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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도 함께 영화보고 싶다”… 폐쇄형 기기라면 가능해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허현덕 기자 게시일2021-12-03 조회수304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권단체가 2일 폐쇄형 배리어프리 영화상영 시연회를 열었다. 한 참가자가 스마트 안경을 쓰고 영화해설과 대사를 보고 있다. 사진 허현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권단체가 2일 폐쇄형 배리어프리 영화상영 시연회를 열었다. 한 참가자가 스마트 안경을 쓰고 영화해설과 대사를 보고 있다. 사진 허현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권단체가 2일 폐쇄형 배리어프리 영화상영 시연회를 열었다. 

지난 11월 29일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피고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 3곳의 영화상영 방식을 장애인차별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 영화관람권을 보장해 아쉬움을 남겼다. 재판부는 300석 이상의 영화관과 관내 300석 이상인 복합상영관에서는 개방형·폐쇄형 배리어프리 상영 방식(아래 개방형·폐쇄형)을 적절히 혼합해 총 상영횟수의 3%이내에서 영화관람권을 보장하라고 판결했다. 폐쇄형 기기를 채택할 경우 위에서 제시한 상영관 당 시·청각장애인용을 각각 2개 이상씩 마련해야 한다.  

개방형인 경우 상영횟수 제한이 있다는 것은 언뜻 타당해 보이나, 폐쇄형에도 3%라는 상영횟수 제한을 두는 것은 폐쇄형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폐쇄형 방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 개방형은 정해진 시간·영화·요일만 상영… 영화관람권 제한돼

이름으로만 보면, 개방형이 보편성을 띤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영화 상영에 있어서는 폐쇄형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영화 관람이 가능한 형태다. 

시각장애인이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화면해설이, 국외영화를 볼 때는 더빙된 대사와 화면해설이 음성지원 되어야 한다. 청각장애인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대사·소리 정보를 한글자막이나 수어통역 등으로 제공해야 한다. 난청인의 경우 소리를 증폭시키는 FM 수신기가 필요하다.  

개방형 배리어프리 영화의 예. 영화 '반짝반짝 두근두근(2014)' 배리어프리버전. 화면에 음표와 함께 '신비하고 맑은 음악 시작'이라는 해설과 "우주인들은"이라는 대사가 함께 제공된다. KOBAFF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유튜브 영상 캡처
개방형 배리어프리 영화의 예. 영화 '반짝반짝 두근두근(2014)' 배리어프리버전. 화면에 음표와 함께 '신비하고 맑은 음악 시작'이라는 해설과 "우주인들은"이라는 대사가 함께 제공된다. KOBAFF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유튜브 영상 캡처

시·청각장애인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화면해설·자막을 탑재해 영상을 제작하는 것을 보통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부른다. 이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해 상영하는 것을 개방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상 자체에 음성과 자막으로 화면해설을 넣었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즐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영화관에서 대부분 개방형을 채택한다. ‘가치봄’이라는 이벤트성 행사로 상영하고 있다.   

개방형의 문제는 상영횟수가 극히 제한적이고, 영화 선택권도 없어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에 제출받은 통계에 따르면 가치봄 행사로 상영된 영화는 2020년 8편, 2021년 4편이다. 전체 상영횟수 대비 상영된 비율은 ‘백두산(2019)’ 0.00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0.002%, ‘보이스(2021)’ 0.03%에 그쳤다. 2020~2021 ‘가치봄 영화 요일별 상영 현황’에 따르면 대부분이 평일(월~목) 상영이 93.8%이고, 주말(금~일) 상영은 6.8%에 그쳤다. 일요일 상영은 2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렇다 보니 개방형으로는 시·청각장애인이 가족과 친구와 함께 영화 보는 즐거움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폐쇄형은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영화관람 가능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폐쇄형이다. 폐쇄형은 같은 영상을 함께 보되, 시·청각장애인은 단말기·스마트 안경·이어폰으로 화면해설·자막·수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폐쇄형은 같은 영상을 공유하며, 시·청각장애인은 단말기·스마트 안경·이어폰으로 화면해설·자막·수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말기에는 자막과 수어가 함께 제공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폐쇄형은 같은 영상을 공유하며, 시·청각장애인은 단말기·스마트 안경·이어폰으로 화면해설·자막·수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말기에는 자막과 수어가 함께 제공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현재 대부분의 TV 프로그램에 폐쇄자막이 제공되고 있는데, 이용자가 자막 유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막선택을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서 자막을 끄고 켤 수 있는 기능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다만 영화관 상영은 여러 사람이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이 개별적인 기기를 착용해 화면해설과 자막 정보를 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영화 밀정(2016)을 폐쇄형 기기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커다란 화면에 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단말기에는 화면해설이 자막과 수어로 제공됐다. 여기에 스마트 안경을 연결해 쓰면 단말기를 보지 않더라도 영상과 자막·수어를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이어폰을 연결해 화면해설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이 기기는 시·청각장애인뿐 아니라 모국어가 아닌 영화를 볼 때, 자신의 모국어 자막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올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활용됐다. 폐쇄형 방식은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등 영화관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정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는 “하나의 기기를 범용 기술로써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수어, 폐쇄자막, 외국어자막, 외국어더빙 등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폐쇄형 기기를 소개한 유진희 씨는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 보조기기의 조건은 다섯 가지가 있다”라며 “시·청각장애인이 자신이 선택한 영화를 원하는 극장에서 언제라도 관람할 수 있을 것, 사용이 간편하고 장애친화적일 것, 비장애인 관객의 영화관람을 방해하지 않을 것, 극장 사업자에게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을 것, 저작권을 보호할 것 등인데, 폐쇄형 기기가 이를 모두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유진희 씨는 하나의 서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여러 개의 폐쇄형 기기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유진희 씨 제공 자료 캡처
유진희 씨는 하나의 서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여러 개의 폐쇄형 기기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유진희 씨 제공 자료 캡처

-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중요

따라서 앞으로의 배리어프리 방식이 폐쇄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장애계의 오랜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도 개방형·폐쇄형을 구분하지 않고 횟수제한을 두어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이 향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송 대리인단은 신중하게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폐쇄형 방식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영화관뿐 아니라 영화제작사와 배급사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 개방형이 아니더라도 시·청각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할 화면해설, 자막 등은 필수적으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화면해설과 자막은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장애인단체나 일부 점자도서관 등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화면해설과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 제작 과정 중 하나로 화면해설과 자막 만드는 것을 의무화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영화를 시·청각장애인이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견고해져야 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폐쇄형 방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확산을 도모하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 허현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폐쇄형 방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확산을 도모하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 허현덕

소송 대리인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영화관 3곳이 한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대리를 했는데, 마치 담합을 하는 모양새였다. 장애인을 관객으로 봤다면, 장애인 한 명이라도 더 영화관을 찾도록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텐데 그런 건 없었다. 오히려 시·청각장애인이 영화관에 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라며 “이번 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개방형이든 폐쇄형이든 법원이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 횟수를 늘리도록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짚었다.

한편, 현재 개방형 배리어프리 영화는 전체 영화 상영 중 0.01%~0.02%에 불과하며, 이번 2심에서 법원은 영화관에 총 상영횟수의 3% 이내로 개방형·폐쇄형에서 선택해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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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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