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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 7개월간 성폭행한 활동지원사 재판… 피해자 직접 증언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허현덕 기자 게시일2022-05-11 조회수84
춘천지방법원 전경. 사진 허현덕
춘천지방법원 전경. 사진 허현덕

뇌병변장애인을 7개월간 성폭행한 활동지원사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2시 춘천지방법원 1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가 직접 증인으로 나서 활동지원사가 저지른 성폭행 사실을 증언했다. 언어장애가 있는 그는 “네/아니오” 등의 단답형으로 답했지만, 피해 날짜와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했다. 

반면, 피고인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피해 날짜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끈질기게 범죄행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려고 했다. 

- 피해자, 지옥 같은 7개월 참으며 웹캠으로 증거 남겨   

피해자 뇌병변장애인 정 아무개 씨는 2020년 11월 활동지원사 안 아무개 씨를 처음으로 만났다. 정 씨를 ‘형’이라고 부르던 안 씨는 1~2주 정도 지나자 유사성행위를 포함한 성폭력을 일삼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신체적인 폭행을 가했다. 이처럼 활동지원사의 성폭력과 폭행은 7개월간이나 계속됐다.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정 씨는 이런 사실을 가족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둘만 있는 상황에서의 폭행 증거없이는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노트북 웹캠을 이용한 촬영 방법을 알아냈고, 석 달간 어렵게 찍은 사진 중 6장이 범행증거로 쓰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활동지원사 안 씨를 고소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Y'의 한 장면. 강 씨가 목숨을 걸고 남긴 증거 사진. ‘궁금한 이야기Y' 방송 캡처
SBS ‘궁금한 이야기Y'의 한 장면. ‘궁금한 이야기Y' 방송 캡처

이런 내용은 올해 1월 SBS방송의 ‘궁금한 이야기Y’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방송에서 활동지원사의 조카는 “성폭행은 모두 미수였고 뺨 한 대 때린 건 서로 장난치면서 살짝 친 건데 검찰이 너무 뻥튀기해서 때린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성관계에 있어서 모종의 제스처가 있었고 서로 무언의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인터뷰했다. 또한 1차 피해를 당했을 때 신고를 하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다. 

- 가해자, 범행 일부 부인하면서도 13번의 반성문 제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한 안 씨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증거를 보여주자 범행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그러나 최근 말을 바꿔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현재 안 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유사성행위) 등’의 죄목으로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작년 10월 시작된 재판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1심 선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안 씨는 지난 1월경 국선변호사 선정을 취소하고, 검사출신으로 알려진 사선변호사를 선임했다. 구속 후부터 모두 13번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총 4건의 탄원서도 법원으로 접수됐다.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판에서 피고인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목욕을 시키려면 중요 부위를 만질 수도 있지 않나”, “증인(피해자)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성추행을) 장난으로 한 게 아닌가”라며 끊임없이 죄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피해자는 이런 질문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장애인권단체는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사 안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인면수심 가해자! 엄벌을 촉구한다!'라고 쓰여 있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장애인권단체는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사 안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인면수심 가해자! 엄벌을 촉구한다!'라고 쓰여 있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장애계 “법원 똑같은 범죄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처벌해야”

재판이 열리기 전인 오후 1시,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강원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4개 장애인권단체는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사 안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정 씨는 평소 시를 썼고, 동료지원가로 활동할 만큼 사회활동이 활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겪은 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직접 법정에 선 것은 다른 장애인들이 똑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런 식물 같은 저를 자신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한낱 노리개로 생각했다는 것이 저는 슬플 뿐입니다. 그 사람의 눈은 짐승의 눈이었고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지만 저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이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정 씨 발언,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 대독)

정 씨의 말처럼 활동지원사에 의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김용섭 강원협의회 회장은 “활동지원제도 덕분에 장애인들이 외출할 수 있었고, 교육받을 수 있었고, 탈시설 권리를 외칠 수 있었고, 자기결정권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활동지원사에게 모든 일상을 맡겨야 하는 중증장애인에게 가해진 범죄, 그걸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을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고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장애인권단체는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사 안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장애인권단체는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사 안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이번 사건에서는 중개기관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였다. 정 씨의 어머니는 중개기관에 활동지원사 교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범행 기간을 더욱 늘리게 됐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활동지원사는 활동지원법에 따른 인력지원 체계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중개기관에 주어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는 어머니를 통해 활동지원사 교체를 중개기관에 요청했다. 그러나 중개기관은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발뺌하고 있다”라며 “교체 요구가 있었고, 명백한 악의적인 행위가 있음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 중개기관에 대해서도 추후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다음 변론은 6월 9일(목) 오전 11시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검찰 측은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시설 종사자’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고,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할 것을 예고했다. 

기자회견 후 101호 법정에 참관하러 가는 참가자들. 이들은 다음 재판에도 '엄중처벌'을 촉구하며 재판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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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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