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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달장애 자녀와 부모 사망… “국가는 없었다”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이슬하 기자 게시일2022-05-27 조회수181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고 적힌 손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이슬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고 적힌 손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이슬하

또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계속되는 발달장애 자녀와 부모의 죽음에도 국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어머니가 6살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경비원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모자 모두 사망했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60대 어머니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와 뇌병변 중복장애가 있는 30대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2일 시흥과 수원에서도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2건의 사건이 벌어졌다. 서로 다른 가정의 발달장애 자녀가 같은 날 부모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죽음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26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이삼헌 씨가 추모 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이삼헌 씨가 추모 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이날 추모제에 모인 이들은 발달장애 자녀와 부모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책임을 부모와 가족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임은정 부모연대 부평지회장은 “발달장애인 지원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 장애 자녀를 돌보는 일을 온전히 가족에게만 떠맡기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 최인호 씨는 “저와 같은 발달장애를 가진 어린아이가 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슬펐다”라며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라며 국가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인호 씨가 발언에 앞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최인호 씨가 발언에 앞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에 대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십여 년간 삭발하고, 농성장을 차리면서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런 성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으로 하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4년 제정됐다. 2018년 ‘제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마련됐다. 그러나 정책에 따른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탓에 발달장애인과 가족은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의 약 80%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중 41%는 일상생활 대부분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 서비스는 매우 부족하다. 코로나19로 그나마 이용할 수 있던 서비스마저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후 발달장애 자녀와 가족의 죽음이 더 많이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20년 3월 제주에서 한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를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4월 서울에서는 또 다른 어머니가 4개월 된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6월 광주에서는 발달장애 자녀와 그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2월과 4월 서울, 5월 충북에서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11월 전남에서는 한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와 노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추모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이슬하
추모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이슬하

계속된 죽음에도 정부는 대책이 없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도 참담하다. 윤 정부의 국정과제 중 발달장애인 정책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평가를 거쳐 확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확충 등이다. ‘장애 조기 발견·개입을 위한 서비스체계를 구축하고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과 어린이 재활의료 인프라 확대’를 제시했다. 사회적 권리로서의 지원이 아닌 의료적 관점에서의 지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정책의 구체성 또한 떨어진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은 “사망 사건이 있던 지난 23일 보건복지부 국장을 만나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만들 의향이 없느냐, 국정과제에 있는 내용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들 의향이 없느냐고 물어보니까 ‘장애인 정책 5개년 계획에 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라며 “지난 5년 동안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아주 두루뭉술하게 담아놓고 지키지도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 가족들의 희망을 앗아가지 마라. 종합대책을 세밀하게 만들어 올해 안에 발표하라”라고 촉구했다. 

추모제를 마친 후 부모연대는 안상훈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면담요청서를 대통령 집무실에 전달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한편 부모연대는 이날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일주일간 삼각지역 역사 안에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객의 조문을 받는다.

오후 12시경부터 서울교통공사 직원 100여 명은 삼각지역(숙대입구역 방향) 1-1 승강장 앞 환승통로를 둘러싸고 분향소 설치를 막았다. 오후 12시 30분쯤 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활동가들이 다른 승강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공사 직원이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가 구급대원에 의해 이송되기까지 했다. 여성 활동가의 얼굴을 개인 휴대폰으로 불법촬영하는 보안관도 있었으며, 활동가의 발을 질질 끌고 가기도 했다. 남성 보안관들에게 둘러싸인 어머니들은 주저앉아 “벼랑 끝에 있는 사람들이 이 작은 분향소 하나 차리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울부짖었다.

1시간 이상의 대치 끝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공사 측은 불허 입장을 고수했다. 활동가들은 농성을 이어가다 오후 5시 30분쯤 승강장이 아닌 삼각지역 1·2번 출구 개찰구 주변에 분향소를 차릴 수 있었다.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활동가들과 그들을 저지하려는 지하철 보안관들이 뒤엉켜 있다. 사진 이슬하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활동가들과 그들을 저지하려는 지하철 보안관들이 뒤엉켜 있다. 사진 이슬하
지하철 보안관의 강경 진압에 활동가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지하철 보안관의 강경 진압에 활동가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활동가들이 영정을 들어 보이며 분향소 설치를 막는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한 활동가가 들것에 실려 구급대원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사진 이슬하 
바닥에 누운 채 자리를 지키는 활동가들에게 생수가 전달되고 있다. 사진 이슬하
바닥에 누운 채 자리를 지키는 활동가들에게 생수가 전달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오랜 농성에 지친 활동가들이 어깨를 맞댄 채 서로 기대고 있다. 사진 이슬하
오랜 농성에 지친 활동가들이 어깨를 맞댄 채 서로 기대고 있다. 사진 이슬하
어렵사리 승강장에 분향소가 설치됐지만, 이는 곧 개찰구 주변으로 옮겨졌다. 사진 이슬하
어렵사리 승강장에 분향소가 설치됐지만, 이는 곧 개찰구 주변으로 옮겨졌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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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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