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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너와 나의 시간들 06_김명희] 딸은 나에게, 아들은 또 나에게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09-06 조회수483





 오늘 퇴근은 딸 집으로 향했다. 딸이 결혼하고 김포에 살고 있는데 같이 회사에 다녀서 늘 마주치며 살지만 때로는 보고 싶다며 또 때로는 자고 가라며 붙잡는 날이 많다. 그런 이유를 돌아다보면 아들과는 4살 차이가 나지만 어려서부터 아들의 치료와 여러 이유로 외할머니께서 육아를 도와주셨던 탓에 엄마인 나에게는 사랑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자식 중에 아픈 아이가 있으면 알게 모르게 그 아이에게 눈길 손길이 먼저 가게 마련이고, 또 혹여 더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나는 더 아들에게 매달려있었다. 더구나 친정엄마가 함께 살면서 나의 힘듦을 도와주었고, 딸의 모든 것을 다 돌봐주시는 걸 믿고 의지하는 마음에 돌이켜보면 딸에게는 늘 소홀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부터 너무 순하고 해서 신경 쓸게 별로 없었고 아들에 비해 늘 조용히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고 양보하면서 참 어른스럽다고 느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자주 시청하면서 육아에 대한 양육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수 있었고, 금쪽이라고 불리는 아이보다 또 다른 형제나 자매를 보는 시각에 눈을 떴다. 거기서 우려하는 문제점과 금쪽이 외 다른 아이로서 상처받는 심리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 될 것들을 내가 고스란히 딸에게 느끼게 하는 지난 날이었다. 그래서 결혼하고 나이가 들었지만, 충족하진 못했던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유난히 엄마랑 엄마랑~~’이라며 엄마와의 시간을 오롯이 둘이 보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생겨난 듯해, 그 또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하여튼 또 엄마랑~~’ 그게 또 오늘이고, 내일은 어디 스파를 예약해 놨다며 민망스러운 수영복까지 준비했다고까지 하면서 자고 가라고 한다. 어쩌다가 자고 가라고 할 때나 놀러 가자고 할 때도 가끔은 전제조건이 붙는다. ‘엄마만이라는 그 조건이 붙는 그날은 영락없이 아빠랑 오빠는 그냥 집으로 고이 가랍신다~~’라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오늘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었는지,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남편의 행방을 묻는

"아빠는 미리 갔고?"라는 나의 말에

"그럼, 오빠는?"이라고 되물어 왔다.

"아니 같이 자고 오빠는 내일 엄마랑 바로 출근하라고 해야지."라고 했다.

그때는 아직 퇴근 전이고 며칠 전 교통사고 여파로 허리, 목이 아파서 물리치료를 일주일째 받는 중이지만 호전되지 않아서 조금 일찍 나와 한의원에 같이 가보자며 가던 중이었다.

"그럼 퇴근하고 오빠는 어떻게 와?"

"치료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가야지."

갑자기 가시 돋친 듯 "지금 막히고 피곤한데~~"라며 불편한 심기가 역력해 보였다.

"그럼 어쩌니, 내가 어제 같이 자고 간다고 했었잖아."

나는 왜 늘 딸 앞에서는 작아지며 눈치를 보게 되는지, 그러면서도 혹여 나로 인해 또는 오빠를 포함해 우리로 인해 불편하고 그럴까 조심하게 되었다. 또 딸에게는 오빠이고 나는 아들로 인한 생각 차이가 저만치 느껴지는 거리로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그 오빠는 다른 사람과 조금 특별한 나의 아들이다. 딸로서는 오빠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늘 먼저 생각해 주어야 했고 양보해야 했고 엄마와의 시간도 늘 오빠가 먼저 가져간 후 남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을 거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이면 늘 교실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게 크고 자라 지금은 서로 20대 후반 아들은 겉모습은 장성한 청년이지만 아직은 많은 것에 서툴고 부족함이 많은 딸에게는 그런 오빠다. 하지만 여동생을 끔찍하게 좋아한다. 결혼을 조금 일찍 하고 남편이 생기고 둘만의 오붓한 공간에 때로 불청객으로 찾아드는 오빠가 불편했던 거다. 불편하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신경 쓰일 만큼 많은 말을 하고 거기다 때로는 안 해도 되는 말과 요즘 아이들 말로 낄끼빠빠가 잘 안되니 가끔은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 그런 점에서 좀 가끔 왔으면 그런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들은 동생이 결혼한 후, 유일하던 동생이 없으니 허전하다고 집이 텅 빈 것 같다.’며 감정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그래서 가끔 동생 집에서 자고 가는 게 최상의 행복한 날로 알고 있다는 것도 딸은 안다. 그렇지만 그 후 대화는 상심이라고도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너는 지금 젊었는데도 그렇게 오빠를 대하는데 더 나이가 들면 어쩌니?“

"? 내가 늘 말했지 무슨 잘해준 게 있어야지.“

"스페셜한 오빠가 너한테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뭘 바래, 몰라 난."

딸내미 속내를 듣고 나니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런 책임감과 무게감으로 오빠를 안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도

"남같이 대하지만 말라고~ 잘해주고 못 해 준 걸 떠나 그냥 가족이잖니, 부족한 오빠가 널 위해 뭘 해 줄 수가 있니?"하고 감정 섞인 말을 쏟아냈다.

"그러니까 부족한 오빠를 내가 왜?"

그 말에 나도 와락 화가 나서

"너한테 책임지라고 안 해. 후견인 정할 테니 걱정하지 마."

속으로는 너한테 맡기지 않는다는 말 유언장에도 적어 놓을게.’라는 말까지 내뱉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죽은 후에는 결국에는 자기가 돌보고,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를 느낄 게 사실임을 알기에 도장 찍듯 하는 말은 꾹 삼켰다.

 

가끔은 오빠를 보면서 어느 때는 짠하고 말 안 듣고 자기 맘대로 행동하면 보기 싫고라는 말로 마음을 내보이기도 하며, 부모 같은 마음으로 오빠를 보기도 하고 사소한 것도 잘 챙겨주며 누나 같은 동생의 모습을 보였지만 때로 보이는 마음을 읽어 보면 아들의 존재와 미래를 부모인 나처럼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오빠에 대한 책임감을 벗고, 너의 삶에서 행복하고 즐겨.’라고 말은 또 그렇게 하지만, 그 또한 마음에 전해지지 않는 말이 되리라는 것도 안다.

 

어쨌든 이 저녁에는 엄마와 동생이 어떠한 대화를 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너 싫어할까 봐 양말 챙겨왔어. 발 냄새가 날까 봐."

동생 앞에서는 한없이 고분고분한 딸의 오빠 나의 아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라며 행복해한다.
 세월은 흐르고 우리가 마냥 사는 건 더구나 아니니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게 숙제를 잘 해결할 수 있게 정리 정돈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정답은 찾을 수 없어도 서로를 위한 무엇인가의 결정이 필요한 때임이 오늘은 새삼스럽게 크게 다가와 마음에 내려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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