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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 산정특례 끝나면? “복지부가 만든 지옥 펼쳐질 것”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허현덕 기자 게시일2022-05-19 조회수136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없는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 허현덕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없는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 허현덕

3년 전, 활동지원 판정체계가 바뀌면서 많은 장애인들의 활동지원시간이 삭감됐다. 임시방편으로 정부는 3년간 이를 유예하는 산정특례 제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올해 산정특례가 끝나는 장애인 2913명은 활동지원시간이 삭감되거나,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상황에 처했다. 

2019년 7월 1일,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시행되면서 활동지원 판정체계가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바뀌었다. 그러나 종합조사로 활동지원 갱신조사를 받은 장애인 중 서비스 시간이 삭감되거나 탈락된 장애인은 14.5%에 달한다. 그중 기존 인정조사 1등급이었던 중증장애인의 하락 비율은 17.2%다. 중증장애인 중 한 달에 241시간이 삭감된 사람도 있다. 이는 하루 8시간 꼴로 중증장애인의 목숨과 직결되는 시간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3년간의 산정특례를 주었다. 기존 인정조사에서 받았던 서비스 시간을 3년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오는 7월이면 산정특례 기간 만료 시점이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시점에도 산정특례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고작 ‘이의신청 하라’라는 무책임한 대책을 내놓고 3년을 보냈다. 복지부는 최근에도 “내부 논의하고 있다. 6월 중으로 대책을 결정할 예정이다”라는 무성의한 답변뿐이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1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없는 정부를 규탄했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산정특례에 대해 정부는 장애인 개인이 이의신청을 하라고 한다.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이의신청으로 서비스 시간 하락을 막을 수 있나. 정부는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진은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소장은 1년 후 100시간가량 활동지원시간이 깎일 예정이다. 사진 허현덕
진은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소장은 1년 후 100시간가량 활동지원시간이 깎일 예정이다. 사진 허현덕

- 수급자격 갱신자 중 14.5% 시간 하락… 중증장애인 17.8%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인정조사 대비 종합조사 급여량이 하락한 장애인은 8333명이다. 이는 수급자격을 갱신한 5만 7370명 중 14.5%에 해당한다. 하락자 중 기존 인정조사에서 1등급이었던 중증장애인의 하락 비율은 17.2%에 달한다.

1년 후 활동지원 100시간 삭감이 예정된 진은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소장은 종합조사가 장애인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 아니라, 무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처럼 느껴진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알리는 보도자료에 ‘수요자 중심 복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지만, 그 방향과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진 소장은 “종합조사 심사를 받던 날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심사는 단 10분 만에 이뤄졌다. 짧은 시간만이 문제는 아니다. 조사원은 ‘밥은 혼자서 먹을 수 있나’, ‘화장실에서 혼자 뒤처리를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했다. 나의 무능력을 증명하도록 했다”라며 “활동지원은 동정을 구걸해야 받을 수 있는 제도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선심 쓰듯 산정특례 제도를 마련했는데, 장애인이 누릴 수 있는 보통의 삶을 유예하는 듯한 태도를 집어치워라”라고 비판했다. 

산정특례를 받는다는 이유로 지자체 추가 활동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홍성훈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2년 전 종합조사를 받았고, 기존보다 151시간이 삭감됐다. 센터에서 활동하게 된 후, 사회활동을 하는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활동지원 구 추가 40시간을 받으려 했지만 ‘산정특례를 받는다’는 이유로 받을 수 없었다. 

정부는 당사자에게 활동지원 삭감 이유도 철저히 숨기고 있다. 홍 활동가는 삭감 통지를 받고 국민연금공단과 관할 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행정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당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구청과 공단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구청과 공단은 항소했고, 며칠 뒤 항소심이 열린다. 

홍성훈 활동가는 “활동지원을 받으면서 활동가로 일하고, 가족과 떨어져 독립적인 공간에서 독립생활도 하고 있다. 이렇게 직장에서 출근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 일상이 고작 1년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성토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중증장애인 3년 시한부 선고’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기자회견 참가자가 ‘중증장애인 3년 시한부 선고’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전체 하락·탈락자 중 발달장애인 50.4%, 61.2%에 달해

발달장애인의 상황도 처참하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활동지원 갱신자 중 서비스 시간 하락자의 50.4%(3865명), 서비스 탈락자의 61.2%(292명)가 발달장애인이다. 당장 올해 활동지원시간이 삭감되거나,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발달장애인은 1501명에 달한다.  

발달장애인이 활동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은 종합조사 자체의 문제가 크다. 종합조사표에는 신체적 장애에 관한 항목은 34개, 정신적 장애에 관한 항목은 8개뿐이다. 항목 수가 적은 것은 점수와 직결되고, 이는 곧 활동지원시간을 결정하게 된다.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현행 종합조사표의 조사항목 및 종합점수 산정방법에 따르면, 신체적 어려움을 판단하는 ‘일상생활동작’과 ‘수단적 일상생활동작’의 문항수가 21문항, 문항별 점수가 438점인 반면, 정신장애, 발달장애 등 정신적 장애인이 해당할 가능성이 큰 인지행동특성 항목의 문항수는 단 8문항, 점수는 94점에 불과하다”라며 “일본은 이동과 동작에 관한 항목, 신변돌보기 일상생활에 관한 항목이 34문항이다. 이와 동등하게 의사소통에 관한 항목, 행동장애에 관한 항목 등 정신적 장애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내용도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종합조사표에는 신체적 장애에 관한 항목은 34개, 정신적 장애에 관한 항목은 8개뿐이다. 사진 종합조사표 갈무리
종합조사표에는 신체적 장애에 관한 항목은 34개, 정신적 장애에 관한 항목은 8개뿐이다. 사진 종합조사표 갈무리

발달장애인의 경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일상생활에서 긴 시간 관찰하고,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는 기계적인 문답 조사로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현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1년 후에 240시간이던 활동지원이 120시간으로 반토막이 될 위기다. 

“지금 활동지원을 한 달에 240시간을 받고 있는데, 내년이면 120시간으로 깎인다고 합니다. 활동지원 시간을 판정할 때 발달장애인은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로 시간이 많이 배정되지 않습니다. 저에게도 활동지원 시간이 꼭 필요한데, 더 깎인다고 하니 화가 나고 슬픕니다. 활동지원 서비스를 줄 때 왜 발달장애인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나요? 발달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은 꼭 필요합니다. 우리 발달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얘기를 듣고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돼야 할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1년 후에 240시간이던 활동지원이 120시간으로 깎이게 된다. 사진 허현덕
김현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1년 후에 240시간이던 활동지원이 120시간으로 깎이게 된다. 사진 허현덕

30대 발달장애인의 어머니 ㄱ 씨는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발언문을 보냈다. ㄱ 씨도 활동지원 판정조사가 발달장애인의 서비스 필요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딸이 (활동지원) 갱신조사를 받은 건 작년이었습니다. 관련 공무원들이 우리 집을 방문한 후, 고작 5분 동안 몇 가지 사항만 체크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분들은 ‘옷을 입을 수 있냐?’, ‘화장실에 혼자 가냐?’, ‘밥을 먹을 수 있냐?’ 등 발달장애인과 관련 없는 질문만 잠깐 하고 돌아갔습니다. 제 딸과 제대로 된 인터뷰를 진행하지도 않았고, 일상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직접 관찰하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지원 없이 일상생활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이라면, 어떻게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살펴봐야 하는 게 아닌가요?”

ㄱ 씨는 최근에야 활동지원 등급 외 판정 사실, 즉 서비스 탈락 사실을 알게 됐다. ㄱ 씨는 “‘산정특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길래, 설문조사에 응하기 위해 활동지원 중개기관에 연락해봤다. 중개기관에서 딸의 종합조사 구간이 뜨지 않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곳저곳 알아보니, 딸이 ‘산정특례 대상자’라는 것과 얼마 후에 수급자격이 박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수소문하러 다닐 때까지 중개기관, 주민센터, 구청, 그 어디에서도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없는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 허현덕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없는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 허현덕

- “종합조사표는 조작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돼야” 

현재 산정특례 이후의 대책은 전무하다. 정부는 ‘이의신청’제도를 이용하라는 답뿐이지만, 이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정제형 변호사는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이의신청 4463건 중 이의가 인정된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형식적인 서면심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산정특례 대상자 기존 시간 유지 △개인별 지원 강화를 위해 종합조사표 개선 △종합조사 내 당사자의 참여 구조 마련 등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한정된 예산 규모 내에서 종합조사표 배점만을 조정한다면, ‘장애유형별 싸움’이 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 해결 방법은 결국 장애인 활동지원예산 증액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예산에 갇힌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규탄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활동지원 예산이 1조 2000억 원 증액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에 의해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말은 사기였다. 기획재정부에 의해서 종합조사표가 조작됐다”라며 “기존 활동지원 예산이 정부의 재량예산이었다면, 장애등급제 폐지 후 의무예산이 되었다. 의무예산이 되면서 기재부가 예산 통제를 할 수 없으니, 종합조사표를 통해 조작했다. 산정특례 문제는 바로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의 폐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말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장애인권리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게 없다. 예산이 없는데 무슨 선택을 하라는 것이냐? 더 이상 비용이니 우선순위 문제라는 말로 우리의 삶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라고 규탄하며, 장애인권리예산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장애등급제 가짜폐지, 기획재정부=설계자, 보건복지부=장물아비, 종합조사표=종합조작표’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기자회견 참가자가 ‘장애등급제 가짜폐지, 기획재정부=설계자, 보건복지부=장물아비, 종합조사표=종합조작표’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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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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