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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5_조미영] 남매의 싸움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04-27 조회수3,287

남매의 싸움



 


여섯 살 터울의 딸과 아들.

동생이 장애인임을 일찍부터 알았던 딸은 초등 학교 다니면서 일기장에 동생 얘기를 참 많이 썼다.

남들처럼 동생과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겠지만 아침 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엄마가 동생 돌보느라 바쁘니 언제나 혼자 자신을 추스르며 사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엄마인 나도 마음이 아팠음에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아들에게만 전심전력을 다하며 살았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매일 엄마도 함께 등교하여 아들 옆자리에서 함께 수업받던 잔인한 3월이 끝날 즈음 나는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고생을 했다.

병원을 다녀와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어느 날.

잠결에 남매가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어 그대로 누워 있다가 한참 뒤 나와 보니 아들 얼굴엔 세 개의 긁힌 자국이, 딸의 손목에는 두 개의 긁힌 자국에 피가 맺혀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으니 동생이 화장실에서 전동칫솔로 장난을 쳐서 누나가 그만하고 나오라는데도 무시하고 계속 장난을 치니, 칫솔을 빼앗으려는 누나와 안뺏기려는 동생이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둘 다 긁힌 것이었다.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은 누나를 혼냈는데 딸은 싱글거리며 말했다.

엄마, 그래도 오늘 나 소원 성취했어. 내가 동생하고 한 번 싸워 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거든. 근데 저 상처 보니 마음이 아프다...하진아 미안~’

순간 우리 부부는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애써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 일이, 남들은 피하고 싶은 것들이 누군가의 소원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렸던 그날.

이제는 둘 다 성인된 남매의 어린 시절 소환으로 쓴웃음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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