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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너와 나의 시간들 07_김명희] 사랑 그것은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0-10 조회수482





사랑 그것은

 

사람의 감정이란 희노애락이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고, 그 감정이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누군가 하지 말라고 해서도 하라고 해서도 일부러 생겨나지 않는 그런 것이라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비장애인의 사랑은 정상이고 장애인은 사랑의 감정조차도 가지면 안된다거나, 그 감정 마저도 비정상적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인지, 일반적이지 못하다고 또 보통 사람보다 조금 특별하다고 해서 원초적인 사람의 감정을 가질 수 조차 없는 것인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강제적으로 억압하는 현실을 마주했던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이 대학 졸업을 하고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카페에 취업했을 때였다. 지적장애가 있지만 희노애락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줄 알고, 언어도 완전무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주위에서 부러움을 살만큼 구사하여 상호작용도 별 무리 없이 지내는 편이었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이 7~8명 되는 듯했다. 학교생활이 아닌 사회생활로서 이렇듯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서로에게 주어진 일을 함께하면서 사회 일원으로서 첫걸음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카페에서는 주로 테이블을 정리하거나 레시피를 외우기도 하고 가끔 간단한 음료를 제조하기도 한다며 하루 일정을 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근무하는 일정과 공지 등을 알리는 단체 톡에서 서로 인사도 했다. 처음에는 일정 등의 공지를 익히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한 톡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는 개인적으로 톡도 전화도 문자도 주고받는 사이가 된 것 같았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하는 것에도 친구들과도 평소 그러했으니 어려움 없이 주고받았고 그중 특히 한 선배와 연락처를 주고받으면서 선후배로서 잘 지내는 듯했다.

어느 날부터 선배 이야기를 자꾸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배라고 해서 일반적인 생각에 같이 근무하는 나이가 더 많은 남자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날은 퇴근을 같이했다고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레시피 외우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는데, 그 말을 하는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게 유난히 반짝거렸다. 그래서 선배라는 사람이 혹시 여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들에게 "선배가 여자분이니?"라고 물었다.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그 선배가 착하고 일도 잘 도와준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일반적인 감정이 아니라 특별한 감정이 있나 보다.’라는 생각에 내심 아들이 보통의 평범한 성인 남자들이 느끼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설렘도 느낄 줄 아는가?’ 싶어서 부모로서 너무 흐뭇하고 기뻤다.

그 후 아들의 이야기를 기억해 내며 돌아보니, 그 여자 선배는 아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카페에서 매니저님과 미팅이 있을 때 주문한 커피를 가져다주었던 그 직원이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아들 또래였고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언어도 행동에도 자연스러움이 묻어났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다며 은연중에 매니저님이 했던 말도 기억이 났다. 그리고서 아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더니 퇴근 후에도 가끔 둘이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짐작으로 그 선배라는 사람과 좋게 지내고 있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니저님으로부터 황급한 연락을 받았다. 부모님이 아셔야 한다며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아들이 잠시 쉬는 시간에 그 선배에게 팔짱을 꼈다고 했다. 그리고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는 지금껏 없었던 일이고 무엇인가 아들이 엄청나게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분위기여서 나도 엉겁결에 연신 죄송하다. 잘 지도하겠다.”라고 몇 번이나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난 후 생각해 보니 죄송할 일도 아니었고, 더구나 "큰일 났다."라는 말은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같이 근무하는 사람끼리 사내 근무를 하면서 마음이 움직이면 서로 사랑도 하고 연애도 하는데, 장애인이라고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좋아한다는 표현조차도 못 한 채 감정까지 제어해야 하는지. 서로에게 느끼는 호의적인 감정을 강제적으로 무시하라고 종용하고 잘못된 행동이라며 혼을 내야 하는 것인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그 후 분위기는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고 회사 규칙에도 어긋나는 행위라서 권고사직으로 그만두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좋아한다는 문자를 주고받은 게 퇴사해야 할 이유, 혼날 이유가 되고 큰일 날 일이라며 부모에게까지 경고를 알리는 전화를 해야 했던 걸까? 부모 입장은 다 그렇겠지만 그러한 감정표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복지관이나 매니저 그리고 상대 부모님께도 우리 아들이 나쁜 아이로 찍혔다고, 나쁜 사람이라는 풍문이 나돌아 나쁜 평가로 남았다는 말까지 전해 듣고는 몹시 씁쓸해졌다.

물론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염려해서인 줄도 알고 감정 처리 방법에 서툴러서일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했다고 자기가 책임추궁을 당할 수 있다며 그만두기를 통보하고 퇴사를 강요하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이들이 스페셜하다고 해서 감정표현을 억압하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라고 해서, 선생님이라고 해도, 회사 대표라도 그럴 자격도 의무도 없다. 그 누구라도 그런 강제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또는 넓게는 인권침해고, 인간 존중이나 평등에서도 어긋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이들이 표현 방법이 서툴고 방법을 매끄럽게 할 줄 모르니, 그냥 좋다고 했다고 무조건 징계나 퇴사를 언급하기 전에 각자의 감정을 존중해 주되, 직장 내에서의 예의와 성교육 등으로 접근해서 서로의 감정표현 방법도 알려주고 사랑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고 알려주었으면. 사내에서는 또는 근무 시간에 할 일을 못 할 정도의 어떤 조절력이 부족할 때는 조언과 충고로 도움을 주고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혼내고 전화 문자 톡 하지 말라는 둥 너무도 제한적이고 권위적인 조치가 몹시 불쾌했다. 사회생활 중 사람들끼리 살아가면서 배우고 느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면 왜곡되게 전달할 수도 있을 듯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나쁜 행동이라고 지적받으니 그 또한 그러한 감정들을 왜곡해서 인식할 수도 있고, 숨어서 하는 성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필요하다면 성교육 함께 들으며 어떻게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추천을 해본다. 혼내고 야단치니 몰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 이게 정답인지.

감정표현을 억제하도록 강요하기보다 건강한 표현법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이라서 너무 슬프기도 했고, 황당했지만 그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어서, 그만두면 그만이지라는 즉흥적인 생각에 성급히 카페를 그만두게 하였다. 몹시 불쾌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새로운 매니저분이 카페로 오셨다며, ‘있었던 일들도 알고 있는데괜찮다면 다시 출근하는 것이 어떤지.’를 언급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태도에서 무례함도 느껴져 아니라고 거절했다.

 

그 후 그 선배와 아들은 보통의 연인처럼 전화나 톡도하고, 커플링도 나눠 끼면서 주말에는 만나 데이트도 즐기는 사이로 발전했고, 가끔은 집에 들러서 식사도 함께했다. 6개월 이상 만나는 중에 특별한 날을 서로 챙겨주고, 결혼하면 누구누구를 부를 거며 결혼식 입장 시에는 어떤 음악을 틀고 퇴장 때는 또 어떤 음악으로 할 거라는 둥, 그저 알콩달콩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물론 코로나를 지나면서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또 지금은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헤어져 다시 선후배 관계로 돌아왔다고 들었다.

이처럼 만남도 헤어짐도 본인들이 잘 해결할 수 있는데, 그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감정을 마비시킨 목각인형처럼, 아니면 누군가의 꼭두각시로 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편견, 불평등, 선입견일 것이다. 지켜보고 판단하는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아닐지 싶다. 조금씩이라도 어떤 부분, 어떤 분야에서든지 한 걸음씩 전진하며 비장애인처럼 일상을 누리며 함께 걸어가야 하는 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임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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