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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청소년부_경기 중앙기독중 최재우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1 조회수224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청소년부_경기 중앙기독중 최재우





“시밀레, 밥 먹어!”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사료는 내 앞접시에 가득차 나의 배고픔을 충분히 해소해줄만한 양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밥을 주고는 식탁에 앉아 외롭게도 숫가락을 들었다. 분명 한달전까지만 해도 세가족에 모두 식탁에 모여 왁자지껄 떠들었지만 이제 우리 가족의 식탁에는 한명만 앉아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가족은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있다. 엄마가 운전을 하고 아빠는 조수석에 형은 내 옆에 앉았다. 우리는 형의 콩쿠르를 응원해주러 가는 길이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음표들은 나의 귀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음표들이 절정에 가는 그 순간, 순식간에 모든 것들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눈 떠보니 나는 혼자 집에 있었다. 아무도 근처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사라졌다.

나는 예쁜 하늘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태어났다. 하늘을 보지 못하는 대신에 나는 그들의 눈이 되어준다. 함께 걸어가고 함께 있어주며 함께 모든 것들을 한다. 나는 아빠 눈이였다. 아빠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나는 아빠 대신 형의 눈이 되었다. 불의의 사고로 눈을 잃어버린 형은 예전과는 달리 절망적이고 항상 후회스럽다고 하고 내가 열심히 위로한다고 

짓어도 그저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나를 혼내킨다. 엄마도 비슷하다. 절망적이고 예민하고 무섭다. 온화했던 시간은 사라지고 까칠하고 항상 서로에게 소리만 친다. 이번에도 나는 중재해준다고 열심히 짓어보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생각하는 방석 뿐이다. 

함께 거리를 걷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내가 몸에 두르고 있는 노란 조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배려해주세요.’라는 문구와 국가 인증마크 등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빨간색 목줄과 함께 형은 나와 함께 다닌다. 사람들은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또는 수근거림으로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다. 기분 나쁘다. 하지만 형은 그런 시선들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그러면 다행이다.

형은 피아노를 다시는 안 칠것 같더니만,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다시 피아노 위에 앉았다. 하지만 예전의 피아노 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계속해서 여러 웅장한 공연장들을 돌아보며 피아노 건반을 하나 둘 쳐보고 있었다. 옛날처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들리지 않았다.

“도, 도, 도"


“음, 이거는 음을 조금 더 내려야겠군.”

형은 이러면서 처음 건반부터 마지막 건반까지 계속 건반을 두둘겼다. 그러고는 돈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 형을 조율사라고 부르는 듯 했다. 그런 형도 이제는 두 손으로 피아노를 만지지 않는다.

엄마와 형의 갈등은 점점 켜진 것 같다. 비록 아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의 빈자리는 지금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현안아, 다시 피아노를 쳐보면 안될까?”


“싫어, 싫다고! 악보도 안보이는 맹인이 어떻게 손가락을 피아노 위에 올려? 엄마 같은 사람이 발로 치는게 더 좋겠다.”

이제 엄마와 형은 서로가 가시밭이 되었다. 서로 의지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서로가 그리워 울고 있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는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저 하나의 가족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그저 아빠가 그리워하는 가족으로 밖에 안보이는데 함께 있는 아름다움을 잊어버린 그들은 남이 되었다.

아침은 나에게 맑았다. 잠에서 깨어나니 형은 나를 곁에 두고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엄마는 피아노 위에 앉아있었다. 피아노를 뚜러지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를 봤다. 나의 볼을 콕콕 누르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밀레, 일어났어? 내가 밥 줄께.”

엄마는 그러고 냉장고에서 밥을 꺼냈다. 밥 그릇에 한 쪽에는 밥을 한쪽에는 물을 담아놨다. 엄마는 다시 피아노 위에 앉아 피아노를 보고 다시 나와 밖으로 나갔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아 나는 물을 다시 할짝였다. 

“시밀레!”

형이 나를 불렀다. 나는 형 옆으로 가서 형이 거실로 나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매일 아침마다 가족을 위해 피아노를 쳐주던 형은 이제 식탁에 앉아 엄마가 정성스레 끓인 미역국을 먹었다.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나는 피아노 위에 올라가 건반을 두드렸다. 

“도, 레, 미…”


“시밀레, 하지마. 이제 나 더 이상 피아노 안칠거야.”

형은 손목에 있는 손목시계를 만지며 시간을 알아봤다.


“지금 9시니까… 10시 반에 나가자.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것을 못보니 나는 크게 두번 짓었다. 


“삑, 삐삑, 삑"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엄마를 뛰며 반겼다. 하지만 형은 아무 인사 없이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시밀레, 나가자.”

나는 엄마를 봤다. 점자 스티커를 가득 사온 엄마는 피아노 위에 하나씩 붙었다. 엄마도 형도 나도 다시 피아노를 치는 형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일이 끝나고 나는 형과 집에 들어왔다. 힘들고 지친 형은 침대에 바로 누웠다. 엄마는 지금도 스티커를 하나씩 붙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현안이를 불러주지 않겠니? 내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거든.”

엄마는 피아노를 가르켰다. 피아노에는 피아노 점자들이 모든 건반에 붙어있었다. 나는 들뜬 마음에 내가 짓을 수 있는 만큼 크게 짓었다. 형에게 나의 목줄을 주고 내가 형을 힘껏 끌었다. 나는 힘껏 끓여낸 형을 피아노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형이 다시금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형의 손을 잡아 도부터 하나하나씩 건반을 눌러주었다. 엄마는 멜로디를 하나 쳐주었다. 형은 그걸 따라쳤다. 점자로 피아노를 치게 된 형은 사고 전 콩쿠르에서 치고 싶어했던 그 클래식을 쳐줬다. 음악으로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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