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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보다 행동으로, 손끝으로 여는 민관협력
분류한국장애인신문 글쓴이한국장애인신문 게시일2026-10-02 조회수37
제21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 광진구·서대문구 공동 부스 앞에서 '사랑해' 수어를 함께 표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지훈 광진구의원, 필자, 이정헌 광진구갑 국회의원, 추호성 수어통역사, 이정헌 국회의원의 비서)  (사진 : 광진구수어통역센터)
제21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 광진구·서대문구 공동 부스 앞에서 '사랑해' 수어를 함께 표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지훈 광진구의원, 필자, 이정헌 광진구갑 국회의원, 추호성 수어통역사, 이정헌 국회의원의 비서)  (사진 : 광진구수어통역센터)

수어통역센터장으로 부임했을 때, 지역 의원이나 행정가 가운데는 농아인과 수어를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농아인의 삶과 언어, 수어통역센터가 하는 일을 하나하나 알리며 다가가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부임 후 가장 먼저 이루고 싶었던 꿈은 센터만의 상징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작 비용도, 절차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이정현 사회복지사가 아이디어를 냈고, 추호성 과장이 "구청에 먼저 물어보자"고 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구청 대표 캐릭터를 센터에서 쓰도록 흔쾌히 허락했고, 그렇게 '수어하는 광이진이'가 태어났다. 구청 홍보담당관의 도움으로 센터는 민관협력으로 '수어 캐릭터 L자 파일홀더'를 만들어 나눌 수 있었다. 지금 돌아봐도 가장 잘한 일이다.

광진구는 원래 이런 일에 앞장서 온 곳이다. 일찍이 '장애인복지과'를 따로 두었고, 공무원과 주민을 위한 '농아인 이해 및 장애인식개선교육'도 앞서 열었다.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뒤 평생교육과의 협조와 열정으로 이 교육이 시작되었고, 이후로는 장애인복지과가 맡아 이어 가고 있다. 내가 관내 곳곳으로 교육을 다니는 동안 늘 꼼꼼히 챙겨 준 공무원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현장을 챙긴 의원들도 있었다. 김영옥 서울시의원은 수어통역사 배치와 인건비, 센터 사업까지 살뜰히 챙겼고, 그 노력 끝에 올해부터 농아인과 중도실청농인, 이주여성농인을 위한 '수어한글교육'이 시작됐다. 최두호 서울시의원은 후보 시절부터 10대 소년 같은 눈빛으로 현장을 찾더니, 지난 9월 11일 서울시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 25개 자치구 수어통역센터의 통역서비스 수입금을 수어교육과 농아인 복지에 다시 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 준 순간도 있었다. 최근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제21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에서다. 이정헌 국회의원(광진구갑)과 유지훈 광진구의원은 개막식 전부터 현장에 와 있었다. 얼굴만 비추고 가는 인사가 아니었다. 오전 내내 머물며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악수를 나눴고, 부스를 돌며 직접 수어를 배웠다.

수어를 낯설어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나에게는 그 모습이 큰 감동이었다. 오후에는 장지은 광진구의원과 장애인복지과 직원들이 찾아와 모든 부스를 체험했다. 이들은 농아인과 수어, 농문화를 새롭게 알아 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알면 달라진다 ― 부스 체험을 마친 뒤 '사랑해' 손 모양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왼쪽부터 김지은계장, 장지은 광진구의원, 필자, 함아림 팀장)  (사진 : 광진구수어통역센터)
알면 달라진다 ― 부스 체험을 마친 뒤 '사랑해' 손 모양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왼쪽부터 김지은계장, 장지은 광진구의원, 필자, 함아림 팀장)  (사진 : 광진구수어통역센터)

나는 귀빈 안내를 추호성 과장에게 맡기고 부스를 지켰다. 서대문구와 함께 꾸린 부스에서 지명수어 카드로 시민들에게 수어를 가르치고 질문에 답했다. 미션을 완수한 시민에게는 '수어하는 광이진이' L자 파일홀더와, 서대문구와 함께 만든 올해 한정 광목 파우치를 기념품으로 건넸다. 부스 앞에서는 처음 만난 시민들이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을 펴는 '사랑해' 손 모양을 함께 해 보이며 웃었다. 농아인 당사자이자 센터장으로서, 수어와 농문화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 내 몫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축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마음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인천 송도 해안가에 세워진 바로 그 '사랑해' 손 모양 조형물이 "흉물", "손가락 욕 같다"는 말을 들으며 철거 민원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농아인의 언어로 전한 '사랑해'가 조롱거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농인 당사자들이 먼저 목소리를 냈다. 철거 대신 조형물 옆에 뜻을 알려 주는 안내판을 세우고, 시민이 직접 손 모양을 따라 하며 사진을 찍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나는 이 제안이 옳다고 믿는다. 광진구에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수어를 낯설어하던 의원과 공무원들이 교육을 받고, 축제에 와서 손을 움직여 보고 나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가 되었다. 며칠 전 장지은 구의원도 같은 마음을 전해 왔다. 흉물이라 말하는 이들은 어쩌면 수어와 농아인을 몰라서 그랬을 수 있으니, 이번 일이 농아인 이해 및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넓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모르면 낯설고, 낯설면 오해한다. 그러나 알게 되면 달라진다. 광진구가 이어 온 교육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만들어지면서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로 법에서 인정받았다. 올해로 10년이다. 하지만 법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향한 관심과 진심이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상대도 마음을 연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자리에 있어도 '농아인과 청인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향해 같이 걷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센터장으로 보낸 두 해를 돌아보니, 이 모든 걸음이 광진구였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도 광진구에서 오래 이 길을 걷고 싶다. 손끝으로 마음을 잇고, 민과 관이 손을 맞잡는 이 걸음이 광진구를 넘어 송도까지, 더 멀리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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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장애인신문 http://www.koreadisable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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