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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집결한 장애인들 “우리에겐 탈시설이 민주주의”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이슬하 기자 게시일2022-05-18 조회수132
“5·18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이라고 적힌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 통합과 참여가 민주주의다. 탈시설권리 보장하라!”고 적혀 있다. 건물 앞에 수많은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5·18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이라고 적힌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 통합과 참여가 민주주의다. 탈시설권리 보장하라!”고 적혀 있다. 건물 앞에 수많은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광주 5·18 최후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에 탈시설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 통합과 참여가 민주주의다.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42년 전,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에 가득 찼던 광주 금남로는 휠체어 탄 장애인 활동가들로 빼곡히 채워졌고, 총탄이 날아다니던 하늘은 장애해방을 외치는 깃발들이 휘날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이 광주 5·18민주광장에 집결했다. 민주주의에서 소외된 자들이 ‘민주주의의 성지’에 모인 것이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이슬하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이슬하
서미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서미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 “우리에겐 아직 민주주의가 오지 않았다”

서미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위대한 우리 광주시민들의 민주항쟁이 지난 지 42년이 됐다. 그러나 2022년 5월 여기 모인 우리 장애인들에겐 아직 민주주의가 오지 않았다”면서 “장애인에게 민주주의는 이동권 보장이다. 장애인에게 민주주의는 평생교육권 보장이다. 장애인에게 민주주의는 탈시설권리 보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목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오늘 우리는 5·18 최후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에 모여 42년 전 광주시민들이 불의에 저항하고 연대했던 그 정신을 이어받아 장애인 차별에 저항하고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며 광주민주화운동과 장애해방운동 사이 연결성을 강조했다.

서재현 전장연 조직실 활동가는 5·18 첫 희생자가 장애인이었다는 기억을 환기했다. 청각장애인 고 김경철 열사(당시 29세)는 1980년 5월 18일 금남로에서 공수부대원들에게 붙들려 심한 구타를 당하고 다음 날 새벽 사망했다. 태어난 지 100일 남짓 된 딸이 있는 그였다. 서 활동가는 “5·18 때 처음으로 죽은 사람이 장애인이었다는 건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없다. 우리는 그간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죽는 이들이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 이슬하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그 뒤로 옛 전남도청 건물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이날 결의대회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장애청년노동자 고 김재순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 역시 함께했다. 지적장애인 고 김재순 씨는 2020년 5월 22일 광주 조선우드 공장에서 홀로 합성수지 파쇄기에 올라 폐기물을 제거하다 파쇄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김선양 씨는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박탈하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 국민이 주인이며 국민의 손에 권력이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울분에 차 말했다.

결의대회 중간에는 삭발식이 거행됐다. 전장연은 서울 경복궁역과 삼각지역에서 32차례 삭발투쟁을 전개했다. 이날 33일차 삭발투쟁에는 서울에서 온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나섰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박영석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리옹호활동가도 즉석에서 삭발을 결의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이렇게 두 동지가 삭발을 결의한 것은 우리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42년 전 민주화의 함성처럼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도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용목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행진을 이끌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용목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행진을 이끌고 있다.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경찰이 휠체어 탄 장애인 활동가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경찰이 휠체어 탄 장애인 활동가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 금남로 사거리 점거하고 ‘장콜원정대’ 진행 

결의대회를 마치고 충장로 골목을 따라 행진하던 활동가들은 금남로공원 인근 사거리에 다다른 오후 4시경 도로를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일빌딩245 방면 도로는 7시 30분부터 열릴 5·18 전야제 행사 때문에 차량이 통제된 상태였다. 활동가들은 왕복 6차선 도로 위에서 발언을 이어가며 민주주의에서 소외된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했다.

“시설에 산다는 것은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저는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키움 히어로즈의 팬입니다. 만약 제가 시설에 산다면 (광주를 연고지로 하는) KIA 타이거즈 팬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키움 경기 TV 중계를 볼 수 있을까요? 하나의 TV를 여럿이서 같이 보는 시설에선 아마 그럴 수 없겠죠. 그럼 저는 야구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볼 선택권이 보장받는 것’, 사소한 문제 같아 보이지만 저는 탈시설은 이런 거라 생각합니다.” (도연 광주인권지기 활짝 활동가)

도연 광주인권지기 활짝 활동가가 야구 응원처럼 박수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도연 광주인권지기 활짝 활동가가 야구 응원처럼 박수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사거리 점거 현장을 인근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 이슬하
사거리 점거 현장을 인근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이 도로에 앉아 피켓을 들고 있다.  “42년 동안 장애인에게 민주주의는 없었다.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광주지역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보장하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이 도로에 앉아 피켓을 들고 있다.  “42년 동안 장애인에게 민주주의는 없었다.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광주지역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보장하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은 광주의 장애인콜택시 새빛콜을 불러 점거하는 ‘장콜원정대’ 투쟁을 전개했다. 김정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광주시는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2020년 기준 광주의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는 129대지만, 116대만 운행되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률 역시 25%에 불과하다. 이것이 광주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이라며 새빛콜을 점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특별교통수단이 광주와 전남 전체를 잇지 않고 있다. 광주시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힘줘 말했다.

1시간가량 새빛콜을 점거한 이들은 오는 20일 광주시 건설교통국장과의 면담을 약속받고 해산했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가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건 채 새빛콜 리프트 위에 올라가 있다. 사진 이슬하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가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건 채 새빛콜 리프트 위에 올라가 있다.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이 새빛콜을 점거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이 새빛콜을 점거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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