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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 15_조미영] 외출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1-06-16 조회수1,905

 

 

족 외식 후 딸이 종종 간다는 카페에 들어갔다. 점잖게 밥을 먹은 후라 우리는 아들의 돌발행동을 예측하지 못했다. 하긴 돌발행동이 항상 평온한 상황에서 보이는 거라 무방비 상태의 혼란스러움에 당황하기 마련이다자리에 앉아 있던 아들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두 손을 흔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겅중겅중 카페 안을 걷는 듯 뛰는 모습에 사람들의 놀란 시선이 아들에게 꽂혔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이고 한 바퀴 돌면 자리에 앉는 걸 아는지라 나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남편은 빠르게 아들을 쫓아갔고 딸은 굳은 표정으로 얼음땡이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더 심하게 소리까지 지르며 한 바퀴 더 돌았을텐데 이제 아들도 그쯤에서 멈추고 점잖아지니 다행이다.

아 진짜! 정하진! 넌 잘 하다가 한 번씩 그러더라. 매너 좀 지키고 살자, ?”

딸은 그걸로 끝낸 동생을 보며 한 마디 했지만 귓등으로 듣는 아들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 딸이 안쓰러우면서 아직도 동생의 행동을 불안하게 보는 게 안타까웠다. 나 역시 그런 게 아무렇지 않게 봐 지진 않아도 태연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같이 움직이면 아들의 행동은 더 커지고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총이 정말 싫어서다. 부모와 누나 입장이 다르겠지만 나의 바람은 딸도 그냥 동생을 봐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그건 내가 이래라저래라해서 될 일은 아니고 딸이 스스로 그런 마음이어야 됨을 알기에 채근하진 않는다.

 

월급 탔다고 딸내미가 거한 밥을 산다고 했다. 휴일이라선지 딸 직장 부근의 근사한 식당은 주차장 입구부터 붐볐다. 차 안에서 그림같이 앉아 있던 아들이 발렛 주차를 하려고 차를 세우자 갑자기 차문을 덜컥 열고는 뛰쳐나갔다. 혼비백산한 딸이 바로 아들 뒤를 쫓아갔다. 남편도 딸 뒤를 따라 갔다. 그 셋을 바라보며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덩치 큰 아들이 투스텝을 밟으며 겅중겅중 뛰어가니 주차장 입구는 모세가 지나가는 홍해가 되었다. 순식간이었지만 우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왜 저래?’로 대동단결되어 보였다. 겨우 아들을 진정시키고 예약된 곳으로 가니 룸이었다. 우리만 있으니 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했다. 딸이 자꾸 아들을 못마땅해 했다.

넌 아직도 동생 행동이 그리 불편하냐? 잠깐 뛴 걸로 그렇게 인상 쓰고 눈치 주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딸은 그제서야 자신이 좀 과했나 싶었는지 움찔했다.

하진아, 미안. 누나가 요새 일이 많아서 좀 예민했어.”

하면서도 완전 미안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너스레 잘 떠는 남편 덕에 분위기는 금방 달라졌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차단된 공간이 편하고 좋았다. 딸내미가 장소를 고심하고 정한 흔적이 보였다.

 

때 나는 아들과 동행하면 총 맞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차갑고 따가운 눈총. 얼굴 잘 빨개지는 나는 무엇으로도 감출 수 없는 빨간 표정을 보이는 게 너무 싫었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해 행동으로 나타내는 아들이기에 얌전하다가도 갑자기 두 손을 흔들거나 손을 입에 대고 후후 분다. 어쩌면 아들의 이런 행동은 평생 가져 갈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말에 좌절 한 적이 있다. 하지 말라고 하면 잠시 멈췄다가 더 심하게 하는 아들이었기에 무서운 인내심을 발휘하여 모른 척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행동을 보이긴 해도 빈도와 강도는 줄어들고 약해졌다. 가족들은 한 번씩 못마땅한 속내를 아들에게 말하지만 그것도 나는 내버려뒀다. 가끔 아들은 나 이거 하는데 엄마 왜 하지 말라고 안 해?’라는 표정으로 내 곁을 서성댔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피해 외면했다. 그게 얼마나 큰 인내가 필요한 지, 자식 키우는 일이 때로는 면벽수행이란 생각이 든다.

 

전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은 외출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을 실천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내가 생각한 만큼 우릴 향해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로 바쁘다. 소리가 나니까 한 번 쳐다본 것 뿐이었다. 그걸 내가 눈총으로 받은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물론 노골적으로 바라보면서 동정이나 불편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그래서?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에게 우리 아들이 자폐라서 이래요 저래요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그러라고 관두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주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게 더 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면서 나는 아들과의 외출을 즐기고 있다. 때로는 아들에게 길을 묻는 행인도 있다. 아들이 대답해 줄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이 나는 기쁘다.

 

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집콕을 하는 가운데 나는 아들과 인적 드문 곳으로 나들이를 많이 다닌다. 점잖게 동행해 주는 아들을 보면 엉덩이라도 툭툭 쳐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하지만 성인 된 아들에게 그런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다.

외출 힘들었던 시절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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