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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설서 장애인 질식사 했는데 과태료가 끝… 장애계 고발장 접수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하민지 기자 게시일2022-08-11 조회수52

대구시 달성군 장애인거주시설 한사랑마을(사회복지법인 우함복지재단)에서 장애인이 벨트에 목이 졸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달성군은 과태료 200만 원 처분만 내리고 검찰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채,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10일 오전 11시, 달성군 달성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사랑마을 원장과 과장, 우함복지재단 대표, 사망사건 가해자 전 아무개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한사랑마을 건물. 2010년 6월 5일 개원 당시의 모습. 사진 한사랑마을 누리집
한사랑마을 건물. 2010년 6월 5일 개원 당시의 모습. 사진 한사랑마을 누리집

- 8년간 학대 누적, 결국 장애인 사망사건 발생

이번 사망사건이 일어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한사랑마을에는 발달장애인 30명 정도가 수용돼 있다.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조사한 결과, 학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4년부터 이번 사망사건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만 4건이다.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조사 결과, 4건 모두 가해자는 시설 직원, 피해자는 한사랑마을에 거주하는 장애인이었다.

- 2014년: 장애인이 휴지통에 버려진 두유팩을 다시 꺼냈다는 이유로 직원이 그의 신체 위에 올라타 얼굴, 등, 목 부위에 상처를 입혔다. 피해자가 울면서 고통스러워하자 직원은 그를 빈방에 혼자 들여보낸 뒤 문을 잠근 상태로 방치했다. 방 안에서 문과 벽을 치며 울부짖던 그는 끝내 골절상을 입었다. 당시 한사랑마을은 1명의 직원이 9명의 장애인을 담당하고 있었다.

- 2015년: 장애인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이 1m 길이의 화장실 청소용 빗자루로 그의 이마와 목을 2~3회 누르고 빗자루 손잡이를 입에 물게 했다. 시설장은 학대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직원은 스스로 중징계를 요청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장애인 학대”라 판단하며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한사랑마을은 인권위 권고 이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 2020년: 직원이 장애인을 방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이른바 ‘헤드록’을 거는 등 목을 졸라 그의 안면에 상처를 입혔다. 피해자는 아직 한사랑마을에 거주 중이다.

이 같은 학대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달성군은 한사랑마을에 주의·시정 조치 정도만 취했 다. 그러다 이번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24일 오전, 가해직원 전 씨는 30대 중증지적장애인 김 아무개 씨가 다른 장애인의 양말을 벗기려 한다는 이유로 김 씨를 수동휠체어에 태워 벨트를 채웠다. 이후 전 씨는 다른 장애인의 화장실 지원을 하기 위해, 김 씨가 탄 휠체어를 방문에 고정했다.

약 10분 뒤, 전 씨는 김 씨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숨을 못 쉰 채 실신한 것을 발견했다. 김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어 자가호흡이 불가능했다. 무의식 상태에서 약 두 달간 치료받다가 지난해 9월 19일, 끝내 사망했다.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피해자 김 씨는 무연고자로, 한사랑마을에 10년 이상 거주한 장기거주자다. 휠체어가 없으면 양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생활해야 했으므로 자의로 휠체어를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가 자신을 조르는 벨트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또 있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가해자 전 씨 외 다른 직원들은 학대신고 의무를 위반했다. 또한 한사랑마을 내 의료실은 직원 휴게실로 쓰여 장애인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었다.

달성결찰서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달성군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고발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달성결찰서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달성군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고발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 달성군은 과태료 처분, 검찰은 금고 3년 구형이 끝

장기간 학대사건이 쌓여 결국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달성군과 수사기관인 달성경찰서 및 검찰은 안일한 태도로 일관 중이다.

달성군은 지금까지 드러난 학대 중 2건만 조치했다. 이마저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2014년 사건 때는 주의·시정 조치했고 이번 사망사건 때는 해당 사실을 군에 신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 과태료 200만 원을 처분했다.

달성경찰서는 사망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때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수사의뢰를 했음에도 달성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만 적용해 가해자 전 씨를 검찰로 넘겼다.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으면 이번 사망사건이 개인일탈로만 치부돼, 장기간 벌어진 학대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정주리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이 사건이 가해자 전 씨의 단순과실, 개인일탈로만 치부돼선 안 된다. 피해자가 평소 시설의 어떤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부터 집중적으로 파악하려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성군 또한 한사랑마을에 마땅한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사태를 방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또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는 제외했다. 가해자 전 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금고 3년 형만 구형했다. 당초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기소됐으나, 재판 중에 피해자 김 씨가 사망하면서 공소장 내용이 변경됐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이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다. 징역형보다 낮은 수위의 형벌로서 양심수나 정치범 등에 주로 선고된다.

기자회견 피켓. ‘장애인 학대 사망사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처벌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기자회견 피켓. ‘장애인 학대 사망사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처벌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 달성군도 재조사 의지 없어… 장애계, 한사랑마을 관계자 고발장 접수

대구장차연은 지난달 4일,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달성군에 민관합동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약 3주 후인 지난달 28일, 대구장차연은 최재훈 달성군수(국민의힘)와 면담했지만 달성군은 민관합동조사를 거부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한 차례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장애계는 10일 오전, 달성경찰서에 한사랑마을 원장과 과장, 우함복지재단 대표, 가해자 전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복지법 위반이다.

정주리 사무국장은 “가해자 전 씨 한 사람의 행위로 이번 사망사건이 발생한 게 아니다. 시설의 격리성과 폐쇄성, 장애인을 통제하는 특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한사랑마을에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애 대구장차연 상임대표 또한 해당 사건 원인이 가해자 개인이 아닌 장애인거주시설 구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수백 명이 사망한 대구시립희망원 같은 사건은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달성경찰서에 시설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조사를 요구했다.

서영화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서영화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서영화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무연고자인 피해자가 시설에 갇혀 생활하다 허망하게 떠났다. 누구를 위한 시설이었나. 휠체어에 벨트로 묶인 채 질식해서 사망해도 되는 목숨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성토했다.

대구장차연은 한사랑마을에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집하고 있다. 가해자 전 씨에게는 오는 9월,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 탄원서 동참 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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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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