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최신뉴스

청각·언어장애인은 드라이브 스루 어떻게 쓰라는 말입니까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하민지 기자 게시일2021-11-17 조회수269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료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빠르고 편리하지만 청각·언어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드라이브 스루에서는 직원과 음성언어로만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각·언어장애인 당사자들이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호소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차별진정을 기각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장애인운동단체와 청각·언어장애인 당사자들은 17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기각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것이라 밝혔다.

인권위 앞.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초록색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현수막에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청각·언어장애인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국가인권위원회 기각 결정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스타벅스 “글씨 써서 주문해라”… 인권위 “음료 받았으니 차별 아냐”

언어장애 당사자인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사람센터) 권익옹호팀장은 지난 2월, 대구·경산 지역에 있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이용하다 차별을 겪었다. 김 팀장은 말로만 주문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사람센터 직원인 하형석 씨도 언어장애가 있어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불편을 겪었다. 매장 입구에는 직원과 통화할 수 있는 스피커와 마이크만 있었다. 직원과 전화통화하듯 주문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에 청각·언어장애인 당사자들은 지난 3월, 스타벅스 고객센터를 통해 문제제기했다. 고객센터는 ‘차에서 내려 매장으로 들어오면 주문할 수 있다’, ‘필담으로 대체하면 된다’라고 답변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스타벅스 코리아 본사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본사는 8개월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 광고 이미지. 두 사람이 오픈카 앞자리에 타 있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스타벅스 계정에 차량 번호를 등록하여 간편하고 빠른 드라이브 스루를 경험하세요’라고 적힌 판넬을 들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

하지만 매장이용과 필담은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아니다. 필담은 주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수어를 중심으로 언어생활하는 농인이 이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나동환 변호사는 “문자언어로 된 한국어와 수어는 문장구조 자체가 다르다. 농인에게 문자언어로 된 한국어는 외국어나 다름없다. 또한 뇌병변장애가 있는 언어장애인은 손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필담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 2항에서는 ‘정당한 편의’를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라고 정의한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비장애인은 차에서 내려 매장에 들어가 주문하지 않고 필담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19 시대에 대면 접촉이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즉, 청각·언어장애인이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비장애인처럼 빠르고 편하게 비대면 접촉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없다면 장애인 차별이다.

결국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는 진정인인 장애인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고 스타벅스 측만 조사한 후 지난 8월, 차별진정을 기각했다.

스타벅스는 인권위 조사에 △주차 후 매장에 들어가서 주문하는 방식 △운전 시작 전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하는 방식 △부기보드(휴대용 전자노트 브랜드)를 이용한 필담으로 주문하는 방식 등의 방법이 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스타벅스의 답변을 받아들여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인권위는 차별진정 기각을 결정하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반드시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재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편의제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스타벅스의 편을 들었다. 즉, 인권위는 어떤 방법으로든 장애인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했다면 차별이 아니라는 식으로 결정했다.

김시형 팀장이 행정심판청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김시형 팀장이 행정심판청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인권위, 장차법 가이드라인 만들어 놓고 ‘정당한 편의제공’ 의미조차 몰라

인권위 결정은 인권위가 2009년에 발행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가이드라인’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이드라인에는 ‘정당한 편의’에 관해 △장애인의 유형, 정도, 성별, 특성이 고려돼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등이 적혀 있다.

주차 후 매장 주문, 스마트폰 주문, 필담 주문 모드 인권위 가이드라인과 맞지 않는다. 필담 주문은 장애 유형, 정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다. 매장 주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한다. 스마트폰 주문도 마찬가지다.

나동환 변호사는 “청각·언어장애인 당사자가 원하지 않아도 앱에 가입해야 하고 개인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게 하는 방식이다.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성을 보장하는 거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심판의 청구인인 김시형 권익옹호팀장은 “스타벅스는 차별의 책임을 장애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원활히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장애인 혼자서 감내할 수밖에 없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는 시대지만 기업은 장애인을 존재하지 않는 사람 취급한다”며 인권위의 행정심판청구 인용을 요구했다.

김시형 팀장은 기자회견 후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가 인용되면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가 내린 기각 결정은 취소되며 인권위는 재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행정심판 재결에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재조사 시 인용된 내용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인권위가 차별진정을 다시 기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저작권표시

저작자표시-변경금지(BY-ND)
저작자표시-변경금지(BY-ND)

저작자와 출처 등을 표시하면 영리 목적의 이용은 가능하나, 변경 및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출처

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53

총 댓글수 : 0개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