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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일반부_강원 유현우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8 조회수130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일반부_강원 유현우








특별한 아이들의 평범한 고민

 

 

  강원도 원주시 행구동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수변공원이 있는데 공원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카페 하나가 나온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카페가 한국장애인 개발원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장애인 채용 카페였다. 그래서일까? 이 카페의 음료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했다. 하지만 맛과 서비스는 다른 일반 카페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은 가성비의 만족감을 주었다. 나는 최근에 이곳에서 음료를 주문하면서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예전에는 전혀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저 사람은 커피 만드는 기술을 어디서 배웠을까?’

‘일하면서 힘들지는 않을까?’

‘월급은 제대로 받고 있을까?’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배경은 약 4년 전 영월에서 시작되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4년을 근무하고, 원주로 발령 받았을 때 친한 동료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 있다.

“선생님, 내년에는 어디로 가세요?”
“원주에 있는 특수학교요.”
“네? 특수학교요? 거기에도 상담교사가 필요해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내년에는 지역을 옮겨야 해서 다음에 어디로 가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특수학교’가 목록에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올해 처음 자리가 생겼다고 듣는 순간 다른 고민하지 않고, ‘바로 여기다’라는 느낌이 딱 왔어요.”
“혹시 그 동안 여기(남자 중학교)가 너무 힘들어서 그쪽에 쉬러 가는 거 아니에요? 솔직히 특수학교 아이들이 무슨 고민이 있다고 상담을 하겠어요?”
“뭐. 그 아이들도 나름대로 고민은 있겠죠.” 동료 선생님과는 친한 사이였기에 어느 정도 농담 섞인 대화를 했지만 사실은 그 선생님의 말에 나 역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특히 내가 쉬러(?) 가는 건 아니지만 남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특수학교가 일반학교보다 상담하기 쉬울 것이라는 무의식적 판단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작용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무의식적 이끌림을 ‘사명감’이나 ‘특별한 애정’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지로 감추지 못하고 ‘쉬운 곳’, ‘편한 곳’으로 찾아가려 하는 이기적인 본성을 들켜버렸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특수학교에 무슨 학교폭력이 있겠어? 아니면 애들이 성적 때문에 고민하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자퇴를 하겠어. 안 그래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 동료 선생님의 말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렸다. 흔하게 하는 말 중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반대로 말하면 그 선생님은 그 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 몰랐던 것이다. 실제로 비장애인들 대부분은 살면서 중증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어쩌면 중 . 고등학생 시절 봉사 시간을 채우려 방문했던 복지관에서 만난 몇 명과 장애를 극복한 어느 장애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또는 이동권의 보장을 위해 시위하는 장애인 단체의 모습 등을 뉴스에서 보았을 때가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장애인들을 마주칠 기회조차 없으니 장애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우연히 주어진 기회를 통해 이곳 특수학교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그 동안 몰랐던 장애 청소년의 삶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비장애인들의 삶은 어딘가 복잡하고 심오하며 해결해야 될 문제들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장애인들의 삶은 비교적 단순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의식주나 이동수단 확보 정도의 기본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이 가진 고민이나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2020년 3월. 학교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상담실을 만들고, 홍보하는 것이었다. 올해부터 상담교사가 배치되었으니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의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특수학교에 있는 특수교사들도 상담교사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상담교사가 우리 학교에 왜 왔지?’, ‘우리학교에도 상담실이 필요한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명씩 상담 의뢰가 들어왔고,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상담은 보호자와 학생 본인의 동의를 구한 후 진행하였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전공과(성인) 학생까지 나이도 다양하고, 신청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비록 학생 수는 많지 않아도 크고 작은 갈등을 비롯해 아동학대나 성폭력, 학교폭력, 심한 경우 자살시도의 문제까지 발생한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우울증과 ADHD, 심한 분노와 공격성, 자해 등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심리정서 및 행동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 밖에도 진로 고민, 부모와의 갈등, 휴대폰 사용 문제, 이성 교제, 신앙 고민 등 정말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상담실에서 나누었다. 

 이처럼 특수교육대상 학생들도 보통의 학생들처럼 고민하고, 아파 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어쩌면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 더 많은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더 깊은 동굴 속에 갇혀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 힘듦을 누가 들어주거나 알아주지도 않은 채 그저 무관심하게 넘기며 ‘그것도 못하는 네 잘못’이라는 따가운 질책이 그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특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나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움 하나, 기술 하나 반복 훈련시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지도해왔던 것이나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의식주만 지원하면 된다는 생각을 관심의 전부라고 받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어느덧 특수학교에서 상담교사로 근무한지 4년차가 되었다. 그로 인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파란색 장애인 주차공간이 보이기 시작했고, 신호등 밑에 있는 시각장애인용 음향 신호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 출입구의 경사로와 지하철역 안의 노란색 점자 블록 등 그렇게 일상 속 생활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장애인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이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이다. 이제라도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하여 한걸음 더 다가가고자 한다. 그래서 내일은 점심 식사 후 작은 이벤트로 솜사탕을 만들어 나눠 줄 생각이다. 상담실에 들린 아이들 손에 분홍색 솜사탕 하나씩 들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끝으로 누군가 특수학교에도 상담 선생님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물어볼 것이다.

 

“왜 특수학교에는 상담 선생님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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