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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원 시설장 징역 15년 선고했지만… ‘위력’ 외면한 법원, 강간 혐의 일부 무죄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김소영 기자 게시일2026-09-02 조회수19

거주인 성폭행 및 폭력 혐의로 기소된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전 시설장 김 씨에게 법원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피해자 1명에 대한 장애인피보호자강간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1심 선고 직후인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1명에 대한 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재판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와 목소리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며 판결을 비판했다.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색동원 성폭력 사건 1심 선고 색동원 공대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색동원 성폭력 사건 1심 선고 색동원 공대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피해자 4명 가해 인정했지만… 성폭행 피해자 1명 강간 혐의는 무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형사부(재판장 엄기표 부장판사)는 성폭행 피해자 3명과 폭력 피해자 1명에 대한 김 씨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장애인복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자들의 진술에 증명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진술 과정과 내용 모두 충분한 신뢰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거짓으로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었으며, 법정에서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직접 신문한 결과 반대신문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진술의 일관성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장기간에 걸쳐 특정돼 있어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행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범행 일자나 시간을 정확히 기억해 진술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가능한 범위 이상으로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사실상 이 사건과 같은 중증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폭행 피해자 중 1명에 대해서는 김 씨의 성폭행 행위를 장애인복지법상 성폭력 행위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피보호자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만으로는 폭행이나 협박에 해당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피해자에 대한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김 씨가 ‘위계’나 ‘위력’을 사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시설 권력형 성폭력, 사법부는 엄중히 판결하라!”, “검사 구형 20년! 사법부는 피해자의 존엄에 응답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시설 권력형 성폭력, 사법부는 엄중히 판결하라!”, “검사 구형 20년! 사법부는 피해자의 존엄에 응답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장애·여성계 “시설장의 위력으로 벌어진 성폭력… 장애여성의 피해를 직시하라”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재판부의 판결에 굉장히 분노하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1항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다른 조항을 적용할 수도 있었다. 또는 폭행·협박을 폭넓게 인정해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다”며 “최근 새로운 판례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폭행·협박을 피해자의 저항 정도가 아니라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만으로도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이처럼 판단 기준과 수위를 달리 적용할 여지가 있었지만, 재판부는 그 모든 것을 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정주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자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의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던 성폭행 사건이 80%에 달한다. 이는 가해자가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피해자의 장애, 성별, 사회적 지위, 경제적 조건 등 이미 존재하는 권력의 격차를 이용해 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시설장이 자신의 위력을 이용해 거주시설 입소자들에게 성폭력을 자행한 사건이다. 오늘의 판결은 이러한 차별적 구조를 직시하지 않고 장애여성의 경험을 이해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사법부의 무능이자 직무유기”라며 “사법부에 요구한다. 피해자들이 남긴 진술 하나하나를 통해 시설 안에서 장애여성의 어떤 성적 권리가 침해됐는지 똑바로 마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주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공대위의 미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떨리는 손과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미소 활동가는 “오늘 피고인이 기소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세 분이다. 나머지 분들은 구어로 자신의 진술을 말하기 어려운 분들이어서 기소되지 못했다”며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언어로 진술할 수 있었던 세 분만 기소돼 오늘 재판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에 있던 장애여성 19명, 그리고 색동원이 만들어진 이후 그곳에 있었던 모든 장애여성이 피해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피고인은 지금 피해자로 호명되지 못하고 있는 분들, 현재 쉼터에 계신 다른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가해행위에 대해서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징역 15년과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각 10년간 취업제한, 형 집행 종료 뒤 보호관찰 3년도 명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전자장치 부착을 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성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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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30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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