자폐인을 권리의 객체가 아닌 진정한 주체로 보기 때문이리라. 이를 통해 나도 사회에서 소중한 존재요, 당당한 사회구성원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겠지.

 

실 올해 내가 소속된 모임에서 나를 포함한 자폐인들이 618일 공식행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5인 이상 모임 제한 때문에 올해는 한국 자폐인의 현실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는 식으로 자폐인 긍지의 날행사를 대신했다,

 

3일 후엔 클럽하우스란 공간에서 자폐인 긍지의 날에 대한 부모, 전문가, 자폐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도 있었다. 지인의 초대로 듣게 되었는데, 나는 자폐인과 그 가족 관련 정책이 욕구와 권리에 기반한 정책이어야 한다고 그 공간에서 말했다. 자폐인과 그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바람에서 말이다.

 

폐인들끼리 소소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나누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와 리더십을 키우는 자조모임을 만들면, 그런 모임에 함께 싶은 자폐인들은 점점 많아져 단결해 가겠지. 자폐에 대한 정의를 자폐인 당사자들이 내리고, 전문가와 의사가 아니라 자폐인들이 헤게모니를 쥘 때, 자폐인의 인간다운 삶이 현실이 다가오겠지. 물론 기득권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다.

 

 

폐성 장애 정체성을 긍정하는 자폐인 긍지의 날을 생각하며, 작지만 하루하루를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이자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것을 용기 내어 다짐해본다. 이런 다짐이 그날만이 아닌 1365일 이어지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리고 그런 자폐인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자폐인들이 인간다운 삶과 행복의 권리를 누리는 아름다운 곳으로 자리 잡아가게 될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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