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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교육감상_청소년부_경기 고양예술고 신로아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1 조회수151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교육감상_청소년부_경기 고양예술고 신로아




우리의 우주

 

  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우주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그래서 나는 사람을 대할 때마다 이 말을 생각한다. 그럼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하기 쉬워진다. 처음부터 내가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미운 게 많은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가난한 집이 미웠고, 중학교 시절에는 재미없는 동네가 미웠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도 밉지 않다. 그저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초록으로 뒤덮인 나무를 바라본다. 나무에 매달린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떠는 나뭇잎들을 바라본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조용해진다. 나는 그러한 풍경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버스 안이나 횡단보도 파란불을 기다릴 때, 급식실 줄을 설 때, 번화가를 걸을 때면 사람들을 본다. 웃는 사람들, 화내는 사람들, 지루한 표정의 사람들, 수줍은 사람들. 세상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세상의 모서리에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웃고 우는 사람들 사이로, 내가 보던 세상의 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 틈에서 쭈그려 앉아 구걸하는 노인, 모두 핸드폰을 보는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파는 아저씨가 보였다. 이상했다. ‘요즘도 저런 사람들이 있다고?’라는 물음표가 생겼다. 요즘도 저렇게 굶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건물은 높아만 가는데 아직 세상에는 모서리에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장애도 마찬가지다. 장애는 모서리가 아닌데,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은 모서리보다 뾰족하다. 그 눈에 찔린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에는 도움반이 있었다. 중학교에는 없었다. 고등학교에는 특별 전형으로 뽑은 지적장애 친구들이 있다. 모두가 그 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애’들은 초등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을 꾸준히 들어왔음에도, ‘그 애’들과 함께 밥을 먹는 아이들은 없다. 우리가 정말 싸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함께 밥을 먹지 않는 아이들과 싸워야 할까?
 

  나는 정말 싸워야 할 것은 우리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라고 나누는 말과 싸워야 한다. 휠체어가 지나다니기에 너무 위험한 지하철과 휠체어를 탈 수 없는 버스와 택시에게 시선을 보내야 한다. 어느 날 기사를 읽었는데, 거리에서 장애인을 자주 못 봤다면 그건 당신이 사는 곳에 장애인이 적은 것이 아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장애인이 돌아다니기에 불편한 곳인 것이다. 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 기사를 처음 읽은 후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장애인 친구를 사귄 적도, 그들과 가까운 사이였던 적도 없다. 어쩌면 내 안에도 편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획일화된 세상이 아니기에 아름답다. 내 친구들 중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어떤 친구들은 글을 쓴다. 100만 원을 모아 고등학교 버킷리스트를 이룬 친구도 있지만, 용돈이 생기는 족족 빈티지 옷에 탕진하는 친구들도 있다. 세상은 검정과 하양으로 나눌 수 없다. 다양한 색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재미있는 곳이고, 바라보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서 어떤 이들은 자신의 색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는 것이 슬프다. 신체와 마음의 한계 때문에 숨는 사람들로, 세상의 모서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나는 꼭 이 글을 적어야 했다. 나는 당신들과 가까운 사이였던 적이 없지만, 우리가 모두 함께 사랑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나의 마음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하고 싶다.

 

  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존재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다. 하늘에 별이 많다고 해서, 같은 별은 하나도 없고, 파도가 매일 치지만 똑같은 파도는 한 번도 없었듯이. 세상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는 여전히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세상이 얼마나 큰지도 모르지만, 세상만큼 사람이 크다는 것을 안다. 나를 바꾸려 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을 꿈꾼다. 편견과 차별에 지지 않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나도 함께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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