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에서 삭발 투쟁을 했습니다.
5월 6일부터는 장소를 바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기획재정부 답변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이어갑니다. 장소는 윤석열 정부의 집무실이 있는 용산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안녕하세요.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민재입니다.
많은 시민들 사이를 지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민이 불만을 참고, 분노를 삭였을까요? 분노를 표출하시는 시민들도 많으셨지만, 속으로 삭이신 분들도 많으신 거로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참는 것을 덕(德)이라 교육받았습니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라는 속담도 있을 정도로 우리는 참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리 세대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불편한 것을 참지 않고 이야기하여 불편함을 고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장애인들은 수십 년을 참으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설에서, 방구석에서 햇빛만 보며, 혹은 햇빛조차도 보지 못하고, 주는 대로 먹으며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왔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많은 동료들이 사람다운 대우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교육의 의무도, 근로의 의무도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국민들은 의무교육을 받으며 근로를 위한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이동이 보장되어야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이 나라는 장애인들이 의무를 지킬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편의를 제공해주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여깁니다. 국가가 국민을 무시하고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저는 한동안 어쩔 수 없는 나쁜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2년이 넘게 지하철이 아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여 퇴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얼마 동안은 많은 장애인 동지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장애인콜택시 대기자가 대폭 줄어 얼마 기다리지 않고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집 밖으로 외출하기도 힘든 동지들도 많은데… 동지 여러분들, 참 죄송합니다.
왜 이리도 우리는 당연한 이동에도 미안해하고 죄송해하며 욕을 들어야 합니까? 우리도 살아보려고, 일해보려고, 비장애인들처럼 국민으로서 역할을 해보려고 애쓰는 건데, 왜 고개를 숙이며 엘리베이터, 지하철, 버스를 타야 하는 겁니까?
저희도 배차에 2시간 걸리고 서울 인접지역 외 지역에는 가지 못하는 장애인콜택시 말고,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 때문에 2시간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지하철 말고, 리프트를 오래 사용하지 않아 자주 고장 나는 몇 대 없는 저상버스 말고 평범하게 시민들과 이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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