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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공감으로의 여행2_이원무] 자폐인 고문하는 행동치료, "싫다고요!!"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02-04 조회수2,181

자폐인 고문하는 행동치료, "싫다고요!!" 

-자폐인과 주위 사람들이 소통으로 어울리는 사회이길-




우리 사회에서 흔히 자폐인의 행동 하면 이런 단어를 떠올린다. ‘문제행동’, ‘도전적 행동’, ‘상동행동’ 등등을 말이다.

‘문제행동’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일반적으로 부모나 교사의 일상적인 지도범위를 벗어나 어려움을 야기하고, 해당 연령에 기초한 규범적 행동으로 보기에 일탈된 행동이나 정상적인 적응능력을 갖추지 못한 행동’으로 정의한다. ‘도전적 행동’은 문제행동, 이상행동 등을 순화한 말이다.

‘상동행동’이란 같은 동작을 일정기간 반복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상체를 장시간 전후로 크게 흔들거나 주위의 상황에 상관 없이 동일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등이 상동행동에 들어간다.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말을 반복하는 성향이 있어 반복하지 말라고 주위에서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사람들은 그걸 소위 ‘상동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런 말들 속에는 자폐인들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들어있다.
그래서 ‘문제행동’, ‘상동행동’등을 치료한답시고 몸을 흔들거나 공공장소에서 돌발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등의 자폐인들의 행동을 제지하려 하는 경우들이 많다.
심지어 몇몇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이 싸우거나 성적인 문제가 있으면 ‘도전적 행동’, ‘문제행동’을 막는다고 하면서, 약을 강제로 먹여 자폐인을 관리하기 편하게 하려는 경우도 많고 시설과 결탁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기도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들이 대개는 장애의 특성에서 온 것이고 장애는 고칠 수 없는 것이기에 소위 ‘문제행동’, ‘상동행동’이라 불리는 것은 치료될 수 없다. 치료하려 한다면 자폐인에게는 고문이자 인권침해로 다가올 뿐이다.  

다만 자폐인과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주위환경이 안정되면 소위 ‘문제행동’, ‘상동행동’이라 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나의 경우도 말을 반복하는 이유를 한번은 누군가가 물어봐 줄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말했고 상대방은 나를 이해하면서 소통을 해나갔다. 그 이후로 조금씩 말 반복을 줄여 완화까지는 하는 내 자신을 경험했었다.
물론 말 반복을 줄이는 게 쉽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에 피해를 주진 말자고 계속 생각은 하고 있다. 장애를 핑계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싶지는 않아서다. 

나를 포함해 다른 자폐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장애로 인한 행동을 고치려는 생각 대신 행동에도 이유와 의미가 있음을 인식하며 소통하려 노력하다 보면 자폐인과 주위 사람들 간의 관계가 원만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방법 등에 대해 자폐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도 다른 사람의 권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함은 물론이기에, 이 점을 고려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한 자기옹호 시스템 구축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아울러 자폐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도록 자폐인 당사자를 강사로 하는 장애이해교육 기회를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많이 늘려 당사자와 사람들과의 소통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육도 ‘장애 극복’보다는 ‘자폐인의 일상생활과 권리’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그래서 자폐인의 행동에 더 이상 주홍글씨와 낙인을 씌우지 않고 소통을 통해 자폐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레 함께 어울리는 그 날이 현실이 되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에서 정책연구팀 간사를 지냈으며, 현재 UN장애인권리협약 NGO연대 보고서 위원입니다.

여행,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 및 건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에이블뉴스에 2년 동안 칼럼을 연재했고,

5년 전에는 UN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1차 심의 때 민간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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