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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결의문] 장애인들이 내 탓을 해야 하는 사회를 바꾸면 좋겠습니다 / 김영수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비마이너 게시일2022-05-19 조회수116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에서 삭발 투쟁을 했습니다.

5월 6일부터는 장소를 바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기획재정부 답변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이어갑니다. 장소는 윤석열 정부의 집무실이 있는 용산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김영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삭발식에 임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영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삭발식에 임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안녕하세요. 저는 성동센터 김영수입니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 지내며 밖에서 하는 활동을 잘 모르고 컸습니다. 중학생 때 우연히 성동센터에서 청소년 동료상담을 받고 자조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이를 통해 차별이라는 것을 알고 내 주변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상, 학교에서 느끼는 차별, 특별반에 가고 싶지 않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야 하는 현실, 항상 비장애 친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 친구들에게 부탁해야 하는 나의 모습.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지만, 그래도 빨리 졸업하면 이 모든 것들에서 벗어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더 독했습니다. 졸업 후 갈 곳 없는 현실, 아무것도 못 하는 인생, 부모가 내 돌봄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말들. 이런 낙인이 더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래서 영상 만드는 것도 배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했지만, 현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갈 곳이 없었고 부모님에게 저는 짐이었습니다.

김영수 활동가가 삭발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최진영 활동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 역시 지난달 27일 삭발해 머리가 짧다. 사진 이슬하 
김영수 활동가가 삭발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최진영 활동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 역시 지난달 27일 삭발해 머리가 짧다. 사진 이슬하 

그러다 성동센터에서 구청 복지 일자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의 삶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좋고 신났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줄 줄 알았고 제가 멋진 활동가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부담감과 사람에 대한 거부감만 더 생겼습니다. 나는 젊으니까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실제로 비장애인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다시 성동센터의 제안으로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앞선 일자리와 뭐가 다를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권익옹호 활동과 영상제작 활동처럼 내가 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일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는 동료들이 여기 있었습니다.

김영수 활동가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영수 활동가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최근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을 비하하고 시민들과 갈라치기하는 영상을 보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저는 지하철 엘리베이터에서 제가 타려는데 순서 기다리다가 저 때문에 사람들이 싸우는걸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제 탓이 아닌데도 죄짓는 기분이 들었고,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사실 제가 불편하고 비장애인들이 싸웠던 이유는 엘리베이터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고 정당하게 이야기하는 저희가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 장애인은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일하는 권리중심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저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갖고 당당히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권리중심일자리를 통해 장애인들이 내 탓을 해야 하는 사회를 바꾸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생애 첫 삭발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제가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활동가가 되겠습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삭발을 마친 김영수 활동가가 머리에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민생4법 제개정!”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 이슬하
삭발을 마친 김영수 활동가가 머리에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민생4법 제개정!”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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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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