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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특수교사의 시선 05_김지화]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8 조회수392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

 

 

 올해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이 곳, 보다센터에서 특수교사의 시선으로 칼럼을 쓸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늘 글쓰기에 갈증이 있었던 필자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겪는 소중하고 다양한 일들을 나의 필체로 쓰고 또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지금 작성하는 다섯 번째 칼럼이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칼럼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11월 즈음해서 우리 아이들도 인생에 몇 안 될 수도 있는 긴박하고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을 맞이한다. 바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진로 및 직업교육을 받기위해 지원하는 전공과입학 전형에 임하기 때문이다. 의무교육으로 실시되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과는 달리 전공과는 무상교육이기는 하지만 전공과가 운영되는 학교나 학급의 수는 한정되어있어 교육대상자를 선발하여 입학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경쟁률이 때로는 21을 넘기도 하고, 시험이라는 압박으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쉬운 경우도 때때로 발생하며, 동일한 날짜에 동시에 실시되는 전형이므로 한 학교에만 지원해야한다는 이유로 원서 접수 시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 살벌한 시즌이 바로 이맘때이다.

 

 ​마침 올해 배정받은 업무가 전공과 신입생 입학전형 운영과 관련이 되어있어 합격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이 느껴지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원서를 내며 걱정과 염려의 마음을 담아 지원한 아이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마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여 치르는 시험에 잔뜩 얼어 표정이 굳어버린 아이들의 긴장된 마음, 그리고 그 긴장된 상황을 타개하고 끝끝내 합격이라는 성취를 얻어낸 아이들과 아이들을 지지하는 어른들의 기쁜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물론 아쉽게 떨어져 못내 서러워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고. 누군가는 발달장애인들이 치르는 시험에 얼마나 높은 긴장감과 경쟁이 있겠느냐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늘 울타리 속에서 지내온 우리 아이들에게 전공과 입학 전형은 큰 도전일 수도 있음을, 매해 전형을 치르며 느끼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전공과 입학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가 발표된 이후, 합격자들의 등록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학생 본인 또는 보호자가 와서 합격증을 수령하고 등록란에 서명을 하게 되는데 오늘 합격증을 수령하러 온 두 분의 학부모님께서 어찌나 기뻐하시던지, 두 분을 마주한 내내 나 역시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상기될 정도였다. 얼마나 아이들을 기특해하시고, 무사히 전형을 치른 것이 기쁘고, 가족들 모두 아이의 전공과 합격을 얼마나 기원했는지 진심어린 기쁨과 감사의 말을 나에게 나누어주셨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에 2년을 더 있을 수 있게 되어서, 전형에 참여하며 마주하게 되었던 본교 선생님들이 참 다정해보였는데 그런 분들에게 우리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되어서, 사회에 나가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모든 일이 감사하다 이야기하셨다.

 

 그렇지, 내 아이의 일에 진심이 아닌 부모가 어디 있을까.

 

 ​이십 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담임으로 근무하게 되며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대하기 전 스스로 했던 다짐이 있다. 바로 나의 부모님, 엄마와 아빠를 대하듯 학부모님을 대하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수 있겠지만, 나의 부모님은 일찍 가정을 꾸리셔서 내가 처음 학교에서 근무하며 만나게 되었던 학부모님과 대부분 동년배이거나 되려 나이가 더 적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님의 과한 요구도 우리 부모님이 학생인 나의 일과 관련된 사항에서는 어떻게 말씀하셨을까 생각하면 이해가 되었고, 장애를 가진 아이를 평생 돌보는 부모의 마음을 전부 알 수는 없어도 심한 몸살을 앓아 축 늘어진 나를 보며 애타하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상담을 할 때 진심으로 위로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학부모님을 대할 때의 언행도 나의 부모님이 사회에서 타인들을 마주했을 때 받기를 원하는 대우와 언행을 생각하며 재차 물어보는 질문에도 친절히 대답해드렸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들의 의복, 태도, 말씨만 보아도 가정에서의 부모님 얼굴이 그려졌기에 나 역시 부모님을 담은 거울이라 생각하고 온화한 말과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 애썼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시기라도 하는 것처럼, 참 감사하게도 좋은 학부모님들, 좋은 보호자들을 많이 만났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아이를 낳고 기른 부모님도, 짧게는 한 두 달, 길게는 몇 년씩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더 나은 방향으로 아이가 가기를 바라고 보다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는 것, 그렇기에 대립의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해야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을 만났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일들의 발생으로 아주 가끔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주고 이해하며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여러 어려움들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지난 7, 태양의 열기가 뜨거운 여름에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교사의 입장, 교사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풍선 터지듯 터져 그 파편의 여파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특수교육 현장에서도 학부모와 교사의 대립 관계가 두드러지는 사건이 공유되면서 학부모가 보는 특수교사, 특수교사가 보는 학부모의 시선이 날 서게 대립하기도 했다. 사실 그 즉시 특수교사로서 보는 나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었지만, 말을 아꼈던 이유는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 때문이었다. 학부모들도 어떤 선생님의 학생들이었고, 선생님들도 어떤 학생들의 부모이며, 둘은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문제의 해결은, 학교에서 여러 학생들을 동시에 살펴야하는 선생님의 입장을 학부모가 헤아려주고, 소중한 자녀이기에 필요한 교육적 지원을 받길 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선생님이 헤아려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한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 갈등과 고민을 해결할 더 넓은 마음과 시선을 가지는 첫 단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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