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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공감으로의 여행10_이원무] 숙식 제공, 장애인 인권침해 면죄부여선 안돼!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12-24 조회수2,029

숙식 제공, 장애인 인권침해 면죄부여선 안돼!

주말드라마 ! 삼광빌라!’ 8회 시청 소회 


! 삼광빌라!’의 한 장면으로 우재희(우측, 이장우 분)가 아버지 우정후(좌측, 정보석 분)에게 어머니에게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KBS드라마 캡처

 

필자가 요즘 ! 삼광빌라!’라는 주말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 서로 남이었던 이들이 이순정(전인화 분)의 집밥을 통해 마음을 열면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신개념 왁자지껄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등 일일드라마나 저녁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 들어있어 약간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정후(정보석 분)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눈을 띨 수 없게 만들며, 주말드라마에 재미를 주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중에서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장면이 8회에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보다가 문득 눈여겨보게 되는 말이 있어, 한번 이야기해보겠다.

 

그 전에, 우정후라는 등장인물부터 말하겠다. 그는 대기업 회장으로 기업인수의 메시라고 불리는 캐릭터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자라면서 가족 생계를 먹여 살리다시피했고, 그 여파 때문인지 근검절약하는 정신이 몸에 베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지나친 나머지, 슈퍼꼰대 짠돌이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불통꾼이고, 아내인 정민재(진경 분)와 아들 우재희(이장우 분)에게 근검절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극강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꼰대 캐릭터다. 심지어 아내 민재에겐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기보단 피고용인으로 생각하며, 하녀 부리듯이 막 대했다.

 

이런 우정후 성격에 어머니를 살갑게 대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아들과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했고. 이런 아버지가 싫어 아들은 집을 뛰쳐나갔다. 게다가 아내도 아들이 사준 마카롱을 몰래 먹다 우정후에게 들킨 끝에 경기를 일으키며 응급실로 실려 간다. 이 때문에 아내는 남편과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다고 느끼고 이혼을 결심하며 우정후에게 이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배경에서 필자가 말하려는 장면이 시작된다. 재희는 이혼을 결심한 민재에게 사과하라고 우정후에게 요구한다. 우정후는 집안일을 안 맡으려는 정민재가 직무유기라며, 그녀가 사과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에 민재가 주부와 아내의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고 재희는 얘기했다.

 

우정후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겠다며 주부 그만 두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사람이 은혜를 몰라도 유분수지!’라고 재희의 신경을 자극한다. 재희는 먹여주고 입혀주고?’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엄마를 가정부로 들이면서 덤으로 자신까지 낳았냐고 아버지에게 따진다. 이런 그를 우정후는 화내며 못마땅해 한다.

 

곧바로 재희는 다혈질이며 고집불통인 아버지랑 살면서 엄마는 아버지와 똑같은 성격의 시부모님을 모시며 모진 시집살이 다 견디고, 우정후 동생들을 키우다시피 하면서 결혼까지 시키고 집안 대소사 다 챙기는 등 온갖 궂은 일을 했지만, 매번 트집 잡는 아버지 때문에 응급실까지 실려갔다고 말했다.

 

재희의 말에 우정후는 정민재에게 결혼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알고서도 그녀가 결혼생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말에 재희는 아버지를 좋아할 수 없다며 엄마에게 뻔뻔하면서 반성도 없으시냐고 아버지를 몰아붙인다. 그러자 우정후는 결혼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그러자 재희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자신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것이고 자신을 자식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지 않냐고 아버지에게 다시 따진다. 이 말을 들은 우정후는 재희를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니라며, 재희에게 많은 돈으로 정성을 쏟아부었고, 현재 사업하다 말아먹은 재희가 결국엔 우정후에게 돈 달라고 빌빌거릴 것이라며 재희의 신경을 또 건드린다.

 

결국 재희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화해할 거란 생각이 잘못됐음을 느끼고, 아버지 우정후에게 유산포기각서를 썼다. 다시는 아버지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며 아버지와의 연을 끊는다. 재희는 아버지 집을 나가고 이후 우정후는 각서를 찢으며 화를 낸다.



3년 전 10, 염전노예사건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항소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대책위 모습 에이블뉴스DB

 

이 장면을 보며, 우정후가 자신의 일엔 열심이지만, 아내 정민재와 아들 우재희에게 가부장적으로, 권위주의적으로 차갑게 대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사람 앞에선 아무리 사랑이 많아도 인간인 이상 결국 이혼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본다.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이 장면에서 필자가 눈여겨보게 되는 말이 있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사람이 은혜를 몰라도 유분수지!’

 

이 말은 숙식만 제공하면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등의 인권이 침해되어도, 그냥 군소리 말고 가만히 집에서 일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이 장애인 인권침해 관련 사법부의 판결과도 연관된다.

 

특히 염전노예와 같이 지적장애를 악용한 현대판 노예사건에서 사법부는 가해자들이 지적장애인 등의 피해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음을 참작해 돌봐주는 관계지, 근로관계로 보지 않으며, 집행유예나 징역 1년 등의 약한 솜방망이 처벌로 대신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염전 등에서 일한 장애인은 숙식을 제공받았지만, 노동력을 주었는데도 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구타와 폭력을 당하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탈출하고 싶어도, 주민들과 경찰들은 피해자들을 다시 염전 등으로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염전 등에서 일한 시간 동안 장애인들은 물질적,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받았고, 인권은 유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숙식을 제공했다고 피해자에게 가한 죄에 대해 집행유예로 선고하는 사법부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면죄부를 주기에, 축사노예나 농장노예 등의 현대판 노예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사법부가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무지하며, 설령 권리교육을 받아도 일회성에 그치는 것에 한 요인이 있다고 본다. 사법부에서 장애인은 시혜와 동정의 존재로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하도 아니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사법부 내에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차법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이를 실제 사례와 연결시켜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에 피드백 받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시스템이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 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을 사법부에 장기적으로 깊게 심어주어야 하며, 사법부는 권위주의적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 그래서 인권을 침해했지만, 숙식 제공했다고 면죄부 주는 이런 행태가 다시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적장애인 등의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도 인권침해에 강력히 대응하는 힘을 키우도록 장애인의 권리와 자기옹호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실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정부와 지자체에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고 본다.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지적장애인 등의 장애인의 경험과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숙식제공을 했다고 인권침해의 면죄부를 주는 것에 대한민국 사회가 ‘No’라고 외치며, 가해자들에게 마땅한 일벌백계를 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인격의 주체로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이뤄가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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