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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이 어떻게 일을 해요?’ 대구 활동지원조사 엉망
분류비마이너뉴스 글쓴이하민지 기자 게시일2022-06-29 조회수98
기자회견 참가자가 들고 있던 피켓. ‘장애인 당사자의 권한 있는 참여를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기자회견 참가자가 들고 있던 피켓. ‘장애인 당사자의 권한 있는 참여를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장애계가 활동지원시간을 판정하는 종합조사표에 대해 거듭 문제제기 하는 가운데, 대구시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 판정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와 필요를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아래 공단) 대구지역본부 조사원은 ‘중증장애인이 어떻게 일을 하나’, ‘인지가 안 되는데 어떻게 우울증이 오나’ 등의 발언을 하며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욕구와 필요가 무시되고, 이는 활동지원시간 감소로 이어졌다.

활동지원시간은 종합조사표 점수에 따라 결정된다.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많은 시간을 받을 수 있다. 3년 전,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활동지원 판정체계가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바뀌었다. 그런데 종합조사로 갱신 조사를 받은 장애인의 활동지원시간이 삭감되는 일이 일어났다. 정부는 ‘산정특례’를 적용해 활동지원시간이 삭감된 장애인에게만 삭감 전 시간을 3년간 유지해 주고 있다.

대구장차연은 29일 오전 11시, 달서구 공단 대구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은 실질적인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을 위해 책임 있게 나서라”고 요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를 향해서는 “산정특례 유지는 해결책이 아니다. 종합조사표를 전면 개선하라”고 했다.

공단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종합조사가 아닌 종합조작을 멈춰라.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 시행 3년 맞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공단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종합조사가 아닌 종합조작을 멈춰라.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 시행 3년 맞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 재직증명서 냈더니 ‘중증장애인이 어떻게 일을 하냐’는 공단

달서구에 사는 ㄱ 씨는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 중이다. 종합조사표에 따르면 직장생활을 할 경우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ㄱ 씨는 재직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공단은 ‘중증장애인이 어떻게 일을 하나’라는 이유를 들며, ㄱ 씨 거주지 관할 주민센터에 ‘ㄱ 씨가 일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청했다. 활동지원사업 지침에는 해당서류를 제출하라고 되어 있을 뿐 사진제출 여부에 대한 내용은 없다. ㄱ 씨는 노동능력을 의심받는 것이 부당하다 생각해 사진제출을 거부했다. 그랬더니 공단은 ㄱ 씨의 직장생활을 인정하지 않았다.

활동지원시간 감소 후 이의신청을 하면 특례적용마저 안 될 거라고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ㄴ 씨는 평소 여러 질환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위액이 나올 때까지 구토를 한다. ㄴ 씨의 활동지원사가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자 조사원은 언성을 높이며 ‘구토에 대해서는 조사항목이 없어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점수를) 최대치로 줘도 이만큼이다. 이의신청하면 특례 적용까지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 조현병이 있는 ㄷ 씨는 활동지원사가 없는 야간에 자주 환청·환시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가 찢어지거나 멍드는 사고를 여러 번 겪었다. 이와 관련한 정신과 전문의 소견서를 조사원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조사원은 ‘조현병으로 발생한 상해사고 위험을 반영할 항목이 없다’, ‘소견서는 미리 제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연희 대구장차연 활동지원위원회 위원장은 “장애등록을 할 땐 6개월에서 2년까지의 진료기록을 요구한다. 그러나 공단은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합조사는 10분 만에 끝내고, 당사자의 상황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며 “공단 대구지역본부는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장차연은 이명호 공단 대구지역본부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제출하며 7월 중순까지 면담여부에 관해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공단 관계자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한 박명애 대구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울분을 토하며 “오늘(29일) 피해 입은 장애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찢어졌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기본 생활을 할 수 없는 우리(장애인)의 심정을 헤아려라. 말로만 개선하겠다고 하지 말고 결과를 가져와라”고 성토했다.

전은애 대구장차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전은애 대구장차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 “종합조사표엔 숫자만 있지 장애인은 없다”

종합조사가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종합조사표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존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갱신한 사람 8만 5천여 명 중 활동지원시간 감소 예상자는 2만 1천여 명이다. 4명 중 1명이 종합조사표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종합조사를 진행한다더니, 종합조사가 되레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종합조사는 시한부 선고’라는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자 복지부는 최근 산정특례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구시 또한 2019년부터 시 추가 활동지원시간 감소 예상자에게 특례를 적용 중이며, 특례 종료 기간인 이번 달이 지나도 특례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특례 유지만 하고 종합조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신규 신청자가 입는 피해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구장차연 활동가들은 이 같은 제도의 문제점을 강하게 규탄했다. 전근배 대구장차연 정책국장은 “한정된 예산과 틀에 짜인 행정에 맞추기 위한 종합‘조작’제도”라고 비판했다. 전양숙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 또한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복불복’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성토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전은애 대구장차연 공동대표는 “종합조사표엔 숫자만 있지 장애인은 없다”고 분노했다.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는 발달·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의 영정을 모신 분향소가 있습니다. 이 사회적 타살 뒤에는 헤어나려야 헤어날 수 없는 돌봄이 있습니다. 장애인 가족에게만 떠맡겨진 돌봄의 원인에 종합조사표가 있습니다.

종합조사표에는 숫자만 있지 장애인은 없습니다. 조사원이 (발달장애자녀를 둔 내게) ‘숟가락질 할 수 있죠? 걸을 수 있죠?’라고 묻더라고요. (자녀가) 숟가락질 할 수 있죠. 밥상을 차려주면요. 자녀는 자기표현을 못 하기 때문에 굶어 죽더라도 밥 달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에게는 24시간 활동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종합조사표로는 이런 욕구와 필요를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노금호 대구장차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노금호 대구장차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복지부는 산정특례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조건을 걸었다. “종합조사 결과 1인·취약가구 등 추가시간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해당 시간은 제외하고 지급한다”는 것이다. 노금호 대구장차연 공동대표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산정특례 받으신 분 중 비장애인과 가족을 이루거나 한집에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러면 안 된다. 특례적용이 탈락된다. 여러분의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며 “너무 비참하다. 장애인이 사람이 맞나? 우리는 그냥 다 죽어야 하나?”라고 분노했다.

한편 대구시는 시 추가 기준을 종합조사 1~5구간 해당자로 설정했다. 대구장차연에 따르면 이 구간 해당자는 전체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의 1% 미만이다. 이연희 위원장은 “시 추가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의견을 대구시에 전달했고, 이에 관해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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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뉴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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