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최신뉴스

“추경호 후보자님 만납시다. 장애인은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하민지 기자 게시일2022-05-06 조회수236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 한 활동가가 경찰을 마주 본 채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피켓에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후보자)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 한 활동가가 경찰을 마주 본 채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피켓에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후보자)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6일 오후 5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자택 앞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면담을 요구했다.

5시부터 약 20분간 수인분당선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를 점거했다. 이후 추 후보자 자택이 있는 서울시 강남구 래미안도곡카운티 앞에서 한 시간가량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를 점거한 활동가들. 경찰 수십 명이 활동가들을 막아서고 있다. ‘선릉로’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를 점거한 활동가들. 경찰 수십 명이 활동가들을 막아서고 있다. ‘선릉로’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 추경호 후보자 상대로 투쟁하는 이유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추경호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추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검증을 통과한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 인사가 됐다.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바로 임명장을 받고 임기에 돌입하게 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끝내 장애인권리예산 요구를 무시한 채 3년 5개월 임기를 9일로 끝내게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장애인권리예산 투쟁은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장관과 대선 후보들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향해 진행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후보자가 되자마자 청문회 때 장애인권리예산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추 후보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질의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고 지원’ 하나만 약속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질의한 ‘장애인평생교육 국비 지원’에 대해서는 “지방이양사업으로 편입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기재부의 기존 반대 입장을 그대로 이어갔다.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예산 807억 원 증액, 장애인활동지원 평균 시간 및 수가 증액, 부처 실링(Ceiling) 반영 요구안에 대해선 질문하는 의원도 없었고, 추 후보자가 언급하지도 않았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이 같은 추 후보자 입장에 반발하며 지하철을 기어서 타는 오체투지 투쟁을 하고 있다. 6일 오전에도 삭발투쟁과 오체투지 투쟁을 진행했다.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고, 그 뒤를 한 사람이 걸어서 지나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고, 그 뒤를 한 사람이 걸어서 지나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 점거 중에 발언하는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 점거 중에 발언하는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 이 회장이 목에 건 피켓에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추경호 후보자님, 빼앗긴 장애인 권리 찾으러 왔습니다.”

오후 5시, 전장연 활동가들이 한티역 인근 횡단보도를 점거했다. 경찰은 “전국‘장애인철폐’ 참가자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어서 행사를 마감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했다. 그러자 한 경찰이 “뭔 행사야, 행사는. 불법집회지”라고 말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돌리던 한 운전자는 “야 이 개새끼들아. 지랄을 하고 있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횡단보도 한가운데에서 “시민 여러분은 경찰의 안내 하에 횡단보도를 지나갈 수 있고, 자동차 운전하는 분들은 돌아가시는 게 불편하시겠지만 돌아갈 길이라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돌아갈 길도 없다. 우리는 추경호 후보자 집 근처에 와서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활동가들은 약 20분간 이어진 점거를 끝내고 래미안도곡카운티 쪽으로 갔지만 정문 앞에는 갈 수 없었다. 경찰 수십 명이 정문 앞을 철통방어하고 집회신고한 활동가들에게는 협소한 공간 정도만 내줬다. 그래서 래미안도곡카운티를 등지고 결의대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래미안도곡카운티 앞을 막아서서 활동가들은 협소한 공간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해야 했다. 사진 하민지
경찰이 래미안도곡카운티 앞을 막아서서 활동가들은 협소한 공간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해야 했다. 사진 하민지
현수막에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면담 촉구 결의대회’라고 적혀 있다. 그 뒤에 경찰이 친 울타리와 경찰 여러 명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현수막에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면담 촉구 결의대회’라고 적혀 있다. 그 뒤에 경찰이 친 울타리와 경찰 여러 명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경찰은 울타리를 치고 활동가들을 막아섰다. 협소한 공간에서 동그랗게 모여 결의대회를 진행 중인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5시 30분경 시작한 결의대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더는 못 참겠다”였다.

“추경호 후보자님,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검토하겠다’는 말은 21년 들어서 이제 그만 듣고 싶습니다. 장애인은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이제는 장애인권리예산을, 얼마를, 어떻게 보장할 건지 분명한 얘기를 추경호 후보자에게 들어야겠습니다. 후보자님, 만납시다. 장애인은 괴물이 아니라 시민입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더는 못 참겠습니다. 장애인의 권리를 막는 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더는 대중교통 이용하다 죽고 싶지 않고, 감옥 같은 시설에 갇혀 살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대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추경호 후보자님, 빼앗긴 장애인 권리 찾으러 집 앞에 찾아왔습니다. 만납시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한국은 경제 대국입니다. 한 해 예산이 600조예요. 그런데 장애인복지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꼴찌 수준입니다. 나라는 잘사는데 국민인 장애인은 못사네요. 그런데 장애인한테만 참으라고 합니다. 추경호 후보자가 반대한 장애인평생교육 국비 지원 말입니다, 비장애인 평생교육 같이 받으라는데 가 보면 계단만 있습니다. 휠체어 타고 계단을 어떻게 올라갑니까?” (이영봉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이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이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정권을 어느 정당이 잡든, 기재부 장관이 누가 되든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를 위해 투쟁을 멈추지 말자고 말했다.

“대통령 다음 2인자라 불리는 기재부 장관이 결정됐습니다. 5월에 기재부가 실링 예산을 결정하는데, 그때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돼야 합니다. 갑 중의 갑인 기재부가 ‘야, 인마. 이 정도만 가져가’라고 하면 끝입니다. 지난 겨울 내내 홍남기 장관 상대로 투쟁했습니다. 이제는 윤석열 당선자와 추경호 후보자가 장애인권리예산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5월엔 꼭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을 받아내서, 6월부턴 지하철 바닥을 기지 맙시다.”

전장연은 5월 내내 윤석열 당선자 집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4호선 삼각지역에서 삭발투쟁과 오체투지를 진행한다. 윤 당선자 취임 당일인 10일에는 광화문 인근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행진’을 할 예정이다.

‘투쟁’을 외치는 활동가. 그가 목에 건 피켓에는 ‘차별에 저항하라, 탈시설이 백신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 뒤엔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이 서 있다. 사진 하민지

 

저작권표시

저작자표시-변경금지(BY-ND)
저작자표시-변경금지(BY-ND)

저작자와 출처 등을 표시하면 영리 목적의 이용은 가능하나, 변경 및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출처

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14

총 댓글수 : 0개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