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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교육부장관상_청소년부_서울 명덕외고 박솔비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1 조회수288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교육부장관상 청소년부_서울 명덕외고 박솔비







  난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김현서이다. 나에게는 조금 특별하고 순수한 4살 차이가 나는 오빠. 김현성이란 오빠가 있다. 특별하고 순수하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사람들에게 다가가 웃으며 삿대질하거나, 길거리에서 크게 뛰고 우는 특별하지만 속은 순수한 오빠. 대표적으론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꼭 그랬다. 오빠를 싫어하지 말라고. 그럼, 지금보다 어렸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안 돼. 창피하다고, 친구들이 볼까 봐 무섭고, 이런 오빠는 없는 게 더 낫다고!”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 아빠는 그저 나한테 울음을 참으며 미안하다고만, 사랑한다고만 했다. 이 집에선 진짜로 날 사랑하는 것이 맞을까? 의구심이 들던 나날이었다. 오빠, 나에겐 버거웠던 존재이다.

  엄마, 나, 오빠 이렇게 셋이 외출할 때면 난 늘 뒤에서 멀찍이 엄마와 오빠를 따라가거나, 그들을 놔두고 혼자 빨리 걸어갔다. 그야 오빠가 창피했으니까. 오빠는 집에서든, 특히 밖에서든 무슨 행동을 벌일지 몰랐다. 그리고 밖에 다니면 어디에서 내 친구들을 포함한 지인들을 만날지 모르니까 더더욱 그랬다. 학교든, 어디든 항상 오빠는 나라는 사람 속 비밀존재였다. 친구들이 형제자매나 오빠에 관해 물을 때도 괜스레 거짓말을 치거나 넘어갔다. 다른 친구들은 자신의 언니, 오빠의 자랑을 하는데, 나는 그들 사이에서 맞장구만을 쳐주거나 공감되지 않는 내용에 공감하는 척하며 가면을 쓰고 웃을 뿐이었다. 부러움을 감춘 채 말이다. 내 오빠는 왜 다른 친구들과 틀린지 매일 생각했다. 오빠는 항상 내가 무엇이든 말을 걸면 한 번에 쳐다보지를 않는다. 대답도 늦게 하고, 눈맞춤도 못 하고, 웃긴 건 나랑 얘기를 하면서도 또봇(만화)에 나오는 말들을 따라 한다. 오빠에게 날 맞춰가며 이야기하려 하여도 오빠는 나한테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부모님도 늘 내가 아닌 오빠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오빠가 싫었다. 어디를 가나 어른들은 항상 맛있는 건 오빠 먼저 주고, 나는 오빠가 맛있게 먹는 것이 확인되어야 내 것을 준비하러 갔다. 집에서도 늘 그래왔다.그래서 내가 밥을 먹을 동안 오빠가 먼저 밥을 다 먹고 칭얼대서, 나는 밥 먹는 순간에도 엄마, 아빠와 편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가 심적으로 부담을 주기 싫어 입을 닫았던 것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한다. 그 감정을 오빠 탓으로 돌린 채 말이다. 엄마, 아빠는 항상 늘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를 생각했다. 그럼에도 서운함을 느끼던 내가 오빠 탓을 하며 혼자 스스로 마음을 닫은 채 그것을 유지했다. 그 당시엔 싫은 오빠와, 오빠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은 부모님, 그래서 나는 항상 뒤로 미뤄지는 것 같은 생각으로 고립되어 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내가 처음부터 오빠를 버거워하고 미워한 적은 없다. 오빠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어린 나는 오빠와 함께 잘 놀았었다. 내가 유치원에 다녔던 아주 어릴 때, 오빠랑 엄마랑 나랑 셋이 어떤 분수가 있는 장소에 갔었던적이 있다. 그곳은 오빠와 내가 처음으로 하나가 되어 놀았던 곳이다. 오빠가 날 처음으로 데리고 다닌 날, 그런 기분은 난생처음이었다. 항상 평행을 이루던 나와 오빠의 사이가 수직이 되어 만났다. 오빤 첫 분수의 물줄기가 그리도 시원하고 재밌었는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다 중간에 오빠가 엄마랑 화장실에 갔고, 그동안 혼자 쭈그려 작은 물줄기를 손에 넣어 놀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나를 확인하고 손을 잡아 데려갔다. 오빠였다. 그때 그 기분은 어렸음에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진정 남매가 된 것 같았다. 오빠와 나 사이의 다가갈 수 없던 벽이 뚫렸었다. 손을 잡고 즐거웠던 그때 오빠와의 추억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에 포만감이 생겨 풍족해지는 기분이다. 나를 데리고 쫄래쫄래 재밌고 신기한 물줄기를 찾아, 자신이 오빠라고 나에게 먼저 양보할 줄 알았던 우리 오빠는 그때 처음으로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경험을 해봤다. 이렇게 잘 지내던 오빠와 나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점차 일이 생겼다. 오빠는 초등학교 때 나랑 같은 학교에 다녔다. 어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마냥 내 오빠와 함께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괜히 오빠 반에 가서 힐끔거리기도 하고, 학교가 끝나면 오빠한테 가서 같이 하교 준비를 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반에 없어 오빠네 반에 있는 언니, 오빠들에게 우리 오빠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예쁘장한 언니가 와서는, 현성이 동생이냐 물으며 귀엽다고 잠시만 기다리라 말했다. 곧, 현성이 선생님이랑 화장실가 있어서 곧 돌아올 것이라며 말한 내게 친절했던 그 언니는 뒤를 돌자마자 친구들이랑 이렇게 말했다. “동생은 멀쩡하네.” “쟨 좀 귀여워, 여자애라 그런가?” “불쌍하다. 동생인데 오빠를 챙기고, 난 김현성 같은 장애인의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집 나갈 듯.” 이 말을 들은 난 그냥 오빠는 안중에도 없어진 채, 학교를 빠져왔다. 그땐 오빠가 아닌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몰랐다. 내가 왜 불쌍한 건지, 단지 오빠가 장애인이라, 남들과 틀려서 그런 건지. 이날 이후로 나는 아무 잘못 없던 오빠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나도 날 챙겨주는 오빠가 갖고 싶었다. 내 반에 찾아오는 멋진 오빠, 내 말을 다 들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는 다른 애들 오빠와 같았으면 했다.근데 내 오빠는 그러지 않았다. 이렇게 묵혀두고 눌러뒀던 감정이 그 말들을 들으며 표출되었다. 그 후 난 내 친구들에게 오빠를 들키기 싫어 아침부터 엄마와 함께 등교하던 오빠를 모른 체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에 다녔다. 내가 겪은 일을 아빠와 엄마한테 말하지도 않았는데, 부모님은 “현서야, 오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오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우리가 모르겠지만, 너의 심정만큼은 이해해.”라고 말씀하셨다. 왜인지 엄마, 아빠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오빠가 호기심도 많고 놀고싶어 하니까, 어디로 튀고, 어디로 행동할지 모르니 가끔씩 지켜만 봐줘. 누가 현성이 욕하면 같이 욕하지 말고, 괴롭혀도 같이 괴롭히지마. 부탁할게 현서야.” 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이해되지 않던 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빠를 주변 친구들에게 오랫동안 숨긴 채 그대로 중학교에 들어갔다. 오빠는 고등학생이었고, 주말에 내가 집에 하루 종일 있을 때 오빤 또래에 속하는 나를 좋아했다. 맨날 안기고 무엇을 시켰다. 이거 해보고, 저것도 해보라고 말이다. 그땐 그냥 아무 감정 없이 해주었다. 그러다 내가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노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빠가 문득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빠도 얼마나 친구들과 놀고 싶고, 마음껏 떠들며 공부란 건 하지 않을 때도 있게 살고 싶지 않을까? 근데 오빠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노는 것에 제약이 있고, 마음껏 떠들면 이상한 눈초리와 타박을 받는다. 늘 누군가에게 배우고 익히며, 공부를 하지 않을 때가 없다.

 

  오빠는 나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다. 사람들과 닮아가기 위하여, 스며들어 살기 위하여. 그렇게 오빤 노력하는데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제야 엄마, 아빠의 그때의 말이 이해되었다. 그런 오빠를 가족인 내가 같이 놀고, 누가 욕하면 그러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친구들이 오빠를 이상하게 본다고 숨길 게 아니었다. 오빠는 이상하지 않다. 틀린 것도 아니다. 다른 것이다. 어렸을 때 오빠와 나를 생각해 본다. 둘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이다. 오빠는 가끔씩 내 간식을 빼앗아 먹고, 나를 귀찮게도 하는 존재이지만 내가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릴 땐 가장 먼저 눈물을 닦아줄 줄 알고, 엄마와 아빠가 맛있는 것을 사줄 때엔 “현서 꺼!” 하며 내 것도 빠뜨리지 않고 고르곤 한다. 그런 오빠를 잠시나마 창피해하고 미워하며 숨기기에 바빴던 내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이젠 오빠가 버겁지도 않다. 오빠도 표현하고 싶은 게 있을 테니, 마음껏 떠들고 싶을 때가 있을 테니 말이다. 또봇 얘기도 계속 듣다 보면 재밌을 때가 있다. 오빠는 날 진정 동생으로 생각하며 사랑을 준다.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오빠의 눈빛 안에서 다 보인다. 순수함으로 가득한 그 눈빛 속에선 충분한 신뢰가 가득하기에 말이다. 오빤 키가 크고 덩치가 일반 남자의 몇 배는 되는 듯하다.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데 그 시선이 따가운 총알처럼 바뀐다. 순수함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그 순수함이 누구에게 존재해야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순수함은 틀린 게 아니다.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모두 다르다. 서로가 그 다양성을 알고 우리 오빠도 같이 스며들 수있길, 아니 이미 스며들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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