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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일반부_경북 이승민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11-08 조회수128


제7회 장애인식개선 콘텐츠 공모전 단체장상_일반부_경북 이승민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하나님이 나를 잘못 만들었어요.”

영수(가명)가 국어책에 자신에 대해 쓴 글이다. 영수는 자신의 장애를 하나님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아이의 대답에 가슴이 아파 울컥했다.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였는데....... 


 “나는 커서 낚시하는 어부가 될래요. 어부는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잘 안 보여도 할 수 있거든요. 아빠가 그러는데 사람은 죽으면 다시 태어난대요. 나는 다시 태어나면 멀쩡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 요. 눈도 잘 보이고, 귀도 잘 들리고, 달리기도 잘하는 사람이요. 선생님은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요?” 이렇게 영수와의 대화는, 장애아이라도 제 생각이 있는 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을 가끔 잊고 사는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한다.
 

만남
 

영수를 처음 만난 것은 영수가 초등학교 4학년 3월이었다. 영수는 선천성 난청으로 인공와우를 하고 있지만, 수업 시간에 담임선생님의 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1대 1로 교육하는 나와는 서로 많이 익숙해져야 대화가 가능했다. 게다가 1)CMTX5라는 희소병으로 시력마저도 점점 나빠져 칠판도 잘 볼 수가 없었다. 또한 근육병으로 잘 걷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능은 정상이였다. 처음 만난 영수는 고집이 센 아이였다. 몇 마디 말을 걸어보고는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아예 말하기를 포기하곤 했다.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처음 한 달 동안 영수에게 들은 말은 “몰라요,”가 전부였다. 아무리 오랜 특수교사의 생활로 단련된 나였지만 한 달을 “몰라요”만 들은 나는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가끔은 교사인 나도 공부는 포기하고 그냥 좋아하는 것, 해달라는 것만 해줄까 하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나는 영수가 나를 믿고 마음을 열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특수교사의 일은 참고 기다리는 것이 10에 8할이라고 나의 스승께 배웠기에. 나도 그런 기다림으로 자라왔지 않은가?
 

  전쟁

  ‘영수가 반말을 쓴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싸운다, 고집이 세다, 항상 지각한다, 반 친구 이름을 하나도 모른다, 체육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업 시간 내내 엎드려 있다.’라고 실무사샘과 영수의 담임선생님, 전담선생님들, 반 친구들까지 틈만 나면 내게 말해왔다. 게다가 영수 엄마는 내가 영수를 너무 받아줘서 요즘 버릇이 없어졌다고 하셨다. 기다림의 길이 쉽지만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이 아이는 반드시 좋아진다.”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 눈이 잘 안 보여서, 귀가 잘 안 들려서, 몸이 잘 안 움직여서, 아직 마음을 열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가끔 영수는 꾀가 늘어 자신의 장애를 이용했다. 듣기 싫은 소리는 들으면듣고도 못 듣은 척, 보면서도 못 본 척, 알면서도 일부러 틀리게 대답하곤 했다. 전쟁과 같은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총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가는 전쟁....... ‘영수는 언제쯤 내가 자기편이라는 것을 알아줄까?’ 그동안 영수는 장애라는 이름으로 불쌍하고, 그저 돌봐줘야 할 불쌍한 아이로만 여겨졌었을지도 모른다. 영수가 장애가 있어 느리지만 언젠가는 다 할 수 있다고 나는 믿었다.변화 세월이 쌓여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기다림이 쌓이고 쌓여 영수의 마음은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영수가 변하기 시작했다. 기다림이 열매 맺기 시작한 것이었다. “영수야, 선생님은 영수가 참 좋아. 엄마, 아빠도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몰라. 엄마, 아빠, 선생님은 영수를 도와주고 싶단다. 앞으로 잘할 거라고 믿는다. “ “네.” 허튼소리를 잘 하지 않는 영수의 대답이 내 답답한 마음의 사막에 소낙비처럼 시원하게 들렸다. 솔직히 우리의 전쟁이 조금만 더 계속되었더라면 나도 사람인지라 지칠 뻔했다.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기다림, 그 전쟁의 끝에 드디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영수 엄마가 학교에 오셔서 영수가 특수학급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특수학급에서 내어준 숙제도 아빠랑 함께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른다고....... 특수학급으로 보내길 잘한 것 같다고 하셨다. 아! 얼마나 마음이 뭉클하던지....... 가끔은 하기 싫어하는 것을 시키면 슬그머니 엎드리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펴보면 어느새 다 해놓고 있다. 또, 내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이라도 기억하고 지키려고 애를 썼다. 기특한 녀석!! 영수의 이런 변화가 특수교사인 내게 얼마나 큰 힘과 기쁨이 되는지! 영수가 나를 따르게 된 후부터 하루하루가 내겐 축복같은 나날이였다. 나도 영수를 만나러 학교에 오고 싶었다.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개학날을 설렘으로 기다렸다. 결국 이런 감동들이 내 기다림의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비록 당장에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특수교사라는 외롭고 낮은 자리를 계속해서 가게 하는지 모른다. 스승은 날려 보내기 위해서 새를 키운다는 도종환 님의 시구가 떠오른다. 이제 영수도 혼자 나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기쁨과 희망을 주는 아이

 

2년 뒤, 영수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었다. 작은 기쁨에 감사하며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온 덕분에 이제 영수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다. 비록 희소병으로 신체

적인 장애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지라도 영수의 마음은 날마다 자라고, 주위에 기쁨 주는 멋진 아이가 되었다. 졸업식 날 영수가 내게 말했다. “아빠가 그러는데 사람은 죽으면 다시 태어난대요. 나는 다시 태어나면 멀쩡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눈도 잘 보이고, 귀도 잘 리고, 달리기도 잘하는 사람이요. 선생님은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요?”

“선생님은 다시 태어나도 영수 선생님으로 태어날 거야. 대신 남자 선생님으로 태어나서 영수가 말 안 들으면 막 혼내줄 거란다.”영수가 미소를 짓는다. 나도 따라 미소를 짓는다. 영수의 얼굴에 기쁨의 방울들이 뭉게뭉게 피어나 춤을 춘다. 나는 오늘도 우리 영수 가은 아이를 만나게 하셔서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보람을 알게 하신 창조주께 감사드립니다.


 

1) 국내 최초로 명명된 질환인 “CMTX5”는 선천성 난청을 가지고 태어나 성장하면서 시신경의 손상으로 인한 진행성 시각장애와 말초신경의 병변이 진행하여 보행 장애와 발의

기형이 일어나는 유전성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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