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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정부가 은폐한 ‘장애인의 날’의 현실, 혜화역의 오늘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비마이너 게시일2024-04-25 조회수5

 

정부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하고 1년에 한 번 근사한 장소에 장애인들을 초대해 행사를 연다. 그 자리에서 정부는 장애와 역경을 극복한 장애인, 장애인 복지 증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포상을 내린다.’ 그리고 장애인거주시설에 찾아가 장애인과 종사자를 ‘격려’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언론은 받아쓴다.

이러한 현상은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가린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버스조차 타지 못하고, 학교에도 가지 못하며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현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없어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한평생 살아가야 하는 현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의 현실을 은폐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는 이유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날’은 시혜와 동정으로, ‘보호’를 명분으로 장애인을 배제‧감금하고, ‘재활’을 내세워 장애극복의 이데올로기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강화시켜 온 무책임한 국가 권력에 면죄부를 주는 날”이라고 비판한다. 대신 이들은 2002년부터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부르며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쟁을 진행해왔다.

올해도 전장연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1박 2일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19일 저녁 7시 20분경, 야간 숙박 장소를 살피기 위해 혜화역 대합실을 찾았다.

그러나 혜화역으로 내려가는 2번 출입구 엘리베이터는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가로막혔다.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게 되자 장애인들은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장애인을 막아섰고, 계단을 기어 내려가는 장애인을 막아섰으며, 집에 가기 위해 열차에 탑승하려는 장애인을 막아섰고, 열차에서 하차하려는 장애인을 막아섰다. 활동가들은 “어떠한 법적 근거로 가로막느냐”고 항의했다. 공사는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댔다.

혜화역장이 말했다. “열차 운행 방해 행위로 현행범 체포하겠습니다.” 활동가가 물었다. “공사가 무슨 자격으로 체포합니까?” 박진용 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 부장이 답했다. “현행범 체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활동가가 소리쳤다. “그러면 저도 체포할게요. 서울교통공사,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지금 체포할게요.”

실랑이가 오가는 그 자리에 혜화경찰서는 잠시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혜화경찰서 경비과장입니다. 열차 운행 방해 혐의로 지하철 역장이 현행범 검거했습니다. 현행범 인수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병력을 폭행하거나, 철도 보안관들을 폭행하면 현행범 체포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그곳에서 공사와 경찰의 역할은 구분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권한을 공유했다. 덕분에 그곳은 빈틈이 없었다. 경찰 채증 카메라가 샅샅이 현장을 녹화했다. 모노포드 끝에 달린 카메라는 원형경기장처럼 그곳을 둥그렇게 둘러싼 채 모든 것을 담아냈다.

형사소송법 212조에 의하면, 누구든 영장 없이 현행범을 체포할 수 있다. 단, 범죄 혐의가 명백해야 하며, 증거인멸의 우려, 도주의 우려 등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사인(혜화역장)이 이미 체포를 했고 경찰은 인수를 받는 것”이라며 범죄 혐의에 대한 명확한 확인도 없이 장애인 활동가를 체포하려고 했다. 결국 현장에 있던 변호사의 문제제기로 현행범 체포는 되지 않았다. 

그날 누구도 열차에 타지 못했다. 혜화역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중증장애인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119에 실려 갔다. 휠체어는 부서졌다. 비장애인은 사지가 들려 개찰구 밖으로 끌려 나갔다. 변호사가 퇴거당하고, 기자가 퇴거당했다. 그곳에서 경찰과 공사의 모든 폭력 행위는 철도안전법에 근거했다.

활동가들은 경찰과 공사에 항의하여 2번 출구 앞에서 노숙 농성을 선포했다. 은박 깔개를 깔고 침낭을 펼쳤다. 이 또한 경찰과 공사가 모두 빼앗아갔다. 침낭에 있는 사람을 통째로 들어서 환풍구 위에 내동댕이치듯 떨어뜨렸다. 항의하는 활동가들의 목은 이미 갈라지고 쉬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갔다.

상황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20일 아침 8시, 한성대입구역. 경찰과 공사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계단까지 막아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한성대입구역 승강장에 기어코 모였다. 승강장에 모인 사람들은 사이렌 소리에 맞춰 바닥에 드러누웠다. ‘다이인(die-in) 퍼포먼스’였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표현하며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멈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다란 현수막을 펼쳤다.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

1박 2일 동안 중증장애인 4명이 연행됐다. 언론은 이들이 특수재물손괴(전동휠체어가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힘)와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으며, 전장연 시위로 인해 열차가 혜화역을 1시간 동안 무정차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경찰과 공사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그것은 사실일까. 일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사실은 현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한다. 모든 사실이 진실을 담고 있진 않다. 정부 보도자료와는 조금 다른 그날의 현장을 영상으로 전한다.


촬영 강혜민‧김소영(비마이너)
편집 장호경(전장연TV)
제작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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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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