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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 19_조미영] 3년 전은 울었지만 3년 후는 웃고 싶다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1-10-27 조회수547

금도 자해를 하나요?”

아직도 혼자 울거나 웃기를 반복 하나요?”

여전히 식탐은 심하고요?” 

아들이 받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점검하러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방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아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거실로 나왔다.

아까 엄마가 얘기했지? 오늘 너 만나러 오신 분들이야, 인사하고 편하게 있으면 돼.” 

불안함이 묻은 표정으로 입바람을 불며 아들은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방문자의 질문을 듣고 답하면서 나는 비로소 아들의 변화를 알아 차렸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기 싫은 것을 요구하면 스스로를 때리던 자해,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던 조울증, 하루에도 열두 번씩 냉장고를 열고 먹을 것을 찾던 행동들. 그 중에서도 제발 자해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던 날이 있었다. 그것들이 서서히 사라진 걸 의식하지 못한 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실사를 끝낸 그들이 돌아가고 나는 아들에게 한 번만 안아 보자고 했다. 아들은 뻣뻣한 몸짓으로 나의 포옹을 받아들였다. 고맙다고, 이렇게 달라져 줘서 고맙다고 나는 아들의 넓은 등짝을 토닥였다. 엄마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 아들은 금세 몸을 빼면서도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3년을 돌이켜 보면 아들보다 내가 달라진 걸 느낀다. 말이 안 나오는 아들에게 따라하라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작은 저지레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보면 하지 말라고 얼마나 닦달했던가. 간단한 심부름조차도 눈을 마주 보고 또박또박 말하면서 지시하곤 했다. 굳이 그리 과하게 하지 않아도 아들은 자신이 들어야 할 말은 다 듣고 있다는 걸 늘 무시했다.

아들은 자신의 표현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입술을 깨물면서 머리를 때리며 나에게 시위했다. 먹고 싶은 것을 살찐다는 이유로 못 먹게 하면 보란 듯이 나를 공격했다. 정말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채워지지 않는 뭔가를 갈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3~4년 전까지 그러고 살았다.

아들을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한없이 먹어대는 걸 볼 때마다 음식을 빼앗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아들에게 잔소리가 될 수 있는 말들은 가급적 삼갔다. 쉽지 않았다.

기결정권 연습을 시작하면서 나도 아들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주려고 노력했다. 억지로 바라보게 하면서 내 입을 보라며 채근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아들은 자신이 듣고 해야 할 일이면 알아서 움직였다. 때로는 뜸을 들이기도 하지만 내가 인내력을 가지고 기다리다보니 일상적인 생활은 순조로워졌다.

자기결정 연습반 선생님은 아들의 마음 읽기에 주력했다.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들에게 큰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방법을 나도 배우면서 잘 안 되는 부분은 상담을 통해 연습하고 실행해 나갔다.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아들이 대견하다. 잊고 있던 행동들이 다시 나오더라도 그 전의 모습과는 또 다를 거라 생각한다. 막무가내로 했던 것과 소통하면서 하는 행동의 차이쯤으로 이해한다.


20대 중반의 아들이 조금만 더 점잖은 청년이면 좋겠다.

흥이 많은 아들은 음악소리만 들리면 펄쩍펄쩍 뛰는 것으로 좋음을 표현한다. 흥에 흥분이 더해지면 표정이 심오해진다. 그 표정은 마냥 좋아서라기보다 다른 감정도 보인다. 근엄과 해맑음이 섞인 모습은 뭔가 쌓인 것을 과격한 몸짓으로 내보려는 발버둥처럼 느껴진다. 야외에서는 내 아들 아닌 척 시치미를 뗄 수 있지만 실내에선 참 곤란하다. 내버려 두기엔 아들 한 번 보고 바로 나에게 꽂히는 시선이 견디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조용하게 음악 감상할 자유를 뺏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투명 칸막이로 우리만의 공간이 설치된다면 서로 맘 편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음악회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건대 아들이 그 큰 덩치를 꿀렁거리며 뛰는 행동은 이제 좀 그만하면 좋겠다. 가끔 그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나보다 남편이나 딸의 표정이 너무 어둡다. 가족 나들이에 기분이 상해져 침묵하거나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냥 봐 주자고 하지만 부녀 둘은 그러지 못하니 옥신각신 한다. 어릴 때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 바닥에 드러누워 울며 떼쓰기 선수였던 걸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행동이 좀 점잖아지고 한 번씩 과한 행동으로 민망할 때를 가족들이 잘 봐 넘겼으면 좋겠다.

3년 후 다시 평가 하러 온 그들의 질문과 내 대답을 상상한다.

아직도 머리 꼬기와 입바람 부는 건 여전한가요?”

장소 불문하고 뛰는 행동은 그대론가요?”

아니요, 많이 줄었어요.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뛰는 건 요즘 거의 하지 않아요.”

엄마의 야무진 상상을 상상 못하는 아들은 행복해 보인다. 음악에 맞춰 머릴 꼬면서 입바람을 불며 몸을 흔든다. 눈이 마주치면서 엷은 미소를 나눈다.

조금 더 크게 웃는 미래를 꿈꾸는 건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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