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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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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들이 여러분들께 ‘발달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건네는 곳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계시나요?
이 게시판은 보다센터에서 초대한 각 분야의 칼럼니스트들이 여러분들께 ‘발달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건네는 곳입니다. 발달장애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칼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일상이야기,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소박하지만 통렬한 이야기와도 공감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게시물 총 116

  • 장애인 참정권 토론회서 뇌리에 강하게 남은 한가지지적장애인 선거권 보장은 진정한 민주주의 길로 가는 계기투표행위를 상징하는 그림 ⓒPixabay   참정권은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이자 기본권이며, 국민이 주권자임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국가의 제도와 정책, 법률, 그리고 나와 관련한 일에서 나의 의견을 전달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참정권이기에 사람들이 이 권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참정권이 있으나 이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편의 부족으로 참정권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 공보물을 책자형 선거공보물 면수 이내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점자가 일반 글자와 비교해 1/3 정도밖에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규정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선거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어 참정권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선거 관련 정보제공 시 수화통역은 의무가 아니라서 매우 단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는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그림투표용지 등이 제공되지 않아 선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표소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닌 관계로 지체장애인도 투표소 접근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장애계는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의 문제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개선되지 않았고, 선거권 침해로 인한 불만들이 각 장애유형마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법무법인 디라이트, 국회의원 이인영 의원실이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다. 특히나 이번 토론회는 지적장애인 참정권 보장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토론회에서 여러 얘기들이 오고 갔다. 지적장애인은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으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지적장애인의 선거권을 앗아가고 있고, 아직도 정치인들이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자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발제자는 언급했다.   토론에 참여한 지적장애인 당사자는 이에 공감하면서 그림을 제공했을 때 공정한 투표가 되지 않는다는 선관위의 입장을 반박하며,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그림투표용지의 제공을 국회, 정부 등에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작년 10월 초,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이 문자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의 그림투표용지 투표과정 시연을 퍼포먼스로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이외에도 각 장애유형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라는 의견 등이 있었다. 다 일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글씨와 숫자로만 이루어진 불친절한 투표용지가 장애인의 일만은 아니라는 한 토론자의 말이 나의 관심을 가장 끌게 될 줄이야.   이 토론자는 대한민국에서 전체 장애인이 2018년 기준으로 258만 명이고, 글자와 숫자를 모르는, 다시 말해 문해력이 없다고 조사된 사람이 311만 명이라, 선거에서 알기 쉬운 정보는 장애인만이 아닌 노인 등도 필요함을 토론 시작 부분에서 언급했다.   아울러 7년 뒤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가 대한민국에 도래할 것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후 공직선거법에 투표용지에는 기재할 정당 및 후보자 순위에 의해 1, 2, 3으로 표시하고, 정당명과 후보자의 성명은 한글로 기재한다는 규정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투표용지 또는 투표보조용구를 제작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 등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은 특수투표용지의 일종인 점자투표용지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으나, 그 용지가 나오고 있지 않음이 현실임을 이야기하며, 이 이면에는 정치권에서 선거권을 장애인만의 문제로 국한해 해석하다 보니, 특수투표용지 만드는데 비용이 얼마 드느냐는 예산문제로 이해하며 한 발짝도 선거권 증진 논의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게시일2020-06-30

  • 자녀,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행복하기이제 성인된 아들이 통합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랜 인연의 엄마들과 긴 시간 얘기를 나눴다.엄마들의 노력이야 다들 비슷했지만 그 노력이 아들의 수용 여부 또는 타고 태어난 자신의 한계에 따라 엄마 노력이 돋보이기도 하고 묻히기도 한다.물론 노력의 방법도 좌우하긴 하겠지만.나는 내가 아들에게 교육적으로 어떻게 해줄까를 잘 몰라 전문가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전문가를 잘 만나 아들의 기능을 높이면 아이가 행복할 줄 알았다.유명하다는 언어치료실에서 더 이상 자신이 해 줄게 없다는 얘길 들었을 때 엄마들은 그 치료사가 능력되는 아이만 상대한다고 비난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양심적이라고도 했다. 엄마를 포기시키면 최소한 헛돈은 쓰지 않게 된다고...   언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감각치료, 수영, 특수체육...그나마 인증된 교육은 나았다.말하게 한다고 혀에 침을 놓게 했는가 하면, 온몸에 대침 30여개를 꽂고 20여 분간 견디게 했으며(그렇게 산만한 아이가 이때는 또 가만히 견뎌준 게 신기하고 미안하다) 수은을 제거해야 된다고 어떤 성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사도 맞았다. 엄마의 무식한 열정이 아들을 엄청 고생하게 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시절.유난히 하얗고 예뻤던 여자아이는 모든 엄마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가끔 볼 때마다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 엄마의 고민도 꽤 깊었다. 능력이 되는 만큼 심각한 루틴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한때는 다른 사람의 고민마저 부러울 때가 있었다.어느 덧 아들을 이해하며 살면서부터 이런저런 고민들을 들으면 그래, 고민되겠다 싶고 그 엄마의 힘듦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어렸을 때 치료실을 자가용으로 모시고 다녔던 나는 커서 늘 후회가 많이 되었다.대중교통으로 이동했던 엄마들은 그 시간을 오롯이 자녀에게 집중하여 많은 걸 나눌 수 있었음을 나중에 알았다.나는 운전에 집중하다보니 아들에게 눈길한 번 안주고 짐처럼 싣고 돌아다녔던 것이다.여태 그리 생각했는데 한 엄마는 대중교통 이용한 경험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일요일만 되면 전철타고 대여섯 시간을 돌아다녀 피곤하다고 했다.충분히 혼자 다닐 수 있지만 가끔 소리지르는 행동도 걸리고 엄마와 함께 나가자고 하니 도리가 없단다.무엇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헷갈리는 부분들이 많다.자폐인들이 백인백색이란 말이 그래서 나오지 않았겠나.   이렇게 성인 된 자녀들의 이야기를 듣자니 각자의 고충이 남아있음이 안타깝다.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우리 모두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니 그게 나만의 무거운 십자가로 생각하여 실의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어차피 안고 살 고민이라면 잘 다독여서 함께 사는 게 현명하지 싶다.우리 엄마들이 지치지 않고 자녀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어제보다는 조금 더 행복한 오늘을 마주하길 소망한다.

    게시일2020-06-29

  • 남매의 싸움 여섯 살 터울의 딸과 아들. 동생이 장애인임을 일찍부터 알았던 딸은 초등 학교 다니면서 일기장에 동생 얘기를 참 많이 썼다. 남들처럼 동생과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겠지만 아침 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엄마가 동생 돌보느라 바쁘니 언제나 혼자 자신을 추스르며 사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엄마인 나도 마음이 아팠음에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아들에게만 전심전력을 다하며 살았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매일 엄마도 함께 등교하여 아들 옆자리에서 함께 수업받던 잔인한 3월이 끝날 즈음 나는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고생을 했다.병원을 다녀와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어느 날.잠결에 남매가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어 그대로 누워 있다가 한참 뒤 나와 보니 아들 얼굴엔 세 개의 긁힌 자국이, 딸의 손목에는 두 개의 긁힌 자국에 피가 맺혀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으니 동생이 화장실에서 전동칫솔로 장난을 쳐서 누나가 그만하고 나오라는데도 무시하고 계속 장난을 치니, 칫솔을 빼앗으려는 누나와 안뺏기려는 동생이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둘 다 긁힌 것이었다.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은 누나를 혼냈는데 딸은 싱글거리며 말했다.‘엄마, 그래도 오늘 나 소원 성취했어. 내가 동생하고 한 번 싸워 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거든. 근데 저 상처 보니 마음이 아프다...하진아 미안~’순간 우리 부부는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애써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 일이, 남들은 피하고 싶은 것들이 누군가의 소원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렸던 그날. 이제는 둘 다 성인된 남매의 어린 시절 소환으로 쓴웃음 지어본다.

    게시일2020-04-27

  •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배우고 싶어요"- 권리협약에서 추구하는 통합교육 정책을 마련하길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권리협약을 제작하느라 애쓰고 있던 지적장애인 당사자들이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배우고 있었을 때였다. 교육을 받을 권리, 일할 권리,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등 여러 가지 권리가 있었다.   그 가운데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시간에 한 당사자가 이런 말을 했었다.   “체육활동을 중학교 때는 많이 했는데 고등학교 시절에는 특수학교 수업이랑 겹쳐서 많이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체육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수업이 더 중요하다고 해서 못하게 됐어요.”   체육활동을 하면서 비장애인과 친하게 지낼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는 말로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었다. 그 말을 들으며 지적장애인 당사자 마음 한켠에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며 통합교육을 받길 원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그 당사자의 바람대로 가고 있을까?   작년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특수학급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얘기가 있어 보도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학교에 특수학교 수요자가 1명이라도 있을 때 특수학급 의무설치 실시2) 학교 신축/증축 시에도 특수학급 의무설치3) 특수학급 의무 설치 적용이 어려운 사립학교에 ‘적극 설치’ 권고4) 5년 동안 특수학급을 161개 이상 늘리기   특수학급과 특수학교 증설은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교육 분야의 주요방향이다.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이 공부하는 경우에는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생활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상실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 어울려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는 등의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이 주요방향이라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권리협약과도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다.△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중 교육 문화 체육 분야의 정책 방향 요약 설명자료 ⓒ 보건복지부얼마 전 서울커리어월드사태나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사태에서 보듯이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겪는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특수학교를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비장애학생들과 같이 있는 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비장애학생과 같이 통합반에서 수업하면 장애학생의 수업 이해를 위해 수업내용 줄이고 쉬운 말로 고치는 교수적 과정을 고치는 특수교사가 있어야 한다. 이 교사가 통합학급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배치 근거도 부족하다. 또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공동/교대로 수업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특수교사의 역할은 의견제시에 머물러 있다.   더군다나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입시교육 위주의 시스템은 통합교육을 더욱 어렵게 한다. 교사들도 장애학생의 행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폭력이 발생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래서 특수학교로 가려 해도 자신의 동네에 없는 경우가 많아 장거리 통학까지 해야 한다.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비장애학생과 같이 어울리는 통합교육을 하게끔 하고 싶어도 이런 환경이다 보니 특수학교, 특수학급 증설을 요구하게 되는 거다. 결국엔 정부, 지자체 차원의 실질적 통합교육 부재가 이런 사태를 불러온 거다.△‘강서구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때 특수학교 설립을 강력하게 호소하며 무릎을 꿇는 장애부모들 ⓒ 에이블뉴스 DB 실질적 통합교육이 되지 않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와 서울 커리어월드 사태는 다시 고개를 들며 재발될 수밖에 없고, 통합교육에 대한 논의를 오랫동안 반복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지적장애학생, 자폐성 장애학생은 외딴 섬에 있고 싶지 않다. 같이 배우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가 진행하는 장애이해교육 기회를 자주 늘리는 것, 수업내용을 쉬운 말과 맥락 설명으로 교수적 수정을 하는 것 등의 정당한 편의를 법에 명시하고 제도화하는 것 등을 통합교육 방향의 사회환경 조성방법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 외에도 다양한 통합교육 방향의 사회환경 조성방법이 있을 것이다.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 등은 장애학생 당사자, 부모, 전문가들이 말하는 통합교육에 관련한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고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특수학교, 특수학급 증설에 관해서는 지양하는 쪽으로 다시 재고해주시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드리는 바이다.   그래서 비장애학생과 같이 체육활동을 하고 싶어 했던 지적장애인 당사자 마음속 바람처럼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공부하며 행복하게 어울리는 통합교육이 우리나라에 현실로 다가오기를~~  

    게시일2020-04-27

  •  가족휴식 지원 프로그램에 아들과 참여했다.대부분 이삼십대 청년들 모두가 주부양자인 엄마와 함께였다.행사 때마다 항상 도드라지는 친구가 있기 마련인데 20여명의 우리 자녀들은 조용한 가운데 휴식을 즐기며 모든 일정을 잘 소화해 주셨다.아마도 빡빡하지 않은 여유로운 일정이 모든 참여자들에게 자연을 양껏 즐기는 힐링캠프로 그 역할을 한 것 같다.   함께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사진을 다시 챙겨보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 자녀들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엄마들은 아직도 자녀가 어리게만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부모들이 자녀를 너무 유아로만 생각하고 하나에서 열까지 다 대신 해주는 경향이 없지 않다.물론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자녀들에게도 실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기회를 막지 말아야 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어렸을 때부터 혹시 어디라도 뛰어 갈까봐 손을 꼭 잡고 다녔던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모자가 한몸으로 움직이는 걸 보면 우리 아인 장애가 있어 엄마가 손놓으면 안돼요~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나도 이제 겨우 아들의 자유를 조금씩 허용하는 부모다. 그래서 사실 작년에 서너 번 아들을 잃어버려 맘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으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들이 어디로 가는지 짐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더 큰 일이 발생하는 건 원치 않지만 살다보면 급작스런 일들이 우리 일상에 침범하기 마련이다. 미리 너무 차단하기보다 서로의 신뢰감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알았다. 삶에 정답이란 없지만 이런저런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우리에겐 필요하고 그 과정들이 모여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하지 않을까...

    게시일2020-03-02

  • 한국의 미등록 자폐인 현실, 싱가폴 사례 통해 보다!- 자폐인 혜택 거의 전무, 자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존재17년 전 당시, 교회에서 장애의 특성과 관련한 세미나가 있었다. 세미나 내용 가운데는 말을 반복하고, 농담과 진담을 구별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는 것이 자폐성 장애의 특성 중 하나라는 내용도 있었다.확실히 알 때까지 묻고 또 묻는 식의 행동, 농담과 진담 구별이 안 돼 동료들의 괴롭힘 대상이 되었던 경험이 생각나며 ‘나 진짜 자폐성 장애 있는 것 아냐?’라고 속에서 의심하기 시작했다.   1년 후 작은 누나가 ‘너 자폐성 장애 있는 것 맞아! 관계에서 힘들었던 요인 중 하나인 거지.’ 하면서 나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순간, 그때부터 퍼즐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절망감이 찾아왔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니 조금씩 마음에 평온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엄마가 내 장애에 대해서 알려줬더라면 내가 덜 힘들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후회와 원망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장애인단체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장애의 개념 및 장애인의 현실을 알고 나서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장애인이면 사람들에게 멸시받는 게 싫어서 안 알려주고 싶은 그 마음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30여 년 동안 미등록 자폐인으로 살았던 셈이다. 그 후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2019년 11월 말이 되었다. 당시 한국장애인연맹에서 주최하는 장애인당사자 심포지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심포지엄 세션 중에 동북아 및 동남아 장애인복지시스템과 사회적 운용환경을 알아보며 한국 실정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보는 해외사례 발표 세션이 있었다. △한국 DPI에서 작년에 주최했던 제12회 장애인당사자 심포지엄 행사 안내 표지 ⓒ한국장애인연맹그 세션에 일본과 싱가포르의 장애인연맹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각기 자신들의 나라에서 실시하는 장애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적 사정이 있어서 일본 세션은 듣지 못하고 싱가포르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1) 싱가포르에는 장애유형별 NGO단체별 장애등록이 있긴 하나 장애인연금이 없는 등 장애 관련 지원이 거의 없어 국가적 차원의 등록시스템, 또는 등록은 없다. 2) 싱가포르에선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미비로 장애인에 대한 낙인이 존재한다.   이 내용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장애를 등록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미등록 자폐성 장애인 현실이 생각났다.싱가포르와 달리 우리나라는 장애인등록시스템, 장애인연금이 있다는 것이 다르긴 하나, 자폐성 장애인에게 돌아가는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은 비슷하다. 자폐성 장애인은 연금을 받아도 쥐꼬리 정도의 금액이고, 고기능 자폐인의 경우엔 장애인연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시험을 잘 보게끔 해주는 정당한 편의 등도 지원받지 못한다.   또한 자폐성 장애 하면 문제행동, 도전적 행동, 서번트 등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며 자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 가운데 자녀의 자폐성 장애에 대해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장애를 밝히지 않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당사자들도 많다. 내 경우도 그랬으니까.   결국 자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는 요인 등으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 미등록한 자폐성 장애인이 추산해서 약 2만 명이나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미등록 자폐성 장애인 현실과 싱가포르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자폐성 장애의 잃어버린 역사와 신경다양성의 미래에 대해 다룬 책 ‘뉴로트라이브’ 표지 ⓒ 알마출판사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될 수 있도록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당사자들로부터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져야겠다. 그리고 장애이해교육을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가 진행하며, 자폐 극복이 아닌 자폐인의 권리와 차별금지를 교육내용으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자폐성 장애로 등록되면 장애인연금, 자폐인 관련 정당한 편의제공 등의 지원도 전보다 더 많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그래서 자폐인도 자신의 장애를 당당히 드러내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권리가 우리 사회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살아 숨쉬기를~~     

    게시일2020-03-02

  • 한국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안녕 못 해요! -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존중·지원하는 우리 사회이길   '지능이  10세 이하 수준의 어린아이’ '순수한 아이’,‘위험한 사람’'항상 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불쌍한 사람’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하면 사람들이 하는 생각들이 이런 걸 거다. 그래서 우리사회에서 이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인간 이하의 삶을 견뎌야만 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법이 시행 중에 있고,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추가하자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요즘 정부 들어선 발달장애인 관련 공익캠페인도 지상파를 통해 내보내기도 했었다. 20세기라면 이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말아톤, 채비 등의 영화나 굿닥터 등의 드라마를 통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에 대해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 영화나 드라마에 장애극복 서사가 포함된 게 화나면서도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에 대해 전보다 관심이 많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그 관심만큼이나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이 과연 안녕할까?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단언코 아니라고 본다. 4년 3개월 전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서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실이 나아지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법 관련 예산은 기존 예산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치예산만 포함되었을 뿐 휴식 지원 서비스, 소득보장 등 가족과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질 증진과 관련된 것에는 절대적 예산 부족으로 실질적인 장애가족 삶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가족지원체계가 있어도 돌봄인력 활동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에 처우도 최저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60~70만 원을 받는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부양의 경우엔 아직도 가족이 1차적 책임을 거의 다 져야 한다.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의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게 만드는 부양의무제는 아직도 폐지되지 않고 있다.   ▲ 2015년 8월 21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광화문 농성 3주년을 맞아 개최한 문화제 진행모습(좌측), 문화제를 보고 있는 청중들 모습(우측). ⓒ이원무   가족지원체계가 열악하다 보니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겪는 자녀들은 집에 처박히거나, 시설에 맡겨지게 된다. 지역사회에 있어도 사회에서의 장애혐오와 장애인식에 대한 미비로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는커녕 고립된 섬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자폐성 장애인은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시설에서는 지적장애인을 어린아이 취급하고, 자폐성 장애인의 소위 문제행동을 제압한다는 명목으로 종사자들이 당사자에게 반말하거나 학대와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은커녕 훈육과 장애인 보호라는 이유로 형 감경, 집행유예 등을 내린다는 소식을 많이 접한다.   최근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겪는 자녀의 부모들이 자녀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긴 했다. 고무적이긴 하나 아직도 자녀의 의사를 대신 결정하는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성년후견인이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한다.   얼마 전 발달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피플퍼스트’에서는 알기 쉬운 선거공보, 쉬운 그림투표용지 등을 요구했지만 선관위에서는 공정한 투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발달장애인법에 나온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 올해 10월 25일 서울 4호선 혜화역 지하철 4번 출구에서‘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의 모습 ⓒ 에이블뉴스DB     이외에도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은 대개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 정부에서 이들에게 맞는 직업이란 바리스타, 단순조립포장, 제과제빵 등 아직도 단순노동을 생각하는 것 같다. 학자나 교수, 변호사, IT업계에 진출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는 지적,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선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이런 현실로 인해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은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안녕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고 본다.   욕구에 따른 가족지원제도의 재설계,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에게 학대와 폭력을 행사한 경우 가중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통한 장애인 인권보장,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보장과 보충급여제, 부양의무제 폐지, 사회복지사의 구체적 처우 개선대책, 장애극복보다 장애인 차별금지와 권리보장에 초점을 맞춘 당사자 장애이해교육 기회 증진 등...   이런 것들을 실제로 구현하도록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는 진심 어린 노력을 우리 사회와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평소에 하는 게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이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그럴 때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의 당사자성은 인정받고, 사회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부모들과 형제들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찾아가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을 짐으로 여기지 않고 정책으로든, 일상생활에서든 평소에 따뜻하게 가족처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주시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바란다.   주) 발달장애인: 한국과 일본에서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을 통칭하는 말임. 

    게시일2020-02-19

  • 인권감수성이 높아 외로운 비장애 형제자매 비장애인인 딸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덕에 또래보다 높은 인권 감수성을 지니게 됐고 그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인 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딸 반에 ADHD 아이가 전학가게 됐다. 학폭위가 열렸고 강제전학이 결정 나면서 어쩔 수 없이 쫓기듯 가게 된 전학이다. 담임이 ADHD 친구의 전학 사실을 알리는 순간 교실 안 친구들이 “우와~”하며 박수치고 환호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부한다. 아이들에게 뭐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건 어른들의 잘못이다. ADHD 아이의 완전통합이 학폭위라는 최악의 결과로 치닫게 된 건 이 아이를 둘러싼 모든 어른들의 잘못이다. 아이들에게서 박수가 나오게 만든 건 모두 어른인 우리의 잘못이다)그 소식을 전하며 딸이 말한다. “엄마. 난 작은 소리로 ‘와~’ 한번 한 다음에 관심 없는 척, 그림 그리는 척 했어”딸은 친구의 전학이 마음 아프다. ADHD도 넓은 범주의 발달장애로 이해하고 있는 덕이다. 친구의 모습과 동생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탓이다. 그렇게 친구의 전학이 가슴 아프지만 딸 역시 작은 목소리로 ‘와~’라는 ‘액션’을 보였다고 한다. 친구들과 다른 반응을 보이면 은따(은근한 왕따)가 될까 그랬다고 한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중한 11살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은따가 되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타협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양심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한 번만 짧게 ‘와~’라고 외친 다음 그림 그리는 척을 했다고, 관심 없는 척을 했다고. 그랬어야만 하는 딸의 심정이 온전히 느껴지며 가슴 한쪽이 찌릿해진다.  엄마로서 난 말해야 했다. 사실을 알리고 상황을 이해시켜야 했다. 4학년이니 이런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했고, 앞으로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단 알고서 미리 각오하고 대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너는 친구들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동생 덕에 네가 보는 세상이 친구들이 보는 세상과 다르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다른 너’는 친구들 사이에서 종종 외로움을 느끼는 일이 있을 거라고 했다.딸이 보는 세상은 마냥 즐겁고 천진난만한 친구들의 세상과는 조금 다르다. 장애인 혐오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혐오에 분노할 줄도 알며, 그로 인한 인권 감수성도 발달해 있는 상태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지 않도록 딸의 유년 시절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장애인 가정의 특수성이 비장애 형제자매를 빨리 철들게 하는 현실에 화도 난다. 하지만 딸에게 ‘다른 너’로 인해 혼자 슬퍼하거나 외로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 세상에는 발달장애인 수만큼 많은 비장애 형제자매가 있다고 했다. ‘다른 너’는 혼자가 아니라 아주 많다고 했다. 이미 성인이 된 언니 오빠들은 ‘나는’이라는 비장애 형제자매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나는’에 가입해도 되고 네가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혼자서 슬퍼하거나 외로워할 필요 없다고. 비장애 형제자매로서 느끼는 슬픔이나 외로움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 위로하고 나누면 된다고. 그러니까 네가 지금 할 일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너만의 세계를 잘 가꾸는 것이라 했다. “아, 그럼 나중에 길동이(가명) 오빠랑 의선이(가명)랑 나도 모임을 만들면 되겠다”아빠모임 덕에 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놀러 다니며 그곳에서 만난 오빠와 친구 이름을 말한다.그러라고 했다. 무엇이든 너희들 하고픈 대로 다 하라고 했다. 그렇게 비장애 형제자매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게 너희들 자존감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주저 말고 하라고 했다. 캠페인을 해도 좋고, 국회의원을 만나러 가도 좋고, 그냥 모여서 수다 떨고 놀러 다녀도 좋다고 했다. 무엇이든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장혜영 감독의 이야기도 했다. 비장애 형제자매 중엔 이런 활동을 하는 언니도 있다고. 요즘엔 정치도 시작했다고 하니 딸이 “대박”이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유튜브에 가면 그 언니를 볼 수 있냐며 재차 이름도 확인한다. “대박, 대박, 진짜 짱이다. 근데 그래도 난 내가 동환이 데리고 살기는 싫어”라고 한다.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래. 엄마도 네가 동환이 데리고 사는 거 싫어”“대신 가족으로서 잘 챙겨 줄 거야”“그래. 그래”비장애 형제자매이기에 갖는 특수성이 있다. 분명 슬픔도 있고 어쩔 땐 외로움도 있다. 단지 형제자매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과 다른 요소를 어릴 때부터 갖게 되는 현실이 부당하게 느껴지지만 아직까진 어쩔 수 없다. 사회가 변화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슬퍼하거나 외로워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1명의 장애인만 있는 게 아니듯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비장애 형제자매는 장애인 수만큼이나 많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은 위안을 준다. 그리고 같은 생각과 같은 슬픔과 같은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게 되면 그땐 더 이상 슬픔이 슬픔이 아니고 외로움도 외로움이 아니게 된다. 오히려 든든한 힘이 된다. 서로의 지원군이 된다. 그 사실을 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단순했던 딸의 세계가 복잡하게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딸은 내가 아들을 낳은 후 겪었던 많은 일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딸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세상과 타협할 부분은 타협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정면 대결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엄마인 내가 할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딸의 선택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것뿐이다.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장애 형제자매이기에 더더욱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의 큰 소원이다. 

    게시일2020-02-19

  • 어른보다 나은 아이  자조모임하는 곳이 아파트 상가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초등생 여자아이 세 명이 각자의 엄마와 손을 잡고 서서는 아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그 시선이 불편했던지 아들은 특유의 상동행동, 손을 후후 불면서 엄마인 내 얼굴 앞에 대고 양손을 흔들기도 했다.   1층에서 문이 열리고 초저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타더니 아들을 힐끗 보고는 아들 바로 앞에 서서 정면을 응시한 채 점잖게 서있는 걸 본 아들은 바로 하던 동작들을 멈추고 얌전히 있었다. 같은 5층에서 다함께 내리면서 나는 그 남자아이에게 "형이 많이 산만하지?"라고 살짝 말했더니, "아뇨!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데요. 본인도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그러겠어요~"그랬다! 그건 감동이었다!!"오모나~ 넌 참 이해심이 많구나!" 하면서 웃었더니, "아뇨~ 그런건 아녜요~~그럼 안녕히 가세요~~~"며 인사까지 했다.뉘집 아들이 이리 잘 컸을까! 그 아이의 부모가 궁금했다. 자기 아이 해코지 할까봐 온몸으로 감싸는 경우를 이해는 하지만 기분은 좋지 않은데 이런 마음을 가진 애어른이 있다는 게 감동스러웠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좀 불편하다고 싫은 티 팍팍 내고 배제하고 분리하는 것들은 지양하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게시일2020-02-19

  • 전철에서 생긴 일 아들과 함께 전철을 타고 이동 중에 아들 옆에 앉아있던 여성이 자꾸 나와 아들을 번갈아 보는 게 느껴져 우리 모자가 좀 다르게 보이나보다 생각하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저기요~ 예수 믿으세요?’"그냥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더니 "예수를 믿으면 아들 병이 낫거든요"하길래 "아들이 아파 보이세요? 아주 건강한데요" 했더니"아니...정상은 아니잖아요..."나는 기가 막혀 "정상이 어떤건데요? 기준이 뭐고 그 기준은 누가 만든건가요?"했더니 "아니..뭐..."라며 말을 흐리더니 다른 칸으로 가버렸다.남의 일에 다들 무관심하지만 자신이 보기에 퍽이나 안타까왔나보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그녀는 행복하겠단 생각과 정말 예수를 믿으면 아들의 자폐증이 없어질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 정하진 씨전철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뒤따라오던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고개를 빼고 더 멀리 바라보니 웬 여성이 아들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런 모습이 보였다. 뛰어 가보니 그분은 아들에게 "도를 믿으십니까?"로  접근 중이셨다.그분 눈에 아들이 평범한 젊은이로 보였구나 싶어 또 웃음이 나왔다.나의 아들은 정하진이라는 청년이다.그런데 사람들은 때로는 비정상으로 보고 때로는 지극히 평범한 한 청년으로 보는 것이다. 이왕이면 기분 좋은 쪽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다.아들이 그분들의 의도를 알아차리더라도 또는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덜 언짢게 그냥 한 인간으로만 보고 대해주면 좋겠다.세상을 보는 눈들은 다양하기에 오늘도 그 다양함으로 두 번이나 웃을 수 있었으니 삶은 살아 갈수록 재미롭지 아니한가. 

    게시일2020-02-04

  • 자폐인 고문하는 행동치료, "싫다고요!!" -자폐인과 주위 사람들이 소통으로 어울리는 사회이길-우리 사회에서 흔히 자폐인의 행동 하면 이런 단어를 떠올린다. ‘문제행동’, ‘도전적 행동’, ‘상동행동’ 등등을 말이다.‘문제행동’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일반적으로 부모나 교사의 일상적인 지도범위를 벗어나 어려움을 야기하고, 해당 연령에 기초한 규범적 행동으로 보기에 일탈된 행동이나 정상적인 적응능력을 갖추지 못한 행동’으로 정의한다. ‘도전적 행동’은 문제행동, 이상행동 등을 순화한 말이다.‘상동행동’이란 같은 동작을 일정기간 반복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상체를 장시간 전후로 크게 흔들거나 주위의 상황에 상관 없이 동일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등이 상동행동에 들어간다.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말을 반복하는 성향이 있어 반복하지 말라고 주위에서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사람들은 그걸 소위 ‘상동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런 말들 속에는 자폐인들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들어있다. 그래서 ‘문제행동’, ‘상동행동’등을 치료한답시고 몸을 흔들거나 공공장소에서 돌발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등의 자폐인들의 행동을 제지하려 하는 경우들이 많다.심지어 몇몇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이 싸우거나 성적인 문제가 있으면 ‘도전적 행동’, ‘문제행동’을 막는다고 하면서, 약을 강제로 먹여 자폐인을 관리하기 편하게 하려는 경우도 많고 시설과 결탁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기도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들이 대개는 장애의 특성에서 온 것이고 장애는 고칠 수 없는 것이기에 소위 ‘문제행동’, ‘상동행동’이라 불리는 것은 치료될 수 없다. 치료하려 한다면 자폐인에게는 고문이자 인권침해로 다가올 뿐이다.  다만 자폐인과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주위환경이 안정되면 소위 ‘문제행동’, ‘상동행동’이라 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나의 경우도 말을 반복하는 이유를 한번은 누군가가 물어봐 줄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말했고 상대방은 나를 이해하면서 소통을 해나갔다. 그 이후로 조금씩 말 반복을 줄여 완화까지는 하는 내 자신을 경험했었다. 물론 말 반복을 줄이는 게 쉽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에 피해를 주진 말자고 계속 생각은 하고 있다. 장애를 핑계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싶지는 않아서다. 나를 포함해 다른 자폐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장애로 인한 행동을 고치려는 생각 대신 행동에도 이유와 의미가 있음을 인식하며 소통하려 노력하다 보면 자폐인과 주위 사람들 간의 관계가 원만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방법 등에 대해 자폐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도 다른 사람의 권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함은 물론이기에, 이 점을 고려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한 자기옹호 시스템 구축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아울러 자폐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도록 자폐인 당사자를 강사로 하는 장애이해교육 기회를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많이 늘려 당사자와 사람들과의 소통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육도 ‘장애 극복’보다는 ‘자폐인의 일상생활과 권리’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그래서 자폐인의 행동에 더 이상 주홍글씨와 낙인을 씌우지 않고 소통을 통해 자폐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레 함께 어울리는 그 날이 현실이 되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에서 정책연구팀 간사를 지냈으며, 현재 UN장애인권리협약 NGO연대 보고서 위원입니다.여행,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 및 건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에이블뉴스에 2년 동안 칼럼을 연재했고,5년 전에는 UN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1차 심의 때 민간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게시일2020-02-04

  • [동네형2] 아들에게 좋아하는 이성이 생겼다. 쌍둥이인 비장애인 딸과 발달장애인 아들이 나란히 사춘기 초입에 돌입했다. 아이들은 제 나이대로 잘 커나가는 중이지만 엄마인 나는 두 녀석의 동시 사춘기를 몸으로 받아내며 노화에 가속이 붙고 있는 느낌이다. 이 속도대로 가다간 멀지 않아 ‘사춘기 대 갱년기’의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제아무리 날고뛰는 사춘기라도 어디 천하의 갱년기를 이길쏘냐. 너희들이 사춘기를 잘 보내고 싶거든 엄마에게 갱년기가 하루라도 늦게 오길 빌어야 할 것이야. 어쨌든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아들딸 모두 이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것이다. 딸은 좋아하는 남자 사람 친구에게 고백을 받고 “심장이 쫄깃했다”며 한동안 들떴으나 반년 뒤 “이전과는 다른 마음”이라는 그의 솔직한 고백에 짧은 첫사랑의 추억을 접어야 했다. 마침 그즈음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방영됐고 딸은 이번엔 남자주인공인 배우 여진구에 홀딱 빠져버렸다. “사랑해요~ 여진구~ 저랑 결혼해주세요~”를 매일 외치는 딸을 보고 있자니 뉴키즈온더블럭에 빠져 도니 월버그의 아내가 되겠다 공언했던 내 학창시절이 생각나면서 웃음이 난다. 아들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다. 발달이 늦어 발달장애인이라지만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아들과 딸의 발달은 ‘인간의 속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아들도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생기면서 사춘기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반 친구인 예은이(가명)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은 예은이에 대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현장학습을 가려고 스쿨버스에 타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꼭 예은이 옆에 가서 앉는다고 한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난 담임선생님이 “동환아~ 예은이 좋아? 예은이 예뻐?”하고 물으면 눈이 반짝반짝해지면서 온 얼굴에 웃음을 짓곤 한다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도서관엘 가면 더 편하게 있으라며 아들이 예은이 양말을 벗겨준다고 한다. 벗긴 양말은 예은이 신발 위에 놓아둔다고. 잘한다. 아들. 신발 벗으면 양말도 벗고 싶은 게 당연한 거지. 암. 사람이 편하려면 양말도 벗고 홀가분하게 있어야지!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하교 종이 울리자 예은이 가방을 들고 뒤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아직 친구에게 가방을 매주는 행동은 하지 못하기에(손가락 소근육 발달이 그리 정교한 지경엔 이르지 못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행동인 ‘가방 들고 기다리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 엄마가 건네준 감자 담긴 비닐봉지는 몇 걸음 들고 걷다 땅에 내려놓으면서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가방은 기꺼이 들고 기다리는 사랑꾼이었던 것이다. 허허.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 그런데 이 사실에 괘씸한 게 아니라 웃음이 난다. 내 아들도 다른 많은 아들들처럼 기꺼이 여자친구 가방을 들어주는, 이 시대의 매너남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 행복해 웃음이 난다. 그렇게 좋아했던 예은이가, 아들의 첫사랑이었던 예은이가 여름방학에 전학갔다. 2학기가 시작된 교실은 모든 게 이전과 똑같았는데 단 하나, 예은이만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새로운 행동이 나타난 것도 이때부터다. 갑자기 교실 앞으로 나가 칠판에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동그라미는 아들이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직 손가락 소근육 발달이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아 연필이나 분필을 쥐고 하염없이 삐뚤빼뚤한 원을 동글동글 그리는 게 아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기다. 그런 아들이 칠판 가득히 원을 그리기 시작한 건데….예은이는 자폐가 있는 소녀였고, 세상과 그림으로 소통하곤 했다. 칠판 가득히 꽃과 나무, 풀 등을 그리곤 했던 예은이. 동환이에게 새로 나타난 ‘칠판에 그림(원) 그리기’가 예은이의 흔적을 쫓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말을 못해도, 인지가 낮아도, 소근육 발달이 정교하지 못해도, 사춘기가 오고 사랑도 찾아온다. 내가 겪었고, 딸이 겪고 있는 모든 것을 아들도 그대로 겪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르다고? 아니 다르지 않다. 똑같다. 쌍둥이를 동시에 키워보니 더욱 확실히 알겠다. 우리 집엔 장애인이 살지 않는다. 그냥 말 안 듣는 사춘기 초입의 초등학생 두 명이 살 뿐이다. 글쓴이 류승연전직 정치부 기자. 현직 글 쓰는 엄마. 발달장애인 아들이 세상 속에서 어우러져 살려면 사람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펜을 잡음. 작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중.   

    게시일202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