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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대학부_서울 건국대 유지상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1 조회수229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대학부_서울 건국대 유지상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자만하는 토끼를 노력하는 거북이가 이겼다는 유치원생들도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근데 거북이는 왜 경기한다고 했을까? 누가 봐도 거북이가 질 것으로 생각하는 그 경기를 거북이가 한 이유는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지금은 내 친구 지훈(지훈이는 가명입니다.)이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네가 어디에 있든, 널 위해 기도할게. 기도하지 않는 밤에도 늘 신이 너와 함께하길 바라며.”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대사이다. 지금도 가끔 보는 이 드라마를 보며 이 대사가 나오면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내 친구 지훈이다. 지훈이와 첫 만남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지훈이는 뇌성마비 장애로 인해 신체의 부자연스러움이 있었고 말도 잘 못했다. 이런 지훈이를 배려하고자 선생님은 2주에 한 번씩 도우미 친구를 배정했고 여름방학 이후 개학식에 내가 도우미가 되었다. 지훈이는 정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소위 구김이 없는 친구였다. 처음 도우미가 되었을 때는 내가 잘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컸지만, 막상 같이 이야기하며 지내다 보니 그런 걱정은 정말 기우였다는 금세 알 수 있었고, 우리 둘 다 남들이라면 피할 진지하고 심오한 얘기를 좋아하는 성격으로 곧바로 친해졌다. ‘신은 존재할까?’,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행복은 무엇일까와 같은 철학적 사유를 가장한 코흘리개들의 논리 싸움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지훈이는 정말 똑똑했다.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고,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에 의사가 되어 자신과 같은 증상을 가진 친구를 다 치료해 주고 싶다는 어찌 보면 진부한 말을 해도 진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친구였다. 또 공부뿐 아니라 장애인 복지관에서 그림을 배우는 강의도 들었는데 그림도 초등학생인 내가 봐도 상당한 수준이었고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내 얼굴뿐 아니라 학교의 풍경 등 여러 가지를 그려달라고 부탁했고, 그걸 보며 대견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기분이 좋아 벌어진 입 때문의 균형이 안 맞는 지훈이의 볼은 벌겋게 달아오르기도 하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팔방미인이었다.

 

도우미의 일 중 하나는 지훈이의 급식을 대신 받아주는 일이었다. 당시 우리 학교는 반에서 급식했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나의 도우미 기간이 끝나고 축구를 하기 위해 허겁지겁 밥을 먹고 뛰어나가는 중에 목발에 힘겹게 몸을 걸치고 우두커니 서 있는 지훈이와 눈이 마주쳤다. 지훈이는 벙긋거리며 지쌍~(지상이라는 발음을 항상 쌍으로 발음했다.)을 부르며 와달라는 손짓을 했고, 밥 좀 받아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알고 보니 도우미 친구가 자기 밥만 먹고 그냥 자기 할 일을 하며 가버린 것이다. 그날을 계기로 선생님께 말씀드려 남은 기간 도우미를 내가 하기로 했다. 너무나 평범했던 내가 처음으로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나와 지훈이는 쉬는 시간이며 점심시간이며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수업 시간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비록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떤 대화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언젠가 내가 삶은 행복할까 질문에 자신의 삶은 행복했다기엔 슬픈 순간이 많았고 불행했다기엔 기쁜 순간이 컸다는 말과 함께 고통은 필연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고, 삶은 작은 기쁨으로 큰 아픔을 이겨내는 거라며 지금의 나보다도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대답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헤어짐도 있기 마련으로 6학년 때 나는 지훈이와 다른 반으로 배정받았고 거리가 멀어진 만큼 마음도 조금씩 멀어져 갔다. 이후에도 몇 번 만나긴 했지만, 예전처럼 많은 이야기를 하진 못했고 졸업식 날, 지훈이의 부모님이 지훈이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나를 꼭 안아줬을 때 느꼈던 배 안쪽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기분이 지훈이와의 마지막 기억이다.

 

이후 미스터 션샤인을 볼 때, 뉴스에서 장애인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문득문득 지훈이가 생각났지만 말 그대로 생각나기만 했다. 이런 지훈이에 대해 이렇게 깊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단순히 취업에 필요한 스펙과 이에 수반되는 장학금을 목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하게 되었다. 주제 역시 경영학과에 맞게 창업을 생각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직전에 뜻깊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아이디어를 전면 수정하여 교내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 인식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나는 장애인으로 선택하였고 그 이유는 현재 어딘가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지훈이가 불편할 점들을 조사해 보고 싶어서였다. 초등학교 시절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웠었다. 건물 주 출입구나 건물 내 경사로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그 당시에는 지하철에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많았었다. 당시 나는 친구들이랑 목욕탕에 가는 걸 좋아했었는데 지훈이와 같이 간 어느 날은 어린아이들끼리 오는 건 위험하다며 입장을 거부당했다. 다른 친구들이랑 왔을 때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걸로 미루어 보아 지훈이의 불편한 거동을 보고 그런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길을 걷고 있어도 초등학생인 내가 느끼기에도 폭력에 가까운 시선이 우리를 향한 적이 많았는데 당사자인 지훈이는 얼마나 많은 차별과 고통을 감내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지금 생각해도 지훈이의 긍정적인 성격은 존경을 넘어 경외심이 들 정도이다. 그 당시 지훈이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 단 한 번도 나에게 불평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떨까? 나는 지성의 요람인 대학만큼은 장애인에 대한 시설이 완벽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직접 조사한 결과,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없는 건물도 꽤 있었고 점자블록은 중간중간 끊겨 있었으며 보기 힘들었던 점자 안내도는 관리가 안 되어 먼지가 수북했다. 이는 비단 대학뿐 아니다. 아직도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기본적인 것조차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그런 날이 언제 올지도 불확실하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이유는 콤플렉스가 없어서이다. 자신의 느림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었기 때문에 경기에 응했고, 그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토끼를 이길 수 있었다. 시작부터 훌륭할 필요는 없지만 훌륭해지기 위해서는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는 기회를 콤플렉스로 만들고, 누군가는 콤플렉스를 기회로 바꾼다. 우리는 누군가의 콤플렉스를 기회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지훈이는 편견의 울타리를 몸소 뛰어넘은 사람이지만 우리가 그들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연대를 해준다면 우리 모두 시작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하는 인권이 타인에 의해 박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저명한 사실이다. 무더웠던 올해 여름 날씨만큼이나 절대 가볍지 않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시작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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