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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투표보조, 현장에서 가로막혀… 지선 때는 투표할 수 있을까?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강혜민 기자 게시일2022-05-09 조회수99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9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지난 대선 때 발생한 장애인 참정권 차별을 집단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9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지난 대선 때 발생한 장애인 참정권 차별을 집단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올해 대선에서도 장애인은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선거 방송 토론회와 선거공보물에서부터 비장애인과 정보 격차가 벌어졌다. 휠체어 탄 장애인은 투표소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고,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에 따라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지원해야 함에도 현장에서는 거부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에 따라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장애계는 9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지난 대선 때 발생한 장애인 참정권 차별을 집단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에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국회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날 인권위에 진정한 사례만 총 63건에 달한다. 내용을 보면 △장애를 이유로 한 정보제공에서의 차별(7건) △투표소 접근 등 편의시설에서의 차별(16건) △선거관계자의 장애 몰이해와 투표보조용구 등 정당한 편의 미제공에서의 차별(24건) △공직선거법상 투표보조 및 법원 임시조치에 따른 발달장애인 투표보조에서의 차별(15건) △의료시설에서의 선거 정보에 대한 선관위의 적극적 안내 부족(1건)이 접수됐다.

- 선거 정보 알지 못하고, 투표소 접근도 어려워… 접수된 사례만 63건

선거 기간, 장애인들은 장애유형별로 다양하게 참정권을 침해받는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청각장애인에겐 자막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토론회에는 수어통역사만 배치되어 있을 뿐, 자막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도 제대로 수어통역을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후보 네다섯 명의 통역을 담당하니 누가 누구의 말을 통역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공보물 또한 마찬가지다. 발달장애인들은 알기 쉬운 언어로 쓰인 공보물을 수년째 요구해왔지만 여전히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와 USB, QR코드 등을 통해 선거공보물 내용을 받아본다. 그러나 점자공보물의 경우, 묵자(종이에 인쇄된 글자) 선거공보물과 내용이 상이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기자회견에서 곽남희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기자회견에서 곽남희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묵자에 있는 내용이 점자공보물에는 없으며, 전반적으로 이미지 해설이 없다. 어느 후보는 점자와 묵자 내용이 전혀 달랐다. 또한 지역마다 시각장애인이 받아본 USB 개수도 달랐다. 이번 지선에서는 점자공보물에도 이미지 설명이 있고, 점자와 묵자 선거공보물 내용이 똑같기를 바란다. 또한 모든 후보의 USB를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각장애, 곽남희 씨)

투표소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다.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투표소의 물리적 접근이 문제가 됐다. 투표소는 2층 혹은 3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탄 장애인은 투표할 수 없었다. 투표소 진입로에 경사로가 있더라도 경사가 심해 실제 휠체어 탄 사람은 접근할 수 없거나, 투표소 입구에 턱이 있는 경우,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는 경우 등도 발견됐다.

어렵게 투표장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교육 미비로 투표보조용구 등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지 않은 경우였다.

- 법원 임시조치에도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현장에서 가로막혀

특히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가 문제가 되었다.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거사무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내용이 갑작스레 삭제되면서 투표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가 가로막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장애계의 진정으로 2021년 3월 인권위는 선관위에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정당한 편의제공을 지원해야 한다’는 시정 권고를 내렸다. 그해 12월에는 장애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했고, 대선 직전 극적으로 강제조정이 성립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 투표소에서 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장추련 등은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받지 못해 아예 투표하지 못하는 경우도 2건이나 확인되었고, 투표보조가 필요함에도 혼자 투표를 해서 제대로 투표하지 못한 사례 4건, 활동지원사의 동행을 거부당한 사례가 8건이나 있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문석영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기자회견에서 문석영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시각장애와 발달장애가 중복으로 있는 문석영 씨는 투표보조기구도 제공받지 못하고, 투표보조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대선 때 사전투표를 하러 갔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니 점자투표용지를 가져다줬다. 그러나 나는 점자를 배운 적 없다. 글자를 크게 키우는 거(투표보조용구)를 달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간 친구의 도움을 받아 투표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선관위 직원이 와서 누구 찍을 것인지 말하라고 했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됐다. 투표 이후에는 투표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보조하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시각장애‧지적장애, 문석영 씨)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글을 잘 모르거나 선거 방법을 익히기 어려워 투표보조가 필요하다. 그림투표용지와 지역별 설명회와 모의투표도 필요하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선거 때마다 이러한 차별을 없애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왜 여전히 같은 문제를 겪어야 하나”라고 규탄했다.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는 지난 4일 진행한 중앙선관위 면담 내용을 전했다. 이 활동가는 “지난 4일 선관위 실무자 면담에서 선관위 측은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허용하라는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에 대해 ‘이는 공직선거법을 넘어서는 내용으로 할 수 없다’고 답했다”면서 “당시 재판에서 판사가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에 관해 물었을 때 선관위 직원은 분명 ‘투표보조 지원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런데 실무자는 면담에서 그런 대답한 적 없다고 뻔뻔스레 말했다. 법원의 임시조치마저 지키지 않는 선관위를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기자회견 참가자가 “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추련 등은 “선관위는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나 그 의무를 게을리했다. 이에 인권위에 강력한 시정권고를 요청한다”면서 선관위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또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당 원내대표 5명도 인권위에 진정했다. 장추련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11개가 발의되었음에도 현재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입법기관인 국회의장과 각 정당 원내대표들이 하루속히 개정안 논의를 추진하도록 인권위가 강력히 정책권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2024년에는 장애인들이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2023년까지 법 개정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시각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제공 △선거 관련 방송에서 토론 참여자 수와 동일한 수어통역사 배치 △고령자·장애인·임산부 등 이동약자가 접근 가능한 투표소 설치 의무화 △발달장애인 등 기표 시, 보조인력 지원 △소속 정당의 로고·후보자 사진이 포함된 그림투표용지 제공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선거공보물과 선거공약서 제작 배포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장추련과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은 인권위 관계자와 면담했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권고를 받은 기관은 권고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인권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선관위도 이행계획을 제출한 상황이다.

면담에 참여한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는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선 때 발달장애인 투표보조에 대한 차별이 발생한 만큼 이행계획에 대한 철저한 판단이 필요하다. 선관위가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지선 때도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한국피플퍼스트에서 차별이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했다”며 면담 내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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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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