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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결의문] 예산 없는 정책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 정명호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비마이너 게시일2022-05-03 조회수199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 전날인 5월 9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합니다. 장소는 인수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안녕하십니까? 저는 일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명호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삭발을 하고자 합니다. 벌써 많은 동지들이 삭발투쟁으로 우리의 요구안이 얼마나 절실한지 우리의 결의를 보여준 것뿐만 아니라 오체투지로 지하철 바닥을 기어 다니며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당신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대하는데 도대체 이 문제를 누구한테 호소해야 하며, 지하철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 제공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안전하게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며, 지역에서 살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외면받을 만큼 무리한 요구입니까?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후 21년 동안 이동권 보장을 촉구해 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동에 있어 정당한 이동편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일산에서 수원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하철 하나밖에 없습니다. 특별교통수단이라 불리는 장애인콜택시는 하루 전인 오전 10시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운행차량은 3대가 전부입니다. 광역버스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지하철마저도 사람들이 많을 때는 ‘왜 이 시간에 나왔냐? 장애인석에 타야지 여기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느냐?’라며 불만을 들어야 하거나 눈총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삭발을 마친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허현덕
삭발을 마친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허현덕

지금처럼 장애인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기사와 뉴스를 많이 접하던 때가 언제 있었나 싶습니다. 정부와 위정자께서는 그 역할을 다했는지 성찰하고 지금부터라도 잘 살펴 장애인들도 시민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정책 수립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권리예산을 수반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시민과의 갈라치기나 싸움으로 투쟁의 공익성을 왜곡하지도, 또한 불법적 행위로 몰아가지 마시고, 이 원죄가 누구로부터 기인했는지 인정하고 사과하셔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늘 검토하겠다, 기다려 달라, 안 해준다고 말한 적 있느냐? 라고 얘기하지만 지금까지 하겠다고 한 계획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이는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정책은 당연히 성과를 낼 수 없음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은 후순위로 미루어온 기만적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한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요구는 전장연 소속 장애인만을 위한 것도 아니며 소수 장애인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어르신, 유모차 등 교통약자 모두를 위한, 더 나아가 시민 모두를 위한 요구입니다.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와주십시오. 함께 해 주신다면 우리의 투쟁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며 투쟁의 산물이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닌 모든 교통약자와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장애인들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공부하고 일하며 가족, 친구들과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여기 계신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며 이 투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고 활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삭발 후 사다리를 목에 걸고 있다. 머리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쓰여 있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 허현덕
정명호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삭발 후 사다리를 목에 걸고 있다. 머리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쓰여 있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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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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