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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결의문] 지하철 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습니다 / 허종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비마이너 게시일2022-05-03 조회수239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 전날인 5월 9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합니다. 장소는 인수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사다리를 목에 걸고 있는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 머리에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쓰인 머리띠가 둘러져 있다. 사진 허현덕
사다리를 목에 걸고 있는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 머리에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쓰인 머리띠가 둘러져 있다. 사진 허현덕

저는 4살 때 뇌변병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집에서만 지내다 8살 때 충주에 있는 순덕재활원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그만두었는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한 달에 3~40만 원 하는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저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17살 때까지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학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29살이 되었을 때쯤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장애인이 공부할 수 있는 곳을 문의했는데 거기서 알게 된 곳이 노들야학과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이었습니다.

배움을 얻기 위해 노들야학으로 나갔습니다. 당시에는 이동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고양시에는 장애인콜택시도 없었고 버스도 없어서 할 수 없이 지하철로만 이동했었습니다. 그때는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리프트를 이용할 때마다 너무 무서웠어요. 지하철에서 내리면 집까지 또 20분 정도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동하는 시간만 거의 4시간 이상이 소요됐습니다. 그래도 공부가 좋았습니다. 공부보다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 무섭고 힘든 일이 많습니다. 지금도 지하철 탈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따갑습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힘듭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컸지만 이동의 불편함,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심해질 때면 ‘나오지 말아야 하나?’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움의 마음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배움을 이어 나갔습니다.

삭발한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 뒤로는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가 보인다. 사진 허현덕
삭발한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 뒤로는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가 보인다. 사진 허현덕

비장애인들은 당연하게 다닌 학교를, 왜 뒤늦게 다녀야 하고, 이 늦은 배움도 왜 눈치를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부하기 위해 지하철 타고 버스 타는 일이 다른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입니까? 사람들은 옛날보다 지금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있습니다. 버스를 탈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세상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은 좋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 장애인콜택시는 이동에 제한이 있어 여의도 은평구 마포구 큰 병원 등을 갈 때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지금도 못 배우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밖으로 나와서 공부하고 싶지만 아마도 이동의 불편함이 배움의 길로 나가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지역에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이 거의 없는 것도 배움의 기회를 제한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이 머리카락이 든 상자를 들고 있다. 옆으로는 정명호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허종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학생이 머리카락이 든 상자를 들고 있다. 옆으로는 정명호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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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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