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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새벽까페 19_김종옥] 장애학생이 위험하다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위험한 생각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08-17 조회수900






장애학생이 위험하다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위험한 생각

 


1.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어제,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면서, “·중등교육법을 개정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관련 법령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아동복지법상 교원을 금지행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아동학대처벌법도 개정을 요구해 아동학대 범죄 신고 의무자 범위에서 교원을 제외하겠다고 했다.

 

놀랍다. 교원을 금지행위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고, 교원에게 아동학대 범죄 신고 의무를 없애겠다니. 정말 경기교육감 뜻대로 된다면 학교 현장은, 특히 장애학생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 될까. 두려운 마음에 옛 기억까지 뒤섞이며 많은 생각이 두서없이 올라온다.




2.

학교란 그 사회에서 가장 평등한 곳이어야 한다. 사람은 모두 평범하고 누구나 평등하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상징의 장소여야 한다. 그 곳에서 누구도 동등해야 한다. 누구도 누군가의 위에 있거나 누군가의 아래 있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이 감수성이 몸에 배지 않으면 학교 밖 사회에서 숱한 불평등과 불의에 맞설 수도, 그것을 알아차릴 수도 없게 된다. 나는 평등하게 존엄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언감생심, 키워낼 생각도 하지 못하는 학창시절을 지냈다. 나중에야 뒤늦게 그 시절이 얼마나 불의했던 것인가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내 아이는 그런 시절을 겪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우리는 학주를 비롯한 교사들에게 수시로 뺨을 맞고 먼지 나는 출석부로 두드려 맞았다. 부모는 내 새끼만 잘 봐달라고 교사에게 촌지를 먹였고, 소풍 때면 목욕비도 챙겨줬다. 차별의 말도, 은근하고 거북한 손길도 있었다. 그 안에서 희생된 자는 누구였던가. 가난한 집 아이들이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촌지를 받은 교사들도 자존심을 할퀸 희생자였다고 믿는다. 본인들은 몰랐겠지만.

평등하지 않은 학교였다. 인간과 인간의 무게가 같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시절이 내 학창시절로 끝나는 것 같아서 변해가는 세월에 고마웠다.

 


3.

그러다 내 아이가 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그 악몽이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학교를 보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교감은 장애학생 엄마들을 불러놓고, ‘어려운 애들을 맡아주니 엄마들은 선생님에게 정말 잘해야 한다고 훈시했다. 시키지 않아도 장애학생 엄마들이 매일 교실 청소를 했다. 바뀐 시간표를 누구도 따로 알려주지 않아서 빈 교실에 멍하니 앉았던 아이는 운동장에 서서, 반 아이들이 다 있는 데에서 담임에게 혼나는 엄마를 보아야 했다. 엄마는 최대한 혼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려고, 아이들에게서 비껴서서 잇몸을 드러내며 자꾸만 웃었다. 웃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게서 겪지 말아야 할 모든 일을 다 겪었다. 모래가 뿌려진 몸이 가려워 아이는 수업시간 내내 몸을 뒤척였고, 벌레처럼 몸을 꼰다며 놀림을 받았다. ‘띠껍게 군다는 이유로 여럿이 아이를 끌고가 입 속에다 쓰레기와 침을 뱉었다. (쓰다보니 한도 없다, 따로 모아서 그 시절을 고발해야 속이 후련할 것 같다.)

 

학교는 악몽이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은 평등하지 않았고, 교사는 평등을 가르치지 않았다. 학교는 평등한 곳이 아니라 경쟁하는 곳이고, 평등은 경쟁에서 이기거나 유리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논리였다. 단지 두 명의 교사만이 아이들에게 인권을 부르짖었고, 2년 동안만 아이는 안전했다.

 

나는 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내 아이 이후에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했다. 아마도 내 아이도 그렇게 바랐으리라.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장애학생에게 가혹한 장소이다.(물론 다는 아니다)

 


4.

교사가 목숨을 끊었고, 그 사건으로 무너진 교권의 현실이 고발되어, 온 나라가 여름 내 펄펄 끓었다. 입 달린 자는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기에 말을 보태기도 민망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장애학생이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주범으로 소환되었다. 어이없다.

단 한마디로 묻는다면 이렇다.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의 어려운 행동문제가 교권 침해의 증거들인가. 장애학생은 오직 민폐이고 가해자인가. 장애학생은 그를 제외한 나머지 교육현장의 주체들과 평등한 지위를 갖고 있는가. 평등한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가.

 

지금 단단히 잘못된 교육현장을 바로잡고 싶다면,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잘못된 바닥이 어디인지 내려가 살피고, 누구도 다치지 않을 장치는 무엇인가 찾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결같이 머리와 가슴에 새겨두고 스스로 검증해야 하는 것은, 학교는 그 사회에서 가장 평등한 곳, 구성원 누구도 똑같은 무게로 존중받는 존재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얼결에, 여론의 광풍에 슬쩍 편승해서, 이참에 눈엣가시 같은 학생인권이니 평등교육이니 하는 좌파식생각들을 싹 몰아내려는 반교육적 기도를 멈추라. 누구를 손쉬운 희생양 삼고 여론을 왜곡시켜서 뭔가 세상을 거꾸로 돌리려는 가짜교육전문가들은 자리를 내려놓으라. 스스로 하는 일이 짓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부끄러움을 짐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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