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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의 마음가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여행
분류더인디고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4-08-07 조회수35
최병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최병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최병호 집필위원] 우리 집은 반려견과 34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내가 초등 5학년부터 푸들을 시작으로, 2번째로 말티즈, 3번째에 말티즈와 치와와를 키웠다. 앞서 3마리를 하늘로 보내고, 13살 다롱이만 남았다. 나이가 들어 병이 생기고 죽음을 맞은 생명의 주기가 인간보다 훨씬 짧아서 늘 가슴이 아프다. 동시에 사랑과 진심 면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못 미침을 뜨겁게 실감한다.

첫 반려견 아톰은 제일 영리한 아이였다. 하지만 아픈 곳이 많았고, 마지막 가는 3일 동안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 꼬물꼬물 작은 녀석을 집에 처음 데려오고, 아침마다 얼굴을 핥고 품에 안기며 앳된 우리 남매를 깨우는 장면이 여전히 생생하다. 종을 넘어 친밀히 연결된 생명이, 온몸으로 앓다 떠난 날에 펑펑 목 놓아 울었다. 천사처럼 가족을 지켜주던 아이의 이름을 지금도 간간이 애정을 담아 부르며 그리움을 달랜다.

듀센형 근육병은 내가 5살 무렵 진단받을 때만 해도 19살을 넘기기 힘들었고, 자라는 동안 의학이 발전하여 평균 수명이 30세가 되었다. 그리고 호흡기가 한국에 도입된 덕분에 감사하게 45살에도 삶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알고 지내던 동병상련의 형님과 친구, 동생 들을 잃을 때마다 내게 일어난 일처럼 사무치는 슬픔과 절망을 건넌 상실의 세월이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에 절친한 천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새벽에 자다가 호흡기의 공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잠들 듯 숨을 거뒀다고 들었다. 늘 단톡방에서 근육병 동료들을 세심히 챙기고,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다정한 친구여서, 우리는 큰 충격과 함께 그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환한 개나리꽃처럼 티 없이 맑고 온화했던 천수의 평안을 위해 마음 모아 기도한다.

20살을 넘기 힘든 개와 100세도 가능한 인간의 수명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장수를 누리는 건강한 이들과 큰 병이나 사고로 단명하는 이들의 운명을 떠올린다. 아끼는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가까운 근육병 지인과 사별하면서 내가 느낀 건 생의 주기와 삶의 가치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진리다. 짧더라도 마음을 나누고 더불어 지낸 것만으로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 걸 애틋한 추억으로 증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게 허락된 약하고 위태로운 생명이 언제 꺼질진 알 수 없다. 다만 노년에 이르기 전에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크고, 바람이 있다면 마지막 반려견 다롱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곁을 지키며 작별 인사를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 남들보다 삶이 길지 않다고 한탄하는 대신에 이만큼 살아 있음을 행복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소중하고 뜻깊게 보내면 최선일 테다.

안락한 집에서 부모님께 능숙한 간병과 살가운 돌봄을 받고, 어린 조카가 밝고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머리맡이나 등, 발치에 꼭 붙어 안정감을 주고, 한결같이 애정을 표현하는 다롱이가 있다. 그 끈끈한 신뢰와 사랑 덕분에 위중한 몸으로도 45살까지 무사히 잘 견뎌왔다.

이제는 가까운 공원을 나가는 것도 일 년에 두어 번일 정도로 몸 상태가 약해졌다. 친구나 지인을 밖에서 만나 즐겁게 식사하고 대화 나누는 일도 어렵다. 하지만 집안에선 구조를 장애 친화적으로 배치해서 누워서 편하고 자유롭게 컴퓨터로 많은 일상을 누리면서 지낼 수 있다.

나를 나답게 살도록 이끄는 힘은 글쓰기다. 난치병과 장애를 겪는 생활을 담담히 나누고, 배우고 느낀 걸 곰곰이 사유하며, 자기를 세심히 성찰하는 과정이 가장 기쁘다. 그 연약한 몸에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글을 써줘서 고맙다는 친구의 말처럼, 내가 품은 잔잔한 긍정과 감사, 감동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만져주길 소망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출처

더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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