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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새벽까페 9_김종옥] 마이클 잭슨에게 인사를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1-08-31 10:15:56 조회수184

1. 구봉서
 

구봉서라는 코미디언이 있었다. 우리나라 코미디언 1세대라고 할 만한 분인데 2016년에 89세로 돌아가셨다. 이 분이 어떤 인터뷰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살 수 있으면 그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기억이 까마득한데, 내가 아마도 중고등학교 학생 때였던 것 같다.(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 말을 듣고 여러 가지로 감동을 받았다. 어수룩하고 눙치고 웃긴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웃기던 분이,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를 그토록 간명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희극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는, 자긍심 넘치는 말이었겠지만, 삶에 대한 깊고 오랜 생각 속에서 나온 중간 결론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진정 행복한 삶이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보면 맨 먼저 저 이는 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한 일이 될까, 하고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많지 않았다,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면서, 더구나 그 일로 넉넉히 밥 먹고 살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는 다른 일로 하는 사람도 있고, 밥벌이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뒷전으로 미뤄놓는 사람도 있고, 아예 밥벌이와 좋아하는 일 사리에서 헤매다 밥벌이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그도저도 다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 숫자가 더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하기야, 세상엔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다양한가. 직업하고 연결되지 않는 하고 싶은 일들은 얼마나 많겠는가. 하고 싶은 일과 직업이 같은 경우가 최상위일 테지만 그런 행운은 드문 일이겠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만한 형편이 된다면 그게 또한 대단한 행운이지 싶다.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놓고서 이리 재고 저리 망설이고 하다가 기회를 놓친 경우에 가깝겠다.

 

하고 싶은 일이란 무엇인가. 요컨대 내가 나를 거기에 써먹어도 아깝지 않은 일이다. 요샛말로 하면 내가 나를 거기에 갈아넣어도아깝지 않은 일, 기꺼이 나를 바치는 일이겠다. 그런 일이 있다는 것 자체도 행운이다.(있긴 하되 그리 못해서 애닯은 이들에게는 불행일까.... 잘 모르겠다.) 직업이 되었든, 직업으로 뒷받침하든, 어쨌거나 하고 싶은 일은 하는 편이 행복에 가까울 것이다.

행복한 삶을 얘기하려던 게 아닌데, 앞머리가 길어졌다. 정작 하려던 얘기는,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사는 연예인의 말에서 무한 감동을 받은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글이 아니라 말하는 도중이었으면 겸연쩍게 실실 웃고 다시 말줄기를 찾아가는 타이밍이다.)

 

2. 싸이

 

누군가 싸이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 당신은 도대체 왜 무대마다 죽을 듯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가.

싸이의 대답은 이랬다. 예전에 군대를 재차(!)’ 가게 되었을 때,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그 직전의 무대가 떠올랐다. 혹시나 내가 앞으로 무대에 설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 그것이 마지막 무대였을텐데, , 그랬으면 더 했어야 했는데, 그 무대에 내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넣었어야 했는데-.

그래서 싸이는 그 이후엔 모든 무대가 마치 다시없을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선다고 했다.

그 비장함의 극단 덕에, 우리는 싸이가 소리도 잘 나지 않는 쉰 목소리로 우리에게 뛰라고 명령하고, 셔츠 앞단추가 터져나가라고 몸뚱이를 흔들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번질거리는 얼굴로 미친 듯이 웃어가면서 한바탕 잘 놀아주는 모습을 본다. 굿판에서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남은 힘의 바닥까지 그러모아 뒷전굿을 하고는 풀썩 바닥에 쓰러져버리는 무당, 마치 그하고 같이 펄펄 뛴 듯, 우리는 그의 무대를 함께하고 나면 개운하다못해 탈피한 곤충들마냥 새로워지는 것이다.

 

다시없는 순간일지도 모르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싸이의 무대를 볼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린다. 어영부영 재고 따지고 하다가 슬쩍 다음으로 미뤄버린 일이 얼마나 많은가. 대충 얼버무리고 다음에 잘하자 했던 일은 얼마나 많은가. 늘 있는 일이니, 내일도 있을 일이니 이름 없이 넘겼던 날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오늘 여기 있으니, 내일도 근처에 있겠지 하고 흘려보낸 사람은, 그와의 시간은 또 얼마나, 얼마나 많은가.

3.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이 지금까지 살았다면, 우리는 그 덕에 실험적이고 강렬하고 엄청난 무언가를 어마무시하게 즐길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두고두고 슬프다. 그가 재기하면서 마련했던 런던공연의 준비과정을 찍은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이라는 다큐영화가 있다. 마이클 잭슨은 공연 마지막 리허설을 하면서 이번 공연이 그의 마지막 공연이 될 거라고 얘기한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저 해보는 말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의 최고의 공연은 이제 없을 거라고 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끝내 그 공연을 하지 못하고 죽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이 마지막 리허설 장면에서 그가 마지막 공연 운운할 때부터 관객들이 펑펑 울었었다. , 런던 공연은 열렸어야 했다! 그 아쉬움은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그 공연이 얼마나 엄청난 공연이 되었을지 리허설만으로도 짐작하고 남는다. 대중문화사에 있어 기록될만한 대단한 공연이 되었을 게 틀림없다. 그와 우리는 이걸 놓치고 말았다.

 

그 때 알았다, 우리는 살면서 마지막을 할 기회를 놓칠 때가 많다는 것을. 이번이 마지막이야, 했다가 그것이 마지막이 아닌 게 되는 일도 많고,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해내고 끝내야지 했다가 결국 마치지 못하기도 일쑤다. 마지막으로 하려 했다가 마음에 안 들어 마지막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그저 포기하고 만 일은 또 오죽 많은가. 그 일들은 아직도 마지막을 맺지 못한 채로 어정쩡하게 남아 있으니, 엉킨 실타래를 풀다가 다 못 풀고 깨어난 사나운 꿈자리들은 다 그것들의 작당짓거리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인 줄 모르고 있다가 졸지에 그것이 마지막이 되어버렸을 때의 허망함을 안다. 삶에 있어서 그것만큼 헛헛하고 큰 구멍이 있을까. 일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도 그러하니, 작별인사를 못하고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얼마나 많을까. 내가 보낸 인사를 그가 받기 전에, 그가 보낸 인사를 내가 받기 전에 자리를 뜬 일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니, 살다보면 예정된 마지막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으므로 마지막인가 싶으면 너무 벼르지말고 얼른 해치워야 할 일이다. 또한 결코 마지막이기를 예측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하다 만 숙제 같은 이것이 결국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끝내 허망하지 않으려면 마지막인 듯 준비를 해야한다.

뒤돌아보면 매번 아쉬운 일 천지이고, 미련한 마음을 오갈 데 없이 길섶에 슬며시 놓아두고 떠나온 일이 태반이다. 이러다 정말로 마지막에 이르도록 마지막인 줄 모르다가 마지막을 맺지 못한 일들을 가슴에 쌓아두고 사라질까 걱정이다.(쓰기는 이렇게 쓴다만, 걱정은 무슨! 삶이란 누구나에게 대체로 이렇게 흘러가기 마련인 걸. !)

 

일년하고도 여덟 달을, 세계테마여행을 반복해서 보고 또 보고 하면서 식구들과 옴지락꼼지락 지내면서 보니, 이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목구멍 넘어 귓구멍 관자노리께까지 차오른다. 무언가 일년하고도 여덟달을 미뤄온 것이 있는가 하고 곰곰 생각해 본다. 아니면 무언가 예전에 미뤘던 새로운 어떤 것을 지난 시간동안 담아온 것이 있던가 하고 애써 생각해 본다. 뭔가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내 기억이 날 위안하지 못한다. 그러나 여전히 다행스럽게 건넌방에서 아들이 두드리는 게임소리, 딸이 또각거리는 자판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그건 바로 지금이다. 시간이란, 지금이 늘 마지막이므로.

 

* 추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우연찮게도 829, 58년 개띠 마이클 잭슨이 태어난 날이다. 잭슨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틀 전인 827일에 돌아가신 구봉서 님에게도 안부를 드린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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