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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이명선]행복했던 3학년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2-09-05 조회수691

 

팬더믹 상황으로 인해 길었던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되었다.

 

 

새학기만 되면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 면담에서 하셨던 이야기 중 일부분이 항상 귓가에 맴돈다. 온유같은 아이는 더 이상 좋아지는게 없잖아요라는 이야기다.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지만 엄마인 나는 좋은 쪽으로의 생각보다는 왜 이렇게 이야기 하시지? 우리 아이를 얼마나 아신다고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데......이렇게 섣부른 판단으로 아이를 평가하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새 학년이 될 때마다 두려움과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3학년이 되었고 첫 등교를 했다.
 

 

3월의 첫 등교 후 하교 시간에 온유를 맞이하려는데 저 멀리서 보이는 온유의 모습에서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고 온유에게 조금은 덜 걱정 스런 태도로 대할 수 있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선생님이신데 너무 예쁘시고 잘 웃으셔서 좋아. 친구들도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도 있고 새로운 친구들도 있는데 ○○○는 나랑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같은 반이라서 좋아.

너무 기대가 돼.”라고 이야기하며 연신 어깨를 들썩거리며 눈과 입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첫날이니까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3학년이 되면서 엄마와의 독립도 자연스러워졌고 스스로 잘할 거라고 믿어 보기로 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이 지난 후에도 온유는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학교생활에 만족하며 다녔고 자주 괴롭히는 친구에게는 언어적 표현으로 단호하게 표현할 만큼 성장했다.

매일 학교생활을 즐거워했고 잘 다니고 있었지만 학년도 높아졌고 아이도 3학년이 되었으니 온유의 마음을 살피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에 평소처럼 자주 대화도 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마음속으로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엄마: 온유가 혼자 있는 시간은 없어?

 

온유: 있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운동장에 나가거나 복도에서 놀면 혼자 있을 때도 있어.

엄마: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러면 뭐하고 있어?

온유: 그때는 교실에 있는 친구들을 부르기도 하고 친구들 뭐하는지 관찰도 하고 다음 시간 교과서를 보기도 해.

엄마: 그럼 외롭거나 슬프지 않아?

온유: 가끔은 그런데 많이 그렇지는 않아. 다른 때는 친구들이 잘 놀아주거든. 괜찮아

 

이렇게 대화를 끝내고 온유가 있었을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많이 외로웠겠구나, 슬펐겠구나, 속상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온유도 나름 자신의 장애를 잘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리와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했다모둠 수업이 많았던 교과 학습 시간에서도 또래와 같은 수준으로 잘 적응하며 자신만의 필살기와 노력으로 급성장을 했다.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엄마한테 의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실제도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이였지만 학교라는 곳에서는 엄마의 개입 없이 잘 다녀 준 것에 너무 고맙고 매년 고민이고 걱정이었던 또래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놓아도 될 정도가 된 것 같았다.
 

 

4학년이 되는 것도 이젠 두렵지 않았고 겨울방학에는 미리 4학년을 준비하는 예습까지 하는 아이가 되었다.

 

초등학교 6년 중에 가장 좋은 꽃같은 학년이 3학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온유도 꽃처럼 예쁘고 밝고 환하게 활짝 핀 꽃처럼 잘 다닌 3학년이었다.


4학년도 꽃길이길 기대하며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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