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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의료접근]아파도 병원 가기보다 그냥 참는 게 낫다
분류더인디고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4-11-07 조회수16
  • 큰 병원은 의료진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 작은 병원은 장애인 화장실 등 접근성 부족
  •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유명무실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민정(가명) 씨는 병원 가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병원가는 걸 선호하는 이가 누가 있겠냐마는, 아파서 또는 진료를 해야 해도 병원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민정 씨지만, 병원은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치료 등의 이유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휠체어의 접근이 어려운 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병원 이용을 꺼리는 걸까.

민정 씨는 “한 마디로 의료진들을 믿기가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라면서 “솔직히 의료진들은 평소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활동지원사가 더 자주 보니까 의료진보다 활동지원사가 내 몸에 대해 더 잘 알 텐데, 의료진들은 진료실 안으로 활동지원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본인들이 (의료행위를) 하겠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민정 씨의 설명을 참고하면 진료실에 들어가면 의료진이 민정 씨의 치료가 필요한 곳을 체크하기 위해 민정 씨를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민정 씨를 잘못 건드리거나 하는 바람에 민정 씨의 아픈 곳이 아닌, 장애로 인한 곳에 불편함과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려 ‘의료진’인데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한다는 게 그만큼 민정 씨가 그동안 겪었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정 씨는 “저는 활동지원사가 옆에서 지원해 주는 게 정말 편하고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기관에서 활동지원사는 진료실까지 들어가서 진료받는 걸 지원해 주는 걸 곤란하다고 하기도 한다”면서 “활동지원이라는 것과 의료행위, 그리고 의료행위 지원에서 어디까지를 구분하고 지원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부족해 애매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하는 기관에서는 민정 씨의 활동지원사가 병원 진료실에까지 들어가서 진료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건 활동지원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민정 씨는 의료행위도 일상 생활의 한 영역이고 의료진이 의료행위를 하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신체활동지원을 받는 것일 뿐인데도 안 된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학병원 이용이 불편하면 동네에 있는 병원은 어떤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민정 씨는 고개를 저었다. 민정 씨는 “집에서 정말 가까운 병원이 있어서 여길 이용하려는데, 엘리베이터가 정말 좁더라. 휠체어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라서 휠체어 진입이나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장애인화장실도 없기 때문에 화장실을 가야 할 경우 난처하다고도 덧붙였다.

병원 가기가 꺼려지면 아플 때 어떡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민정 씨는 “그냥 참는다”고 했다. 그냥 약국에서 지어온 약을 먹으며 버틴단다. 그래도 낫지 않거나 더 심해지거나 하면 그땐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는다는 민정 씨는 ‘장애인 건강주치의’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장애인에게 병원은 접근성 못지않게 의료진의 장애에 대한 이해도 무척 중요하다. 의료진의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잘못하면 의료사고가 날 수도 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있으면 장애인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의사가 장애인의 집을 방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가 정기적으로 장애인을 담당하는 주치의이므로 장애인의 장애에 대해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그만큼 장애인에게는 주치의 제도가 훨씬 의료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병원 이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정 씨의 바람이 무색하게 현재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유명무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직 많이 부족한 단계다. 장애인의 의료접근과 건강한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민정 씨의 바람처럼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인 것이다.

민정 씨는 “건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없이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인데, 건강에 위험이 왔는데도 병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장애인도 누구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와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출처

더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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