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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대학부_서울 고려대 정혜원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8 조회수139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대학부_서울 고려대 정혜원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이 순간 여러분에게 잘 산다는 건 무엇인가요? 그리고 저에게 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언젠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스스로의 삶에 물음표를 던진 날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제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순간에 저는 어떤 확실한 답도 떠올릴 수 없었어요. ‘훌륭한 인생’에 관해 사람들이 규정해놓은 것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잘 산다는 건 무엇인지 제게는 너무나 막연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인생의 방향을 찾아 방황하고 고민하던 저에게 깨달음을 준 경험이 있었는데 그 경험이 너무나 소중해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적어 나가요. 몇 해 전 지역아동 교육봉사활동을 하며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혼잣말만 하던 한 중학생을 만났어요. 수업 첫 날에는 영어 2문장을 읽는 것조차 어려웠을 정도로 그 학생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자기 이야기만 했었죠. 학습장애를 가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었던 저는 자원봉사자로서 정해진 시간 동안의 몫을 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그 다음 수업부터는 아이의 혼잣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진행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 학생이 학교에서는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고, 가정에서도 부모님 이혼 후 어렵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핑계로 그 학생의 이야기들을 못 들은 척했던 순간들이 부끄러웠어요. 솔직히 말하면, 입시를 치르던 고등학생에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 날 저는 영어를 가르쳐 줄 선생님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함을 느꼈고, 그 이후 저는 아이의 유일한 대화상대가 되었죠. 아이가 쏟아내는 모든 혼잣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진실된 마음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했었어요. 매주 한 시간씩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혼잣말만 하던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하기 시작했어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큼이나 기본적인 학습을 돕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30분 수업, 30분 대화라는 규칙을 정했어요. 함께 정한 규칙이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공부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 그 얘긴 이따가 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는 점차 학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 학생과의 대화시간은 봉사는 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았고 저의 인생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유독 지치고 몸이 아팠던 날에 순수한 얼굴로 저에게 건넨 “선생님 괜찮아요?”라는 말은 그 어떤 위로보다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아이에게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저의 노력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이었어요.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생각했죠.

 고등학교 2학년, 그 무렵의 저는 봉사를 통해 내가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일방적인 것은 없잖아요? 그 아이와의 시간은 소통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 경험이자,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의 힘을 피부로 느꼈던 순간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함께하는 사회"란 소외계층이 경제적, 물질적인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타인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에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 사회적 약자에 다양한 복지제도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심리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타인과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저의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사람들은 모두들 제 각각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어요. 자신의 삶이 너무 바빠서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바쁘죠. 그러나 특히 요즘의 저는 특히나 속도를 맞추며 ‘동행’하는 것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요. 최근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후 부모가 자살을 했다는 내용의 여러 기사를 읽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어쩌면 그들에게도 마음으로 대화할, 누군가의 공감과 위로를 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닌지, 주변에 진정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들의 결과가, 인생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고민했고, 마음으로 함께하기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만큼 서로를 위한 마음이 당연시되어야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잇달아 발생하는 부모가 장애아동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들. 장애 아동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인 법적, 정책적 지원. 장애아동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여전히 서툰 사람들과 그러한 사회 속에서 상처를 받는 장애 아동들. 이 모든 건 우리의 사랑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문득 글을 적으며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 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라던, 동행의 가치를 피력하는 한 시 구절이 떠올랐어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동행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죠.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저희에게는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기 보다는 가끔씩 주변을 살피고 속도를 늦추기도 하며 서로를 살필 여유가 필요하죠. 서로를 위해 속도를 맞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희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선 서로를 위한 마음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죠. 그렇게 저희는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동행’의 가치를 함께 배워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분명 확신해요.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걷다가 보면 언젠간 우리만의 길,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 글을 마치며 저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여쭙고 싶어요. 지금 당신에게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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