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아래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미화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민규·남인순·정태호 의원이 공동주최하여 서울시의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시도에 대한 국회의 우려를 표했다.
- 서미화 의원 “서울시의회, ‘탈시설지원조례’ 폐지하면 안 돼”
서 의원은 “서울시의 탈시설지원조례 폐지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인권가치의 실현을 위한 탈시설 정책 흐름을 외면하는 것이다. 탈시설 정책을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저울질하는 것”이라면서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안이 시의회에 다루어지는 것은 명백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라고 우려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자립적으로 생활하기와 사회통합)에는 “모든 장애인이 다른 이들과 동등한 선택을 통하여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탈시설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이 협약을 비준했다. 협약은 헌법에 따라 체결된 국제 조약으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서 의원은 “협약에 근거해 탈시설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발의하겠다”고도 밝혔다.
- 탈시설 당사자 “중증장애인도 자유롭게 살 권리 있어”
이날 기자회견에는 탈시설장애인 당사자들이 함께했다.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로, 태어나자마자 시설에서 살다가 8년 전 탈시설했다. 박경인 대표는 “탈시설은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당연한 권리이다. 왜 시의회나 국회의원이 바뀔 때마다 장애인의 삶이 좌우되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이 시설에 나와 힘들게 산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해서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 우리 모두는 사회에 나와 살 때 완벽할 수 없다.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실수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권리”라고 덧붙였다.
이수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 역시 탈시설한 중증장애인 당사자이다. 집 안에서 41년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15년을 살았다. 이수미 대표는 “지역사회에 자립생활 기반이 형성되어 있었다면 결코 시설에는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중증장애인들도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서울시의회는 탈시설조례 폐지 이후 준비 중?
서울시의회에선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이후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유만희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은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조례안은 기존 탈시설지원조례에서 지원주택 등 자립지원 관련 내용만을 가져와 현재의 자립생활 지원 조례에 해당 내용을 보충한 것이다. 핵심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탈시설 용어 대신 자립지원 용어를 사용”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이는 ‘탈시설’이라는 표현이 ‘시설은 없어져야 할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안겨주기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탈시설 반대파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조례는 유만희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16명이 공동발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알리며 “유만희 의원은 개정조례안을 당장 폐기하라”고 규탄하며 “장애인들은 탈시설지원조례를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는 오는 17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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