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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약속 안 지키는 사이 장애인이 죽었다”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하민지 기자 게시일2022-05-30 조회수95
서울시의회 앞에 세워진 천막농성장 3개 동. 사진 하민지 
서울시의회 앞에 세워진 천막농성장 3개 동. 사진 하민지 

서울시청역 환승통로에 있던 농성장이 서울시의회 앞으로 옮겨졌다. 의회를 향해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아래 탈시설조례)’ 통과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도 설치됐다. 서울시에 분향소가 설치된 건 삼각지역 1·2번 출구 개찰구 근처에 이어 두 번째다. 분향소는 49재가 도래하는 7월 중순경까지 계속 운영되며 조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30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 발달·중증장애인 권리쟁취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6월 21일 열리는 마지막 본회의 때 탈시설조례안을 통과시킬 것 △발달·중증장애인을 24시간 지원하는 장애인권리예산을 서울시가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설치 및 서울시 발달·중증장애인권리쟁취 농성 선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설치 및 서울시 발달·중증장애인권리쟁취 농성 선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탈시설조례 진작 제정됐다면 참사 막았을지도 모른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3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전국 최초로 탈시설조례를 연내 제정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탈시설조례의 핵심은 수용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패러다임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꾼다는 데 있다. 즉, 이 같은 조례가 제정되면 탈시설장애인을 포함해 지역사회에 사는 모든 장애인의 권리가 폭넓게 보장되는 정책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조례에는 장애인이 탈시설한 후 지역사회에서 원활히 살아가기 위한 지원주택 확보,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 중증장애인 낮활동 지원, 공공일자리 제공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네 차례의 민관협의체를 통해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놓고도 조례 제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결국 2021년 내에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서울장차연은 지난달 5일, 서울시에 탈시설조례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시청역 환승통로에 농성장을 세웠다.

서울시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이, 비극적 참사가 일어났다. 지난 23일,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40대 여성이 6살 발달장애자녀를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모자 모두 숨졌다. 같은 날, 인천시 연수구에서는 60대 어머니가 대장암을 진단받은 30대 중증장애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형숙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회장 뒤로 폴리스라인과 경찰들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회장 뒤로 폴리스라인과 경찰들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장애계는 참사의 원인이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에 있다고 규탄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방기했기 때문이다.

우정규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서울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동안 사람이 죽었다. 장애인의 요구는 특별한 게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거였다. 그러나 국가와 지자체는 살고 싶다는 장애인의 절규를 외면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또한 “탈시설조례가 작년에 제정돼서 지역사회에서의 인간다운 삶을 한 명이라도 더 보장받을 수 있었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장애인에게는 시설에 갇혀 사는 거 아니면 지역사회에서 살다가 가족에게 살해당하는 것, 두 가지 삶밖에 없다. 장애인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서울시의회 앞 농성장. ‘발달·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보장하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하라!,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시의회 앞 농성장. ‘발달·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보장하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하라!,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서울시의회 앞 탈시설조례 제정 농성 돌입 “마지막 본회의 때 반드시 통과시켜라”

현 서울시의원들의 임기 종료일인 6월 30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지난 25일, 탈시설조례안을 발의했다. 마지막 정례회는 다음 달 10일부터이며 본회의는 21일에 열린다.

21일에 탈시설조례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조례 제정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당선된 의원들 몫으로 넘어간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그만큼 유예된다. 따라서 서울장차연은 서울시의원들에게 마지막 본회의 때 탈시설조례를 통과시키도록 요구하기 위해 농성장을 서울시의회 앞으로 옮겼다.

서기현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서기현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서울시의원들은 임기 마치기 전에 반드시 탈시설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발달·중증장애인이 시설에 갇히지 않고, 억울한 죽임도 당하지 않는다. 갇혀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살해당하고 싶은 사람 또한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형숙 회장도 “이 조례는 부모가 장애자녀를 살해하지 않도록 하는 조례가 될 것이다. 마지막 본회의 때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 앞 농성장에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 뒤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 뒤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 이준석·이종성, 탈시설 연일 반대… “양심 있으면 장애인 그만 기만해라”

그러나 탈시설에 대한 반대도 거세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이종성 의원이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아래 거주시설부모회) 등과 손잡고 연일 탈시설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JTBC ‘썰전라이브’에서 대놓고 탈시설 반대를 천명했다. 이종성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탈시설 전시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거주시설부모회와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발언하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기자회견 현수막과 오세훈 후보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발언하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기자회견 현수막과 오세훈 후보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준석 대표와 이종성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서울시의회의 탈시설조례 통과를 촉구했다.

“이준석 대표와 이종성 의원에게 묻겠습니다. 한 방에 8명 사는 거주시설과 내 집에서 여러 지원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사는 지원주택, 둘 중 어디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양심이 있으면 똑바로 얘기하시고 장애인을 기만하지 마십시오.

오세훈 시장 시절부터 시작된 서울시 탈시설정책,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야 조례 만든다고 하니까 반대한대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탈시설로드맵도 안 된대요. 전장연이라는 ‘빨갱이’, ‘좌파’ 단체가 주장하는 거라고 반대한다는데 웃기지 마십쇼.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전 세계에 권고하는 기준입니다.

서울시장님, 서울시의원님들, 장애인이 더 이상 죽지 않게 좀 도와주세요! 장애인을 시설에다 처박아놓는 거주시설부모회 눈치 그만 보시고, 탈시설조례 제정하십시오. 장애인은 폐기물이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살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습니다.”

서울시의회 앞 천막농성장 3개 동. 건너편 건물에 오세훈 후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시의회 앞 천막농성장 3개 동. 건너편 건물에 오세훈 후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시의회 앞 농성장은 총 3개 동이 설치됐다. 1개 동은 서울시청역에 있던 농성장을 옮겨 온 것으로, 30일 기준 농성 56일째를 맞았다. 다른 1개 동에는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가 설치됐다. 나머지 1개 동에는 탈시설 관련 전시회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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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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