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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결의문] 비장애인만 국민 대접받는 대한민국 / 김대광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비마이너 게시일2022-05-17 조회수14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에서 삭발 투쟁을 했습니다.

5월 6일부터는 장소를 바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기획재정부 답변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이어갑니다. 장소는 윤석열 정부가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인 용산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김대광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삭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대광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삭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안녕하세요, 경기도 포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대광입니다.

비장애인만 국민으로 인정해주는 대한민국에서 차별과 혐오 속 고통받고 있는 우리 장애인들의 현실을 다시 한번 외치고자 삭발하러 왔습니다. 장애, 비장애를 따지지 않고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봐달라는 겁니다. 특별대우, 특별혜택 원치 않고 필요도 없습니다.

한번은 겨울에 폭설 내리는 날, 퇴근을 위해 즉시콜(장애인콜택시를 당일 바로 부르는 것을 지칭_편집자 주)을 불렀는데 ‘2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들 퇴근하는데 나 혼자 장콜을 기다리기가 막막해서 저상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몸이 얼 정도의 한파 속에서 1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탔습니다.

제가 하차할 정류장은 높은 언덕 쪽에 있었습니다. 그 버스 노선은 원래 그 정류장을 지나갑니다. 그런데 기사님이 “폭설 때문에 도로가 다 얼어서 그 언덕을 올라갔다가 내려갈 때 너무 위험해서 자신이 없다. 시내에 내려주면 안 되냐”고 묻길래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노선대로 가시길래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 한 분이 저를 한번 째려보고는 “한 명 때문에 왜 다수가 피해를 봐야 하냐”면서 기사님께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기사님이 ‘저 장애인’도, ‘저 사람’도 아닌 “‘저 휠체어’가 거기 내린다는데 어쩌냐”면서 제 탓을 했습니다.

기사님은 원래 노선대로 저를 언덕 위 정류장에 내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기사님이 “이렇게 눈 많이 오고 기상 악화가 심한 날에는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은 비 오고 눈 오는 날, 집 밖으로 나올 자유도 없습니까? 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무시당한 것이 너무 억울해서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해당 버스 기사를 고발했습니다. 나름대로 차별에 저항했습니다. 저는 버스 한번 탈 때마다 눈총과 차별적인 발언들을 듣고 견뎌야 합니다. 이게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입니다.

김대광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그 옆에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역시 지난달 12일 삭발투쟁에 참여했다. 사진 이슬하 
김대광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그 옆에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역시 지난달 12일 삭발투쟁에 참여했다. 사진 이슬하 
김대광 활동가가 눈을 감고 있다. 그의 머리가 짧게 깎여 있다. 사진 이슬하
김대광 활동가가 눈을 감고 있다. 그의 머리가 짧게 깎여 있다. 사진 이슬하

더 이상 ‘장애인들 세상 살기 많이 좋아지지 않았느냐’는 말들 자제해주십쇼.

우리의 투쟁을 비문명이라 하지 말아주십쇼.

21년 동안 요구해도 아직 바뀌지 않은 게 더 많습니다. 여러분이 간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대중교통, 우리 장애인들은 목숨 걸고 탑니다. 그래서 요구하고, 투쟁하고, 쟁취해 내는 겁니다. 그냥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도 한 인격체로 받아달라고 울부짖어 소리치는 겁니다.

장애 때문에 차별받는 것도 화나고 서러워 죽겠는데 ‘연예인병’ 걸린 듯한 이준석 대표의 행동으로 우리는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장애인 생존권 요구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는 우리 동지들과 국민 사이를 자꾸 말도 안 되는 말들로 갈라치기 하며 혐오 세력을 만들어낸다면, 그 어떤 투쟁이라도 끝까지 참여해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몇 번이고 삭발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자신 있는 이유는 우리의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인의 외침을 그만 외면하십쇼. 우리도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삭발을 마친 김대광 활동가가 사다리를 목에 건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삭발을 마친 김대광 활동가가 사다리를 목에 건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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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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