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8월, 경기도 가평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체포 과정은 단순한 과잉진압을 넘어, 장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어떻게 공권력을 통해 폭력으로 작동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작년 여름, 발달장애인이자 인공심장박동기를 가슴에 삽입한 중환자가 경찰의 물리력에 의해 뒷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고, 그 충격으로 경찰차 안에서 실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겁에 질려 도주나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지시에 순응하고 있었으며, 그의 부모가 현장에 있었고, 복지카드와 함께 당사자의 특수성 또한 충분히 설명되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 피해자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해당 경찰의 대응은 헌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경찰 물리력 규칙 등 다수의 법적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무엇보다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조차 없는 인권침해 행위였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해당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던 바, 인권위는 해당 체포 행위가 ‘수갑의 최소 사용 원칙’을 위반한 부당한 물리력 행사였음을 인정하고, 가평경찰서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인권위 결정이 비록 피해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하더라도, 명백한 경찰 폭력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만을 조치한 한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진정 취지의 두 축이었던 ‘해당 경찰관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중 징계는 판단 대상에서 누락되었으며, 피해자 보호와 회복에 대한 고려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공권력은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본 사건과 같은 경찰의 과잉 현장 대응은 단순한 우발적 실수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번 사건은 이미 과거 수차례 반복되었던 발달장애인 대상 과잉진압 사건들과 유사한 전개를 보였으며, 2022년 경찰청이 배포한 ‘발달장애인 현장 대응 매뉴얼’조차 현장에서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특히 경찰이 체포 이유와 절차를 장애 당사자가 이해하는 수준으로 설명하지 않고, 최후로 고려했어야 할 ‘뒷수갑’을 사용하는 물리력 행사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며, 장애인의 특성과 안전을 무시한 채 공포를 가중시키는 행위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의 책임을 정면으로 배치하는 전형적인 편의주의적 악행이라 규정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여전히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고, 가장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되는 존재다. 유사 사건들의 반복으로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일상을 빼앗기고, 거리로 나서는 것조차 두려운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가의 대응이 지금 수준에 머무른다면, ‘다음 피해자’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본 사건은 경찰 내부의 낮은 인권 감수성과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장애인을 배제하고 통제 대상으로 여겨온 결과이자, 장애를 이유로 공권력의 대상이 된 이들이 겪는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차별의 축소판이다. 이번 인권위 결정을 넘어서 우리는 피해자의 존엄과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그리고 절대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과 사회의 책임을 끝까지 묻고 투쟁할 것이다.
2025년 5월 14일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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