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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12_조미영] ‘변신’과 ‘아무튼 아담’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12-24 조회수3,042

변신아무튼 아담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자신의 몸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다 보면 허무맹랑한 픽션이 아니라 벌레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나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배척하고 폭행하고 언어폭력을 일삼는 비정한 사회를 엿보게 된다.

벌레로 외모가 바뀌었지만 남자는 가족들과 소통하고자 안간힘을 쓰는데도 가족들은 자신들의 삶에 그가 사라져 주기만을 바랄 뿐 남자에게 아무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어느 날 내게 닥친 불행을 가족조차 감싸주지 않는데 사회에 소리쳐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겠지만 이제는 소리 내야 한다. 장애의 책임은 가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있는 힘껏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영화 아무튼 아담을 보면서 나는 소설 변신을 떠올렸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더 실감나면서도 아담을 둘러싼 인적 자원들의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100여 년 전에 쓰여 진 것이지만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다.

여전히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무시와 배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아담은 자신의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신 채 호기롭게 호수로 뛰어 들어가던 중에 목뼈 부상으로 사지마비 장애를 입는다. 그 앞 장면에서 담 위에 올라가 승진을 발표하며 들떠 있던 아담이 아래로 떨어질 때의 복선은 아찔하다.

삶을 포기하려고 그 호숫가로 가지만 아담은 새로운 다짐으로 일상에 복귀한다. 그를 지원하는 치료사와 경제적으로 궁핍함에도 항상 미소 띤 표정의 형, 무조건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어떤 도움을 줄지 살피는 부모님은 그의 커다란 인적 자원이었다.

자립을 말하고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 혼자의 힘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립과 독립은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포함해야만 가능한 것이고 그리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선언했지만 현실적으로 달라진 것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요즘의 코로나19 사태는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자가격리로 외출이 단절된 상황에서 활동량 많은 자폐인들의 고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마스크를 끼지 못해 집에서만 있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모가 집에서만 있으면서 마스크를 끼게 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 복지관이나 센터에서 이 분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해야 가정에서의 교육도 이루어질 수 있다.

나 역시 자폐성장애인 성인 아들이 집에만 있을 때 6개월 동안 마스크 끼는 걸 시도도 못했다. 거부부터 해버리니 강제로 하게 할 순 없었는데 센터에 나가면서 1분씩 끼면서 시간을 늘려나갔더니 지금은 목에 걸고 다니며 수시로 하는 걸 그리 힘들어 하지 않는다.

모든 기관들이 이 난국에 비대면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주면 좋겠다.

 

영화 보는 동안 산발적인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실물 사진으로 그의 아내와 딸을 보니 내가 느낀 안타까움마저 미안할 지경이었다. 누가 누굴 함부로 안쓰러워하고 동정할 일은 절대 아닌 것이다.

변신의 주인공처럼 더 이상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튼 아담처럼 이 세상의 많은 아담들이 용기를 가지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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