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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 25_조미영]우리들의 블루스와 니얼굴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2-07-27 조회수216

인기 드라마에 아는 여성이 나왔다. 캐리커쳐 작가 은혜씨였다. 한지민의 쌍둥이 언니로 출연한 그녀의 연기에 많은 이들이 칭찬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듯 했다. 작가 노희경이 은혜씨를 잘 이해하고 대사를 암기해서 연기하도록 했다기보다 은혜씨의 일상을 관찰하여 평소의 말투와 행동을 드라마에 녹인 것 같았다.
 

내가 아는 발달장애인은 꾸밈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에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은혜씨의 드라마 출연은 대역이 아닌 당사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장애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짚어 보자면, 은혜씨와 한지민이 김우빈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옆 테이블의 아이가 은혜씨를 자꾸 바라보며 놀리자 한지민이 꼬마의 부모에게 아이를 말려달라고 정중하게 말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장애인을 놀리면 안된다고 말한다. 장애인 앞에서 계속 장애인 언급하는 게 유쾌할 리 없다. 아이의 아빠가 밥맛 떨어진다며 화를 내고 그로 인해 양쪽 테이블 모두가 기분이 상해 있다. 엄마의 꾸지람에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던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화장실 다녀오던 은혜씨를 보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 은혜씨는 아이에게 어른을, 장애인을 놀리면 안 되는 거라 말하며 넘어진 아이에게 손을 내민다. 아이가 은혜씨의 손을 잡지 않고 도망가는 장면을 생각했던 나는 울컥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훈훈함을 보여주는데 현실은 그렇게 금방 바뀌지 않는 걸 잘 아는 터라 그 장면이 뭉클했다.

나는 과거 아들과의 외식을 떠올렸다. 아들은 밥이 조금 늦게 나오거나 더 먹겠다고 표현하는데 그것이 울음이나 큰 소리로 나타나 주위의 시선을 모으곤 했다. 누구 하나 드라마처럼 대놓고 불쾌감을 말로 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우리 가족 모두가 있어서는 안 될 장소에 있으니 어서 나가라는 신호로 느껴졌다. 그게 싫어서 외식을 한동안 접었지만 성인이 된 아들은 이제 티 내지 않고 외식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눈총은 따갑다. 덩치가 크고 혼자 웃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가 아들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기도 하고 온 몸으로 감싸는 엄마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아도 뭐라고 대꾸할 말은 없다. 그저 속으로 잡아먹지 않아요를 말하며 쓴 미소를 짓는 수밖에... 그 마저도 지금은 그러려니가 되어 버렸다.

 

드라마 장면처럼 사람들이 티 나게 그러지 않고 은근히 불쾌감을 표출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녀가 휠체어를 타거나 다운증후군일 경우는 아직도 노골적으로 빤히 바라보며 혀를 차고 안됐다는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본단다.

내가 당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여전히 사람들은 다름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으로 외출의 불편함을 겪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니 인기 드라마의 은혜씨 출연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니 그녀의 출연은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변화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한지민을 통해 비장애자녀의 존재도 알려 주었다. 장애형제로 인한 비장애형제의 마음앓이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눈물을 쏟았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이 있었음에도 은혜씨가 그곳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 그려지지 않고 시설로 돌아가는 점은 아쉬웠다. 탈시설을 주장하지만 한켠에선 여전히 시설을 옹호하는 현실이 드라마에서도 그려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은혜씨의 잔잔한 일상을 보여주는 니얼굴은 그녀의 아버지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은혜씨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린다. 먼저 사진을 찍고 특징을 잘 찾아 쓱쓱 그리는 은혜씨의 도톰한 손이 보배스럽다. 다른 셀러들과의 자연스런 교류는 우리가 바라는 통합사회의 모습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은혜씨도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우리 아들도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자식의 인간다운 기본 삶을 보장해 달라고 단식이며 삭발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성숙한 사회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세상의 모든 은혜씨와 가족들이 차별과 배제의 늪을 벗어나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는 날을 위해 부모가 세상을 바꾸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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