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11개 시군 간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법정대수(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를 충족하는 곳은 괴산군이 유일하다. 야간운행은 청주시와 옥천군만 가능하고, 영동군은 오후 5시부터 운행이 끊긴다. 보은군 등은 주말운행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증평군은 7일 전에 예약해야 하고 주 2회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저상버스 도입률도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보은군, 영동군, 증평군, 괴산군, 단양군에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다. 청주시와 충주시, 제천시를 제외하고는 도입 목표조차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 모두 이용하기 힘들어, 충북 장애인은 사실상 이동권이 박탈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에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충북장차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4일 오후 2시,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는 2010년에 당선돼 3선에 성공하며 12년간 충북도정을 이끌고 있다. 3선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이번 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한다.
권은춘 충북장차연 상임대표는 이시종 지사를 향해 “설마 지방선거 이후 ‘물러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충북 장애인은 더는 잃을 것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무서운 것도 없다. 다음 도지사가 누가 되든 끝까지 투쟁해서 장애인이동권을 장애인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희 충북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은 예약제 운행을 비판했다. 이선희 회장은 “장애인에게도 일상이 있다. 출장도 가고, 병원과 직장에 가야 한다. 당장 오늘과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장애인콜택시를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니 말이 안 된다. 비장애인이 이런 대우 받으면 가만히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임경미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충북도청 앞에 오기 위해 4시간을 소요해야 했다고 말했다. 임경미 소장은 “내가 사는 옥천군에서 여기(충북도청)까지 차로 40분이면 온다. 그런데 충북 장애인콜택시가 광역이동이 안 돼서 대전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이시종 지사에게 묻고 싶다. 장애인은 도민이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장애인활동가들은 40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2시 40분경부터 청주시 특별교통수단 ‘해피콜’ 한 대를 30분간 점거했다. 쇠사슬과 사다리를 몸에 걸어 차량이 운행되지 못하도록 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사다리를 목에 건 채로 “장애인의 소원이 ‘장콜 타고 옆 동네에 가고 싶다’는 거다. 21세기에 이런 소원을 품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충북은 아직 21세기가 아니라 조선시대인가?”라고 규탄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달 21일 열린 장애인차별철폐의날 마무리 집회에서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비 국비 지원 전국 투쟁’을 선포한 바 있다. 전장연은 기재부가 ‘실링 예산’(정부 부처별 다음 연도 예산 요구 한도액)을 편성하는 5월 중순까지 전국 총력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장연은 지난달 22일 전라북도를 시작으로 3일 강원도, 4일 충청북도까지 ‘특별교통수단 지역 간 차별 철폐’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12일엔 세종시, 13일엔 전라남도에서 공동행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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